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1급수 지표 어종인 ‘버들치’ 만나는 곳

성북구 정릉천

등록 : 2021-10-2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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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계곡에서 이어지는 자연하천인 정릉천은 정릉3동과 4동 사이를 흘러 1동과 2동에 다다른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길이가 1㎞ 가까이 이어지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정릉동 주민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산책 인구가 다섯 배는 늘었다고 한다. 지난 2년간 정릉 사람들에게 정릉천은 팬데믹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한 줄기 빛 같은 존재였으리라 짐작해본다.

사시사철 다르게 피어나는 꽃들, 졸졸졸 무리 지어 다니는 버들치, 우아하게 천을 거니는 왜가리와 노랑발 쇠백로까지 정릉천 생태계는 서울 어디에서도 누릴 수 없는 천연자원이다. 자연하천이 주는 아름다움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어 전체 구간 중 어느 한 곳도 지루할 틈이 없다.

그 가운데 제1경은 맨 아래인 늘푸른교 위에서 바라보는 정릉천이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하류 모래톱을 정비하고 돌다리를 놓아 아이들과 반려견 놀이터로 자리 잡은 개울섬이 북한산과 정릉시장을 배경으로 아늑하게 자리하고 있다.

정릉시장 가운데 청수교 옆에 자리한 ‘청년밥상문간’ 옥상쉼터에 올라가 바라보는 정릉천 조망도 빼놓을 수 없다. 청수교 다음 다리인 예원빌라교 앞, 300살 정도 된 느티나무 길에서 내려다보는 정릉천은 늘 많은 사람이 모여 노는 곳이라 또 특별하다. 느티나무와 한 몸처럼 붙어 있는 ‘슬로카페달팽이’는 여러 마을활동의 거점 구실을 하며 언제나 북적인다. 옆으로 길게 ‘정릉천 생태벽화’도 그려놓아 요즘 사진 찍는 이도 늘었다.

솔샘교 아래 이름 없는 다리 사이에는 일명 ‘빨래바위’라는 곳이 있다. 복개천을 복구하며 포클레인이 바위를 긁어 생긴 흔적인데 마치 큰 빨래판 같아 주민들이 붙인 이름이다. 천을 따라 계속 걷다 보면 북한산 등산로 입구와 만난다. 정릉에서 가장 오래된 산장연립과 산장아파트도 있고, 50년 다 된 모닝베이커리, 박경리가옥이 있는 정릉골까지 이어진다.

정릉천의 주인공은 단연 1급수에만 사는 ‘버들치’다. 이 물고기는 몇 년 사이 정릉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가 됐다. 복개천으로 오랜 시간 덮여 있던 정릉천이 10여 년 전 지금 모습으로 복구되고 하나둘 제 모습을 찾아가면서 천변을 중심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복개천 위에 있는 상인들이 이주하며 정릉시장이 새로운 모습을 갖췄고, 정릉천 산책로에는 매회 200팀 넘는 셀러가 참여하는 플리마켓인 개울장이 2013년 시작돼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아쉽게도 지난 2년간 개울장이 열리지 못해 많은 이가 그리워하고 있다.


천변 문화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정릉천별똥대’는 2015년 정릉천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을 시작으로 생태 공부를 함께 하며 지금의 정릉천을 보존하는 환경활동을 하고 있다. 2021년에는 정릉천별똥대장님이 서울환경상까지 수상했다. 이들이 찾아낸 것이 ‘버들치’다. 1급수 지표종인 버들치가 계속 사는 정릉천을 위해 정기적으로 수질검사를 하고, 주민들에게 버들치의 존재를 알리는 안내판도 만들었다.

늘 보던 물고기 이름을 알게 된 주민들은 급기야 ‘정릉천생활권’을 아우르는 마을공동체인 ‘버들치마을’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버들치가 주인인 정릉천에서 앞으로 어떤 활동이 펼쳐질지, 이것저것 많은 활동을 해보고 있다고 한다. 버들치마을 주민은 이곳에 살지 않아도 정릉천과 정릉을 사랑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정릉시장 주민쉼터 ‘홈인정릉_정릉천별똥대’에 가면 다양한 마을활동에 대해 알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하천의 가치를 알아보고 지켜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는 곳, 버들치마을에 놀러 오시라.

글·사진 양혁진 마을인시장사회적협동조합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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