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하는 동물원에서 야생동물 관리기구로

기고│어경연 서울대공원동물원장·수의학박사

등록 : 2020-02-0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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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컴퓨터의 개발과 통신의 발달은 지식정보화시대를 가능하게 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한다. 일상생활의 변화는 물론 사고체계까지 바뀌게 될 수밖에 없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물원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한 번 생각해본다.

“동물원 없으면 어때?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이 늘어나고 관리도 힘들다면서 굳이 동물원이 왜 필요해?”라는 의문 제기는 이상하지 않다. 그렇다면 “동물원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반대 질문으로 따져보자. 코끼리, 사자, 치타, 표범을 보기 위해 아프리카나 인도까지 가야 한다. 오랑우탄, 코뿔새, 황제펭귄을 보기 위해 열대우림과 남극까지 이동하는 것은 어렵고 위험한 일이다. 여기서 또 반문해보자. “코끼리, 사자, 오랑우탄을 안 보고 살면 어때?” 이 질문에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 실제로 동물원 무용론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동물원에 대해 이런 식의 흑백논리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사회적 논란만 야기되기 때문이다. 성급한 일반화보다는 합리적인 사고로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식지를 재현한 서울대공원 동물원 호랑이 방사장의 호랑이들. 서울대공원 제공

동물원을 방문했을 때 눈에 보이는 것 이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다. 선진 동물원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역할과 변화를 위한 노력을 서울대공원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야생동물 전문 관리기관으로 2000년 4월에 환경부로부터 서식지외보전기관 1호로 지정됐다. 호랑이, 반달가슴곰, 스라소니, 두루미, 저어새 등 22종을 보전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리산국립공원 반달가슴곰 복원을 위해 서울동물원에서 16마리나 보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국제적인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2000년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인 WAZA(World Association of Zoos and Aquariums) 정식회원기관이 되었다. 매년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WAZA 총회에 참석해 세계 유수의 동물원과 교류해오고 있다. 국제적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 보전 지원 사업으로 유럽동물원협회의 보전 프로그램인 EEP(European Endangered Species Program)와 영국 아스피날 고릴라 보전 프로젝트에 2012년부터 각각 300만원씩 후원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아무르표범·호랑이 보전기관인 WCA(WildCats Conservation Alliance)에 400만원, 국제코끼리재단 아시아코끼리보전기금으로 300만원을 매년 후원하고 있다. 이런 국제적 보전활동의 지원으로 2012년에 수컷 고릴라 한 마리, 2015년 피그미하마 한 마리, 2018년 아무르표범 두 마리를 무상으로 도입할 수 있었다. 금액으로 따지기는 그렇지만 고릴라의 경우 10억원을 들인다고 해도 도입하기 힘들다. 그동안 노력했던 국제적 보전활동 지원 사업이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지난해 9월에 아시아 동물원으로서는 최초로 미국의 AZA(Association of Zoos and Aquariums)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인증을 위한 요구 수준이 높을 뿐만 아니라 그 절차가 까다로워 꼬박 3년을 준비했다. 처음에는 무모한 도전이며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결국 해냈다. 언론에도 크게 보도되어 그동안 고생했던 직원들 모두 기뻐했다. 5년마다 인증심사를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에 AZA에서 요구하는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라야 한다. 힘든 과정이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동물원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되돌아 생각해보니 인증받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이 배웠다. 진정한 동물복지가 무엇인지, 동물원의 존재 가치와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결국 멸종위기에 처한 다양한 야생동물의 보전, 교육, 연구, 과학적 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아프리카 격언에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온전하게 자연을 이해하고 배우기 위해 동물원은 꼭 필요하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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