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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아래 첫마을’ ‘동네한바퀴’…“우리도 멋진 도시재생기업 꿈꾼다”

서울시, ‘2020 서울 도시재생기업 4단계 발굴·육성 프로그램’ 참여 예비 도시재생기업 9곳 선정

등록 : 2020-07-0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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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수리·요식업 등 다양한 활동 해온

사회적 협동조합·마을기업 22곳 신청

교육·법인설립과 비즈니스모델까지

튼튼한 도시재생기업으로 육성 계획

“지역 문제 지역의 힘으로 풀 것” 출발점

‘도시재생기업’(CRC)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도시재생기업은, 이름 그대로 일종의 도시재생 관련 마을기업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도시재생사업 이후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설립된 법인(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이 지역자원을 결합·활용해 지속 가능한 지역을 위해 지역의 재생 활동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의 선순환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서울시는 2019년 ‘도시재생기업’을 선발해 사업 개발비·운영비 등을 지원한 바 있다. 시에 따르면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강동구 암사동에 있는 ‘생각실험’, 용산구 해방촌에 있는 ‘온지곤지 협동조합’ 등이 대표적이다.

2017년 독서모임으로 출발한 생각실험은 지난해 서울시 지원을 받아 ‘우리동네키움센터’ ‘서울가꿈주택 사업’ 등과 같은 다양한 지원 사업을 지역자원과 연계하는 일을 해왔다. 특히 지역주민이 자기 주도적 삶을 살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주력해왔다. 생각실험의 김한주 대표는 “암사동은 어린이가 많은 지역임에도 돌봄 시설이 부족하다. 지역 내 소득 격차, 나아가 다른 지역과의 격차가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이 교육 격차에서 온다고 본다”며 “지역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학습 컨설팅 등을 통해 교육 격차를 줄이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한다.


2019년 도시재생기업에 선발된 ‘온지곤지’의 주민을 대상으로 한 ‘책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해방촌 어린이들. 최근 <해방촌 어린이 탐방대>라는 책을 냈다. 온지곤지 제공

용산구 해방촌에 있는 ‘온지곤지’는 앎과 배움을 통한 도시재생을 추구한다. 온지곤지는 중국 경전에서 따온 이름으로 ‘옛것을 잘 배우고 실천하자’는 뜻이다. 2015년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작은 책방으로 시작한 온지곤지는 지난해 서울시 사회적기업가 육성 과정에 참여한 뒤 올해 서울 도시재생기업으로 선정됐다.

이들이 최근 가장 주력하는 사업은 주민을 대상으로 한 ‘책 만들기 프로젝트’다. 매주 한 번씩 모여 글을 쓰고, 이를 책으로 엮어 출판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지역 엄마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한 권, 아이들이 신나게 동네를 탐방한 이야기를 담은 책 한 권이 나왔다. 온지곤지의 김현석 매니저는 “도시재생사업에도 지역주민이 쓴 책과 같은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주민 이야기를 담은 책을 지역 상품으로 만들고, 주민협의체 마을규약을 제정해 지역을 방문하거나 새로 유입되는 이에게 지역을 존중할 수 있는 생태를 만드는 게 이들의 목표다.

‘온지곤지’가 펴낸 지역주민이 쓴 책들.

올해에도 서울시는 예비 ‘도시재생기업’을 발굴해 법인 설립부터 비즈니스 모델 창출까지 맞춤형으로 종합 지원하는 ‘2020 서울 도시재생기업 4단계 발굴·육성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사회적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법인 또는 지역 소재 기업 형태로 참여할 수 있다.

구체적인 지원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도시재생기업이 되고 싶은 5인 이상 주민 모임·단체에 직접 찾아가는 교육을 하고, 법인 설립시 필요한 다양한 실무적인 지원과 함께 지역 의제를 발굴한다. 이후 지속 가능한 기업 운영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비즈니스 모델 설계, 사업계획 수립 등을 도우며, 우수 기업의 시범사업을 지원한다.

이밖에도 서울시는 기업 설립 이전인 예비 도시재생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이끌 역량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가 매년 추진하는 ‘서울 도시재생기업 정기공모’에 참여가 가능하도록 도시재생기업으로서 자격을 갖출 수 있게 지원한다는 취지다.

‘생각실험’이 펴낸 책

지난 5월 서울시는 공모를 통해 ‘2020 서울 도시재생기업 4단계 발굴·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할 9개 예비 도시재생기업을 선정 완료했다.

5월6~20일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비 도시재생기업을 공모한 결과, 총 22개 팀이 응모했다. 서류심사, 대면심사를 거쳐 5월26일 총 9팀(지역관리형 4팀, 지역사업형 5팀)을 최종 선정했다. 용산구 해방촌 ‘남산아래 첫마을’, 동작구 사당4동 ‘동네한바퀴’, 성북구 장위동 ‘마을엄마협동조합’, 강서구 공항동 ‘마을관리소’ 등이 선발됐다. 모두 지역에서 집수리, 요식업, 강사 육성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온 곳들이다.

서울시는 올해 프로그램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도시재생기업 발굴·육성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양용택 서울시 재생정책기획관은 “‘2020 서울 도시재생기업 4단계 발굴·육성 프로그램’을 통한 도시재생기업 선발이 지역이 안고 있는 많은 고민과 의제를 지역의 힘으로 풀어낼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서울 도시재생기업 발굴·육성을 통해 지역주민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익이 지역에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 지역공동체 중심의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도시재생기업 발굴·육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5인이 참여해야 하는 기본 요건으로 인해 사업계획 수립, 법인 설립 준비를 지역주민들이 함께 하며 주민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게 이번 지원 사업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밖에도 준비팀이 속한 도시재생지역의 의제를 사업화하는 과정을 통해 지역 문제 해결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관점을 가진 주민 사업가를 선발한다는 것도 도시재생 측면에서 보면 고무적이다. 서울시는 이 프로그램이 도시재생기업 설립을 준비하는 주민들이 도시재생지역에 더욱 큰 관심을 갖게 함으로써,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시재생기업의 유형별 과제를 사업화해내는 과정에서 서울 도시재생기업의 선도 모델을 창출해낼 수 있을 것으로 주목된다.

온지곤지의 김현석 매니저는 “아직은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도 도시재생기업 개념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도시재생을 하고, 그 지역에서 오래 살려면 거점을 유지하며 활동을 지속해나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공공과의 협력이 꼭 필요하고 도시재생기업이라는 모델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낙후된 시설이나 오래된 의제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과 애정으로 지역이 직면한 새로운 문제와 공존하는 법을 찾고자 하는 도시재생기업의 존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창의사업으로 지역주민에게 친밀하게 다가서는 이들 도시재생기업의 행보가 주목된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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