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정보를 책 한 권에 가득 담았더니
성북구 생활보장과 ‘복지서비스 업무 매뉴얼’ 제작 뒷이야기
등록 : 2025-04-10 14:17
성북구 생활보장과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2025년 복지서비스 업무 매뉴얼을 들고 있다. 왼쪽부터 문지민·이현지·최진희씨, 김경임 과장, 우정권·최윤경씨, 오지은 팀장. 성북구 제공
1∼2월 시간 쪼개 펴낸 지 17년째
이젠 관내 복지 실무자의 ‘필수품’
복잡한 제도 핵심 뽑아 응대 활용
여기저기서 “파일로도 보내달라” “복지 관련 정보를 책 한 권에 담았더니 관련 업무 담당자들의 필수품이 됐죠.” 성북구 생활보장과 김경임 과장은 17년째 ‘복지서비스 업무 매뉴얼’을 발간해온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009년 처음 만든 이 책자는 73쪽에 불과했으나 올해 책자는 233쪽으로 3배 넘게 늘었다. 이 책자는 구민이 받을 수 있는 93개 복지서비스를 아우르는 ‘복지 실무자의 교과서’다. 올해 2월 발간된 2025년판은 성북구 전 동 주민센터와 복지관은 물론, 관내 병원과 지역아동센터 등 복지서비스 정보가 필요한 모든 곳에 배포됐다. 이 책의 시작은 단순했다. 특정 복지서비스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주민들을 위해 제공할 수 있는 ‘또 다른 서비스는 없나’ 궁금해하던 실무자들이 복지서비스 정보를 한데 모은 것이 계기였다. “실제 어려움을 겪는데도 여러 기준이 초과해 도움을 못 받는 분들이 있어요. 이럴 때 뭘 더 도와줄 수 있을지 찾아보다가 매뉴얼이 생겼죠.” 김 과장의 말이다. 여기에 주민센터 복지담당 직원들이 “지침은 많고 시간이 없다”고 토로한 현실도 반영됐다. 복잡한 제도 속 핵심만 뽑아 민원 응대에 바로 쓸 수 있게 만든 것이 지금의 매뉴얼이다. 이 매뉴얼은 실제 현장에서 요긴하게 사용된다. 다리가 불편했지만 수술비 부담 탓에 포기하던 어르신을 위해 주민센터 복지담당자는 매뉴얼을 꼼꼼히 검토한 결과 공적 지원 외에도 노인 무릎 인공관절 수술비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수술 뒤 어르신은 “다리가 너무 아파서 외출이 어려웠는데 무릎 수술 덕분에 주민센터에 직접 올 수 있게 돼 행복하다”며 수술비 지원을 연계해준 주민센터 직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올해도 직원들은 1~2월 틈틈이 원고를 모으고 다듬었다. 오탈자를 여러 차례 걸러내고 새로운 제도도 반영하느라 마감과 씨름했다. “1월은 소득인정액 기준도 바뀌고 일도 많은데, 그래도 2월까지 만들려고 애썼죠. 그래야 담당자들이 요긴하게 활용하니까요.”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 나갔다 다시 오고를 반복해 개인적으로 세 번째 복지서비스 매뉴얼을 만들 게 된 김 과장이 웃으며 말했다. 이 매뉴얼이 복지 실무자들에게 얼마나 유용한지를 증명하듯 여기저기서 책자는 물론 “파일로도 보내달라”는 요청이 이어진다.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공유해야죠. 다른 지역에서도 이걸 보고 주민을 도울 수 있다면 그게 복지 아니겠어요?”
담당자들이 자진해 만들었지만 서울 25개 자치구 중 이처럼 책자 형태의 매뉴얼을 15년 넘게 꾸준히 만드는 곳은 사례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보통 이런 책자를 제작하면 자치구끼리 주고받기 마련인데 저희는 매년 보내기만 하고 받아본 적은 없어요.” 김 과장은 “시작은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이었지만 이제는 꼭 해야 하는 일이 됐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올해 매뉴얼에는 각종 복지서비스 정보 외에도 종합사회복지관과 각종 복지시설, 지역아동센터는 물론 국공립어린이집,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등 각종 시설 현황 정보까지 실렸다.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 어린이가 있는 가정이 바로 인문학이나 독서프로그램을 안내받을 수 있게 하려는 거예요.” 복지를 더 넓게 보는 시선이다. 더불어 책자에는 신청 대상자, 제출서류, 담당 부서 등 실무자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담겨 있어 민원 대응도 훨씬 빨라졌다는 평가다. 책자 활용은 비단 공무원들만의 일이 아니다. 550부를 인쇄해 관내 복지관, 병원, 민간단체 등도 이 책을 참고해 필요한 주민을 주민센터에 연계하고 있다. 이러한 현장 중심 복지 실무의 성과는 구청 안팎으로 이어진다. 성북구는 상하반기 정기교육 외에도 매뉴얼을 활용한 실무 교육을 진행하고, 연말이면 다음 연도 매뉴얼 준비를 위해 실무자들이 머리를 맞댄다. “매년 일은 많아지지만, 그만큼 복지 체감도도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힘들어도 계속하는 거죠.”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