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그날의 아픔, 현재 버팀목

‘하얀 봄’ 연출 최진아씨

등록 : 2023-03-16 16:27

“무엇이 달랐기에 서로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까?”

오는 18~2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진행하는 <하얀 봄>을 만든 최진아(55) 연출가는 이 질문에서 작품이 시작된다고 했다. 누구나 한 번쯤 가슴속에 품어봤을 법한 아주 작은 상상에서 말이다. 2004년 창단한 이래 줄곧 예민한 시각으로 시대를 관찰해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1990년대를 견뎌냈던 청춘들의 절망을 다룬 연극으로 우리 곁에 찾아왔다.

서로에게 끌렸지만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두 여자 친구가 등장한다. 최루가스와 화염병이 난무했던 혼란과 폭력의 시기에 대학을 함께 다니며 우정을 쌓아왔던 이들의 진심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다. 상당한 세월이 흐른 현재 각자 위치에서 자신만의 삶을 살지만 “그들은 무슨 꿈을 같이 꾸었고, 무엇이 서로를 다르게 만들었을까?”를 생각하게 했다.

전공이 아니었지만,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연극의 길로 들어선 최 연출은 쉰 살을 넘긴 현재도 20대에 겪었던 ‘혼동의 시기’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현재 살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내가 원했던 삶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효기간이 1년뿐인 연극을 지속해오면서 다음 작품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지금도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거든요.”

극중 대사에도 등장하는 ‘카르페디엠’(현재에 충실하라)이 요즘 세대를 대변하지만, 그가 보냈던 1990년대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폭력의 시기였다. 최 연출은 <하얀 봄>은 “이 폭력의 시기를 견뎌냈던 청춘들의 이야기”라며 “당시 다른 이들과 지속하지 못했던 관계에 대한 기억을 붙잡고 싶어 이번 연극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망각은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말하지만 과거의 색깔을 계속 잃어가는 것이 아쉬워요. 우리가 견디면서 보냈던 청춘들의 아픔을 기억하면 현재를 이겨내는 버팀목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축제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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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아는 극단 놀땅의 대표로, 연출가와 작가로 활동 중이다. <사랑 지고지순하다>(2006)로 올해의 연극베스트3, <1동 28번지 차숙이네>(2010)로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대산문학상 희곡상, <칼리큘라>(2015)로 제2회 서울연극인대상에서 대상, <오이디푸스-알려고 하는 자>(2017)로 김상열 연극상, <쥐가 된 사나이>(2018)로 제39회 서울연극제 우수상, <심사>(2019)로 제2회 노작 홍사용 창작단막극제 대상 등을 받았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