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주민 소통·공동체 활성화엔 ‘마을미디어’!

강동구, 지난해 11월 강동마을미디어지원센터 문 열어

등록 : 2022-03-1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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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자(왼쪽부터), 박서현, 조기옥씨가 3일 강동구 천호동 강동마을미디어지원센터 영상 스튜디오에서 마을미디어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웃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주민 요청에 구청장이 흔쾌히 만들어

두 달 만에 이용자 1천 넘는 인기몰이

다양한 강좌 개설…공간·장비도 대여

“이웃과 소통하게 하는 연금 같은 존재”

“육아일기 오디오북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어요. 아직 구독자는 남편 한 명뿐이지만 꾸준히 하면 늘어나겠죠.”

라디오 방송국 아나운서였던 박서현(39)씨는 결혼 뒤 12년 동안 육아에 전념했다. 강동구에서 강동마을미디어지원센터를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2월에 ‘나만의 오디오북 만들기’ 강좌를 들었다. 박씨는 그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기록해뒀던 육아일기 일부를 ‘허난설헌의 리얼 육아일기’라는 제목의 오디오북으로 만들어 지난달 22일 인터넷에 올렸다. 강동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서 만난 박씨는 3일 “평소 목소리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집 가까운 곳에 미디어센터가 생겼다”며 “아이들에게 너희를 이렇게 키웠다고 알려주고 싶어서 오디오북을 만들었다”고 했다.

박씨는 육아일기 외에도 명상하며 듣기 좋은 오디오북 ‘바다 위의 서퍼’도 2편이나 만들어 올렸다. 평소 접한 좋은 글귀나 자신이 직접 만든 글귀를 조용한 배경 음악과 함께 편안한 목소리로 낭독한 것이다. 1분짜리 짧은 내용이지만 표지를 만들고 녹음해서 완성본을 인터넷에 올리는 데 1시간 넘게 걸린다. ‘경단녀’인 박씨는 “강동미디어지원센터를 통해 내가 가진 재능을 살려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며 “이를 계기로 다시 새 직장도 얻고, 본격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영상 스튜디오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에스엔에스(SNS)에 관심이 많아서 배워볼까 해도 마땅한 곳도 없고,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들었는데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장선자(67)씨는 아로마테라피 공방 비누정원과 생활에 유익한 약초교육을 하는 강동약초학교 협동조합을 운영한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관심이 많은 장씨는 유튜브 활용법을 배우고싶어 강동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서 1월에는 ‘나도 이제 유튜버’와 ‘애니메이션 더빙클럽’, 2월에는 ‘나만의 오디오북 만들기' 강좌를 들었다. 장씨는 “에스엔에스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지만, 나이 든 나도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건강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며 “생활에 도움이 되는 아로마테라피와 약초 관련 내용을 쉽게 풀어서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1인 미디어실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강동구는 지난해 11월 구민의 다양한 미디어 활동을 돕기 위해 천호동에 강동마을미디어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연면적 346㎡규모의 강동마을미디어지원센터는 영상스튜디오, 라디오스튜디오, 1인미디어실, 미디어공부방, 편집실, 미디어소통방, 미디어라운지 등을 갖췄다. 이곳에서는 미디어 교육과 체험을 하는 것을 비롯해 콘텐츠 제작을하고 공간과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강동마을미디어지원센터는 지난해 10월 시범 운영을 시작한 이후 2월까지 이용자가 1천 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1월과 2월에 스마트폰 영상 제작, 아나운서·더빙 체험 등 17개 강좌를 개설했다. 3월에는 메타버스 체험, 나만의 이모티콘 만들기 등 7개강좌를 개설했다. 회원제로 운영하는데, 공간과 장비는 따로 비용을 내야 빌릴 수 있다.

35년째 천호동에 사는 조기옥(60)씨는 강동마을미디어지원센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출판일을 하다 2015년 퇴직한 조씨는 지역 주민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과거 출판 경력을 살려 지역과 관련 있는 기록이나 영상을 만드는 활동도 한다.

“뭔가를 배우려고 해도 다른 지역에 가서 배워야 하는 게 무척 불편했죠. 구에도 미디어 관련 시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씨와 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강동구청에 미디어지원센터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주민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여 강동마을미디어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조씨는 “강동마을미디어지원센터를 볼 때마다 무척 흐뭇하다”며 “마을에 뿌리내린 주민과 함께 미디어 모임을 만들어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씨는 강동마을미디어지원센터를 노후 생활에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노후 생활은 마을(지역 사회)에서 해야죠. 마을미디어는 연금입니다.” 이웃과 소통하면서 외롭지 않은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는 미디어센터만 한 게 없다고 했다. 그래서 조씨는 미디어 활동을 하지 않는 주민에게 강동마을미디어지원센터를 알리고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조씨는 “지역 주민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공동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강동마을미디어지원센터를 만든 목적 중 하나”라며 “마을 내 미디어 모임을 만들어 주민과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인 것 같다”고 했다.

강동구는 앞으로 강동마을미디어지원센터를 통해 지역 주민 공동체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연말쯤에는 차곡차곡 쌓인 주민들의 활동물을 모아 강동마을미디어지원센터 개관 1주년에 맞춰 성과 공유회도 열겠다고 했다. 또한 주민 방송중계단을 만들어 마을 축제 등을 생방송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도 세웠다.

백경오 강동구 마을협치과 마을미디어팀장은 “강동마을미디어지원센터는 스마트시대 구민 누구나 미디어를 체험하고 생산하는 마을미디어 플랫폼”이라며 “미디어를 매개로 지역 공동체의 소통을 더욱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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