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해 부모·아이 성향 맞는 돌봄교사 매칭해요”

기술로 일상을 바꾸는 사람들 ⑧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

등록 : 2022-09-22 17:21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가운데)가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터 구인 어려움 겪는 여성들을 위해

‘성과 낼 수 있는 조직’ 목표 2016년 창업

정보 부족의 어려움 겪는 대표 분야에

‘AI 이용한 돌봄 매칭’으로 승부수 던져

선생님들 정보 모바일 앱을 통해 공개

아이 특성 고려한 활동 선생님에게 조언

주변에서 쉽게 할 다양한 놀이도 개발

‘아기유니콘’ 선정돼…베트남 진출 고려

일하면서 아이를 키워본 부모들은 알 것이다. ‘이모님(시터) 구하기’는 부모에게 주어지는 최고난도 미션이다. 각자 시터 구하던 얘기를 해보자고 하면, 아마 다들 사연이 책 한 권씩은 될 것이다.

‘째깍악어’는 이런 경험을 해본 창업자인 김희정 대표가 비슷한 사연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시작한 사업이다. 돌봄이 필요한 부모와 교사를 이어주는 데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서비스다. 2016년 법인을 설립한 이들은,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됐고, 지난 7월 제4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교육열이 높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은 베트남 시장 진출도 고려 중이다.

김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사업에 많이 녹여냈다. “애 하나 키우는 게 뭐가 이렇게 어려워?”라는 질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그 역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본 경험이 있었다. 그의 아이가 어렸던 10년쯤 전만 해도 아이를 맡길 사람에게 이런저런 서류를 달라고 얘기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아이를 맡길 수도 없다 보니 입소문 난 ‘이모님’들은 경쟁이 세다. 문제는 한 번 잘 구해도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몇 번 겪고 나면 지친 부모 중 하나, 특히 엄마가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력단절 여성은 그렇게 생긴다.

김 대표의 직장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전 직장이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이었다. 동료들이 어린이집 때문에 단축 근무를 신청해서 하는데, 애를 데리고 와서 돌보고 재우는 밤 10시부터 또 근무하더라. 그렇게 하는데도 오후 4시에서 10시까지 일어나는 중요한 정보에서 배제되고, 이 때문에 소외감, 박탈감을 느끼고 승진에서 누락되면서 결국 일을 그만두는 결정을 하는 것을 보고, ‘내가 이 사람들하고 창업해야겠다. 이 사람들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창업 당시를 떠올리며 말했다.

여러 아이템이 후보로 떠올랐지만 이들은 스스로 가장 어려워했던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템을 선택했다. 이렇게 째깍악어 서비스가 선보이게 됐다. 돌봄 시장은 특징이 있다. 부모들의 큰 관심과 높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다른 돌봄 시장들과 더불어 대표적인 레몬마켓(정보 부족과 낮은 신뢰도로 저품질 재화가 유통되는 시장)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어떻게 높일지 고민하던 째깍악어 구성원들은 AI를 이용한 돌봄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째깍악어는 교사 선발, 콘텐츠 품질 면에서 AI를 통한 만족도 상승을 이뤄내고 있다.

째깍악어 프로그램은 놀이가 중심이다. 집근처 숲 체험 등 바깥활동 프로그램에 부모들의 관심이 높다.

째깍악어에서는 다양한 관점의 선발 과정을 거친 선생님들의 정보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여기에 부모 상황, 아이 성향과 맞는 교사를 매칭하는 데 AI를 접목해 이용자 만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째깍악어의 AI 프로그램은 잘 맞는 성향을 매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 특성을 고려한 활동을 선생님에게 조언하면서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예를 들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를 검사해 인지적 유연성이 낮다는 결과가 나온 어린이에게는 ‘이야기 결말 바꾸기’가 도움이 된다는 정보를 선생님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째깍선생님과 함께 야외놀이를 즐기고 있는 아이.

아이가 부족한 부분은 프로그램을 통해 찾을 수 있지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는 해석, 즉 사람이 하는 영역이다. 째깍악어는 아동창의연구소를 설립하고 이런 자료를 분석해 아이의 어떤 부분을 강화하면 좋을지 알려주고 놀이 시간에 이를 진행하도록 자료를 제공한다. 2020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AI 매칭을 통한 객관적인 서비스 평가 정보 획득 및 제공을 위한 특허’를 등록하기도 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시중에 오픈소스로 나와 있는 알고리즘 등을 활용해 만들고 있다. 기술을 만들어내는 기업이 아닌 만큼 난도가 높은 기술을 만들어내기보다 실용적인 프로그램으로 쓰일 수 있게 하는 것이 째깍악어가 주목하는 점이다.

얼마 전 큰 인기를 끈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어린이해방군총사령관 ‘방구뽕’(구교환 분)의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는 말이 많은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째깍악어 프로그램의 중심에는 놀이가 있다. 김 대표는 어릴 때 아이를 봐주시던 ‘이모님’에게 “××가 자전거를 너무 타고 싶어하니 한 번만 태워달라”고 부탁했더니 “나는 애 다치면 못 봐준다. ××엄마 퇴근 후에 하라”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피고용인 특성상 아이가 다칠 경우 책임에 민감하다는 부분은 시터들이 바깥 놀이를 피하게 하는 요인이다.

째깍악어는 집으로 선생님이 오는 돌봄 외에 공유놀이터인 째깍섬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놀이는 아이들 인지 발달은 물론 사회성의 핵심이다. 놀이터에서 여러 아이와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다툼을 해결하는 경험도 해보고 관계를 맺는 기술도 향상한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대체로 학습 준비는 잘돼 있지만 사회성이나 억제력 등에 대한 준비는 덜 돼 있다. 째깍악어는 이 부분에 착안해 일하는 부모들이 해주기 힘든 놀이를 접목한 돌봄에 초점을 두고 있다. 먼 곳까지 가거나 비싼 교구를 이용하는 놀이가 아닌 아파트 단지 안 숲 체험처럼 손쉽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개발해 아이들이 놀면서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AI 분석을 통해 째깍선생님은 아이가 하면 좋을 활동을 전달받는다. 책 하나로도 읽어주기, 결말 바꾸기 등 다양한 학습이 이뤄진다.

째깍악어라는 이름은 ‘후크 선장이 무서워하는 째깍악어처럼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나쁜 존재를 물리쳐주는 째깍악어 선생님’이라는 뜻으로 김 대표의 아이가 지었다. 이 회사 명함의 구성원 이름 한쪽에는 ‘××엄마’라는 단어가 손글씨로 적혀 있다. 구성원의 아이들이 직접 적은 것이다. 이처럼 회사 곳곳에 직원 가족들의 손길이 묻어난다.

여전히 일하는 엄마인 김 대표는 구성원들 역시 아이를 키우면서 어려움 없이 회사를 잘 다닐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아이 돌봄 포인트를 지급하고, 3·5년 근속 휴가, 사유를 묻지 않는 휴가 등 다양한 장치를 마련한 것은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육아하면 부모나 조부모 등의 1차 방어선은 반드시 무너진다. 째깍악어가 부모들에게 2차 방어선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아이와 선생님 모두 만족도 높은 돌봄 사업을 위한 길을 구성원들과 함께 걸을 예정이다. <>

김정란 <라이프인> 기자, 사진 째깍악어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