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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분석, 복지 사각지대 찾아내

재난지원금 빅데이터로 1500 위기가구 발굴·지원한 오명신 성동구 복지정책과 주무관

등록 : 2020-11-1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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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 자료에 소득, 재산 내역 등 담겨

16년 차 복지공무원, 부구청장과 상의

성동구 각 기구 협력해 지원 대상 발굴

“복지인력 한계, 주민 관심·신고 필요”

16년 차 사회복지공무원인 오명신 성동구 복지정책과 주무관은 빅데이터센터, 동 주민센터와 함께 올해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신청 데이터를 활용해 복지 사각지대 1500가구를 찾아 지원했다. 사진은 6일 성동구 스마트도시 통합운영센터에서의 오명신 주무관 모습.

성동구에 사는 30대 김아무개씨는 물류창고에서 일하며 어렵게 생활하다 지난봄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를 신청해 받았다. 7월 코로나19로 갑작스레 자가격리 2주를 한 뒤 일자리를 잃었다. 월세 보증금도 다 깎여 지인 집에 잠시 얹혀살며 막막한 나날을 보냈다. 어느 날 동 주민센터 복지담당자 연락을 받고 긴급복지 생계비와 주거비를 3개월 동안 지원받았다.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모습이 잊히지 않아요.” 지난 6일 오전 성동구청에서 만난 오명신(41) 복지정책과 주무관이 기억에 남는 사례를 전했다. 김씨는 젊은 나이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못 했는데 구가 어려운 처지를 알고 손을 내밀어줘 숨통이 트였다고 한다.

성동구는 지난여름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신청 빅데이터를 분석해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내는 첫 시도를 했다. 김씨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롭게 발굴해낸 사례 가운데 하나다. 재난지원금 신청 자료는 사각지대 발굴 복지담당자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소중한 자료가 되었다. 오 주무관은 “구민들이 직접 신고한 소득, 재산 데이터”라며 “소득이나 재산이 모두 확인된 상태이다 보니 지원 적합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굴된 위기가구 가운데 정부 지원을 받겠다고 신청한 1500가구가 모두 공적급여를 받았다. 실제 공적급여 신청이 지난해보다 약 2배 늘었다. 대개 사각지대 발굴을 위해 사회복지 통합 전산망을 통한 단전·단수·단가스 등 여러 종류의 간접자료를 활용한다. 3개월 전 자료이고 무작위이다 보니 납부 완료나 장기여행자 등의 오류가 적잖다고 한다. 설령 발굴해도 소득이나 재산 요건이 맞지 않아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잦았다.

재난긴급생활비를 접수하러 온 주민 가운데 복지 상담을 받고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게 된 경우가 많았다는 복지담당자들 이야기가 들려왔다. 귀 밝은 오 주무관이 이런 얘기를 한영희 성동구 부구청장에게 전했다. 서울시 복지기획관을 지냈고 복지 분야에 밝은 한 부구청장은 곧 빅데이터 기반으로 사각지대 발굴을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재난지원금 신청 자료를 활용하는 방침을 세워 추진했다.

데이터 분석은 성동구빅데이터센터에서 맡았다. 분석을 토대로, 17개 전체 동 주민센터가 50여 일 동안 중위소득 50% 이하 1만4천여 가구(재난긴급생활비 적합가구 5만 가구 중 1~6인 분양아파트 거주자, 대학생 등 제외)에 대한 전수조사를 했다. 사회복지 담당은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시스템인 행복이(e)음을 통해 소득과 재산을 확인한 뒤 동마다 복지통장과 함께 일일이 전화로 확인하거나 우편으로 안내문을 보냈다. 생활·주거실태, 건강상태 등을 파악해 대상자에게 연계 가능한 공적급여를 안내했다. 현재까지 500가구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는 “연락을 계속해 무응답이 한 가구도 없게 하려 한다”고 했다.

16년 차 사회복지공무원인 오 주무관은 현장 복지담당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여러 차례 동 주민센터 복지담당으로 일했다. 복지공무원의 잇따른 과로사 이후 인력 보강은 이뤄졌지만 새로운 복지 사업이 계속 생기면서 업무량은 큰 변화가 없다고 한다. 여전히 복지 대상자 1천 명당 담당자 1명 수준이다. 새로운 복지 대상 발굴은커녕 기존 대상자 관리만 해도 벅차다.

오 주무관은 “사각지대 사건이 생길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며 “사회적으로 비판은 하더라도 격려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했다. 오 주무관은 이웃 주민의 관심과 신고를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꼽았다. 임대아파트에 견줘 일반 주택은 복지담당이 관리하기 쉽지 않다. 그는 “이웃이 관심을 갖고 이상한 징조를 보면 신고하는 인적 안전망이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 성동구에서는 지난해부터 명예사회복지공무원 ‘주주살피미’(주민이 주민을 살핀다)가 활동하고 있다. 현재 4600여 명에 이른다. 구는 이들이 손쉽게 신고할 수 있게 전화나 카카오톡플러스 채널로 접수하고 있다.

수많은 홍보에도 여전히 정부의 복지 지원제도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오 주무관은 “지원제도를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주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절차 간소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그는 내년쯤 동 주민센터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면 1인 가구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해보고 싶다고 했다. “1인 가구 주민들을 밖으로 끌어내 함께 커피도 마시고 반찬 만들기도 하는 기회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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