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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주목한 교통 약자 지도…“자유로운 이동 돕고싶어요”

구글임팩트 챌린지에서 ‘장벽 없는 세상 지도 만들기’로 우승한 커뮤니티매핑센터 임완수 대표

등록 : 2016-09-0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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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는 지난 5일 뉴욕에서 미국 시민단체들과 커뮤니티매핑 등을 협의했다. 뉴욕 센트럴파크에 서 있는 임 대표. 임완수 대표 제공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구글이 주최하고, 400개 가까운 프로젝트가 응모한 펀딩대회에서 수상을 했다니….”

지난 5일 국제전화 너머의 임완수(50) 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는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커뮤니티매핑센터는 8월23일 ‘구글 임팩트 챌린지’ 대회에서 ‘장벽 없는 세상 지도 만들기’로 우승을 차지했다. 다른 세 팀과 함께 공동우승이다.

이 대회는 구글이 한국 내 비영리단체의 사회혁신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처음 마련했다. 대회 우승으로 센터는 상금 5억 원과 프로젝트 멘토링을 12개월 동안 받게 됐다. 임 대표는 구글 행사 뒤 부교수로 일하고 있는 미국 테네시주 메해리의과대학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인터뷰는 국제전화와 전자우편으로 진행됐다.

‘장벽 없는 세상 지도 만들기’는 누구든지 스마트폰 앱 ‘매플러(Mappler)’에 이동편의시설 정보를 올려 장애인, 노년층, 임산부 등 교통 약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도를 만들자는 프로젝트다.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주변의 음식점, 관공서, 문화시설, 공중화장실, 지하철 등에 설치된 편의시설 정보를 올리는 방식이다.

먼저 센터 주도로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광역시 이상 규모 도시의 이동편의시설 지도를 만들고, 그다음은 프로젝트에 공감하는 지자체·시민단체들과 협력해 전국 지도로 넓혀갈 계획이다. 이처럼 이른바 집단지성과 지리정보 기술을 결합해 온라인 지도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커뮤니티매핑’이라 한다.

임 대표는 국내보다 외국에 더 이름이 알려진 커뮤니티매핑 전문가다. 그는 커뮤니티매핑을 “지도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사람과 사람, 커뮤니티와 커뮤니티의 소통·참여를 유도하고, 그들의 시각으로 모은 데이터를 통해 커뮤니티의 계획과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런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좀 더 나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사회혁신”이라고 강조한다.

임 대표는 미국 럿거스 뉴저지주립대에서 박사학위(도시계획-공공정책)를 받은 뒤, 주민참여형 지리정보시스템을 연구하고 가르쳤다. 그가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화장실'이었다. 임 대표는 2005년 크리스마스 무렵 딸들과 뉴욕을 돌아다니다 화장실을 찾지 못해 곤욕을 치른 뒤, 자기가 아는 뉴욕의 화장실 정보를 누구나 올릴 수 있는 화장실 사이트(www.nyrestroom.com)를 만들었다.


이 사이트 덕분에 지금도 뉴욕을 찾는 관광객들한테서 감사 편지를 받는다고 한다.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동부를 덮쳤을 때는 커뮤니티매핑을 통해 정전된 주유소, 기름 없는 주유소, 영업 중인 주유소 등 주유소의 정보를 제공해 혼란을 줄이고 재난 복구에 기여하기도 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져 국내에서도 커뮤니티매핑에 대한 관심이 생기자, 그는 2013년 4월 적극적으로 비영리기관인 커뮤니티매핑센터를 설립했다. 시민단체와 지역 중·고등학생들과 함께 서울숲 맛 지도, 서울시 사회적경제 지도, 서울 서초구 청소년 안전지도, 대구 동성로 쓰레기통 위치 지도 등 다양한 지도를 만들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한국근육장애인협회, 가온자립생활센터, 은평장애인생활자립센터 등 장애인단체들과 함께 ‘장애인 접근성’을 중심에 둔 지도 제작에 힘을 쏟았다. 2013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든 ‘장벽 없는 은평 지도’는 구글 챌린지에 응모한 프로젝트의 예행연습이 됐다.

임 대표가 교통 약자에 주목한 까닭은 뭘까? “우리나라는 장애인 화장실 설치율이 38%, 점자블록 설치율이 31.6%에 불과할 정도로 교통 약자 편의시설이 열악하다. 그런데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장애인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외국에 견줘 매우 부족하다. 커뮤니티매핑은 단순한 지도 만들기가 아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며 이해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임 대표는 현재 메해리의과대학에서 빅데이터와 집단지성 정보를 이용해 환경·보건 분야의 평등에 관한 연구를 한다. 이 대학의 커뮤니티매핑 인스티튜트 소장직도 맡고 있다. 학교 쪽의 배려로 6주에 한 번꼴로 한국을 방문해 센터 업무를 보고 있다.

구글에서 받는 5억 원은 스마트폰 앱 매플러의 기능 향상과 커뮤니티매핑에 참여하는 사람들에 대한 교육과 워크숍에 쓸 예정이다. 홍보용 동영상 제작에도 쓴다고 한다. 임 대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유모차를 미는 엄마, 몸이 불편한 어르신 등이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도를 만들고 싶었는데, 재정 부족으로 어려움이 많았다”며 “구글 챌린지를 통해 재원이 마련된 만큼 큰 책임감을 갖고 유용한 지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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