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본 서울

고등어가 웃을 미세먼지 대책

등록 : 2016-06-09 16:50 수정 : 2016-06-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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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야! 미안하다. 지난달 24일 환경부는 밀폐된 공간에서 고등어구이를 할 때 미세먼지(PM2.5)가 나쁨 수준의 서른 배 가까이 나온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에 따라 고등어 값이 폭락했다니 하는 말이다. 시민들은 이 뉴스를 듣고 고등어를 미세먼지의 주범쯤으로 착각하고 맛깔스런 고등어구이를 포기했을 것이다.

환경부가 미세먼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등어구이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고등어구이나 숯불갈비와 같은 생물성 연소에서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비율이 전체적으로 보면 아주 적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부의 보도자료 때문에 어쩌면 더 중요한 정책 목표가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

2013년 국립환경연구원 자료를 보면, 전국적으로 생물성 연소가 미세먼지 발생에 미치는 비율은 1.42%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서 제조업 연소는 20.27%, 도로이동 오염원은 19.88%, 비도로이동 오염원은 18.64%, 에너지산업 연소는 15.95%를 차지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전국적 차원에서 미세먼지를 관리하려면 공장과 발전소의 배출가스 오염원과 함께 자동차와 건설장비 등의 오염원을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수도권의 경우는 도로이동 오염원이 36.72%이고, 비도로이동 오염원이 22.14%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와 건설장비 등의 오염원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도권에서 생물성 연소가 미세먼지 발생에 미치는 비율은 1%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들어 국가가 현대사회의 위험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환경부에서 구이집이나 숯가마 등 미세먼지 생활오염원에 대한 규제를 검토한다는 것도 정책적 우선순위로 본다면 적절치 않으며, 대통령이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주문하자마자 관계부처가 앞다퉈 경유값 인상 등을 발표하는 것도 문제이다. 미세먼지 대책을 위해 내세운 경유값 인상 논의는 행정부처 간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국회에서는 여야 모두가 서민경제의 논리를 내세우며 인상에 반대하는 형국이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홈페이지에는 미세먼지의 현황 데이터가 공유되고 있다. 국민에게 미세먼지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야 평가할 일이지만 사람이 숨을 멈추고 살 수 없기에 미세먼지가 높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속수무책으로 우울함만 더해간다. 이보다는 미세먼지의 발생원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를 생산해서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정책당국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정책적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나아가 발생원별 감소 목표를 설정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효과적인 정책 수단을 찾아야 한다.

서울은 이제까지 미세먼지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사람들이 체감하는 미세먼지의 두려움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데이터를 보면 수도권에서 미세먼지의 가장 큰 발생원은 도로이동 오염원이다. 그렇다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핵심적 정책은 자동차 운행 제한에서 시작돼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오염 발생이 많은 낡은 경유차부터 줄여나가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도심지부터 자동차 길을 줄여 자동차 운행을 제한하고, 차제에 사람 길은 늘여 걷기 좋은 서울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괜히 구이집 주인을 괴롭히는 정책을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이야말로 고등어가 웃을 미세먼지 정책인 것이다. 문제는 정책의 우선순위이고, 이것은 데이터에서 나온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전 서울연구원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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