상가임대차상담소, ‘상생 상권’ 지킨다
성동구, 전국 최초로 문 열어 운영 4년째…상담소 만족도 95%
등록 : 2025-10-30 17:10 수정 : 2025-10-30 17:25
지난 28일 성동구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참가한 가운데 분쟁 사례를 배우며 상담도 받는 ‘하반기 상생공동체 아카데미’를 열었다. 성동구 제공
임대료 분쟁 막은 성동형 해법 상‘ 담소’
찾아가는 상담도 시행 현장 밀착 지원
‘상담소-안심상가-아카데미’ 3단 체계 성수동의 한 가게 운영자 김아무개씨는 지난 5월 임대료를 두 배로 올려달라는 임대인의 통보를 받았다. 그는 막막한 마음으로 성동안심상가 7층 ‘상가임대차상담소’를 찾았다. 상담 결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대료 증액은 연 5%를 초과할 수 없으며, 증액 사유 또한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결국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고, “구청 덕분에 가게를 지킬 수 있었다”며 상담소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성동구(구청장 정원오)가 2022년 8월 전국 자치구 중 처음으로 문을 연 상가임대차상담소가 개소 4년째를 맞았다.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임대료와 상가 교체로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내몰림)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던 시기에 구는 상가 분쟁의 사전예방과 상생문화 확산을 위해 상담소를 시작했다. 상담소는 매주 목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운영된다. 임대료·권리금·계약갱신·명도 등 상가 관련 주요 분쟁을 전문 변호사와 법률상담사가 직접 상담한다. 구민뿐 아니라 지역 내 임대인과 임차인 누구나 구청 누리집을 통해 예약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연간 43회 운영해 119건, 올해 9월 현재 34회 운영해 92명이 상담받았다. 첫해였던 2022년 10회 운영해 48명에 그쳤던 상담 실적은 매년 꾸준히 증가 추세다. 올해 상담 내용은 계약 문제(39건), 권리금(21건), 임대료(20건), 명도(10건) 순으로 나타났다. 상담을 받은 이용자 95%가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을 만큼 만족도도 높다. 지난 8월 상담을 신청한 행당동의 차아무개씨도 재건축을 이유로 임대인으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상담 결과, “계약 당시 재건축 계획이 명시되지 않았다면 임차인에게 여전히 계약갱신요구권이 인정된다”는 설명을 듣고, 임대인과 협의해 손해배상액을 받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상담을 맡은 법률지원단은 “법률 지식이 부족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며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현실적인 대안을 안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상가임대차상담소의 성과는 분위기에서도 드러난다. 최근에는 시장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다음 차례 방문지’를 제안할 정도로 호응이 커졌다. 상담소가 들어선 성수동 일대는 한때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논란이 컸던 지역이다. 상담소 운영이 안정 궤도에 오르자 구는 올해부터 ‘찾아가는 상가임대차상담소’를 새로 시작했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전통시장과 상점가를 직접 방문해 현장에서 상담을 진행한다. 상가에 직접 찾아가는 이 제도는 특히 고령 상인이나 장시간 영업으로 구청 방문이 어려운 자영업자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구는 ‘상담소-안심상가-아카데미’로 이어지는 상권 보호 3단계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상생도시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안심상가’는 임대료 인상률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고 장기임대계약을 유도하는 제도로, 임차인이 안정적으로 영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구는 지난 28일 하반기 상생공동체 아카데미를 열었다. 임대인과 임차인 등 주민 10여명이 참여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핵심 조항과 실제 분쟁 사례를 배우고 직접 상담도 받았다. 성동안심상가 8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교육은 단순한 법률 강의가 아니라 임대료와 계약을 둘러싼 오해를 줄이고 상생의 공감대를 넓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문가들은 성동구 사례가 단순한 법률서비스를 넘어 ‘도시 회복력’을 높이는 모델이라고 본다. 지역경제의 기본 단위가 되는 상권이 안정돼야 일자리도, 공동체도 유지된다는 점에서다. 성수동 상권을 10년째 지켜온 한 상인은 “이전 같으면 임대료 협상이 깨졌을 상황이었는데 상담소에서 조언을 들은 뒤 원만히 해결됐다”며 “구가 중재자 역할을 해준 덕분에 가게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는 상담소 운영 경험을 토대로 내년에는 분쟁조정위원회와 연계해 조정 절차를 지원하고, 소상공인을 위한 상생협약 교육도 확대할 계획이다. 정원오 구청장은 “앞으로도 젠트리피케이션 없는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임대료가 오르면 가게가 사라지고, 가게가 사라지면 동네의 얼굴도 함께 사라진다. 성동구의 상가임대차상담소는 그 흐름을 막고 젠트리피케이션을 멈추려는 노력이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