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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60대 위독 환자 구출…치매 노숙인 가족 상봉

찾동이 발굴한 복지 사각지대 우수 사례

등록 : 2019-01-31 15:21 수정 : 2019-01-3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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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곡2동 고시원과 긴밀한 관계 유지

생명 위독한 입주자 목숨 구해

영등포 빨간 우체통 사업 눈길

양천구, 장기 노숙자 여동생 찾아줘

지난해 5월 성북구 월곡2동의 한 고시원에서 위독한 상태로 발견된 뒤 동주민센터의 긴급호송 작전으로 서울의료원에 후송된 김수남(63·가명)씨가 의료진의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는 이후 건강한 몸으로 퇴원했다. 성북구 제공

지난해 5월30일 성북구 월곡2동주민센터의 복지전문 상담관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월곡2동에 있는 26개 고시원 중, 중·장년 1인 가구가 많은 한 고시원의 주인이었다. “어제 고시원에 들어온 사람이 있는데, 먹지도 않고 꼼짝도 못한다”며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대상자는 얼마 전까지 강북구 찜질방에서 생활하다 지인을 따라 이곳 고시원으로 온 김수남(64·가명)씨다.

동장, 복지플래너, 간호사 등이 바로 고시원에 달러가 김씨의 상태를 확인했다. 김씨는 몇 마디도 이어갈 수 없을 만큼 몸이 아주 쇠약했고, 폐 질환도 의심됐다. 월곡2동주민센터는 내부 회의를 거쳐 인근 병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김씨는 병원에서 혈액과 엑스레이 검사를 한 결과 부종, 호흡곤란이 있어 큰 병원으로 이송됐다.

큰 병원의 담당 의사는 “환자가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자녀가 없는 상태에서 복지플래너와 간호사가 대신 보증을 서고 입원 수속을 마쳤다. 아들이 밤 9시께 병원에 와 그제야 담당 주무관들이 사무실로 복귀할 수 있었다.


동주민센터는 김씨의 고시원비와 의료비를 긴급 생계급여와 서울형 긴급지원 제도를 이용해 대납해주었다. 또한 퇴원 후 혼자 지내는 김씨를 위해 주민 자원봉사자와 연계해 밑반찬 배달과 안부 확인 작업을 병행했다.

김씨의 사례는, 2015년 7월 서울시가 주민 삶 곳곳의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목표로 전국 최초로 시작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의 진화 사례로 꼽힌다. 월곡2동주민센터의 박미정 복지팀장은 “평소 빈곤 1인 가구가 많이 사는 고시원 4곳을 집중 방문해 거주자들에게서 어려움이나 지원이 필요한 것에 대해 듣고, 고시원 주인에게 어렵게 사는 분의 추천을 받곤 한다”며 “이런 관계 형성이 고시원 주인의 긴급 연락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의 찾동 사업도 고시원을 주목한다. 고시원의 취약 계층 남성을 대상으로 ‘고시원 남자들이 봉사하는 밥상’(고봉밥)이라는 자조 모임을 만들어, 함께 텃밭 가꾸기, 함께 밥상, 밑반찬 교실·반찬 나눔 봉사 등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회원 여덟이 참여한다.

그런가 하면 2017년 1월부터는 지하·옥탑방·고시원 등 취약 가구에 서면으로 도움을 요청하도록 편지형 안내문을 나눠주면 해당 동 복지플래너가 방문간호사와 함께 방문해 상담하고, 필요한 경우 공공급여 신청 절차를 안내하는 ‘빨간 우체통 사업’을 벌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영등포구에 따르면 2017년 첫해만 90가구가 발굴돼 109건의 지원이 이뤄졌다. 2017년 4월과 12월 보건복지부가 주최하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지원 우수 지자체와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기반 마련 평가 우수 구로 각각 선정되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취약 계층의 주요 접근 지점을 예상해 부동산 중개업소, 편의점, 여관, 피시방 등에 우편물을 배치하고 지역의 대표적 인적 자원인 570여 통장 등을 적극 활용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강북구 수유3동주민센터는 강북구 전체 97곳 고시원 중 38곳이 밀집된 지역 특성을 고려해 ‘고독사 예방 이웃 살피미’ 사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지난해 6월 통장과 지역주민 등 10명으로 이웃살피미를 구성해 주 2회 희망 도시락 배달, 월 2회 음식점 점심 지원, 사회적 관계 형성 프로그램과 자아 존중감 향상 프로그램을 실시해 고독사 예방 대상자 34명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수유3동주민센터에 따르면 40대 여성 강아무개(48)씨는 상담 중 대인기피 증상을 토로해 중·장년 1인 가구 자아 존중감 향상 프로그램에 참여해 긍정적 변화를 보였다고 한다.

양천구 신정3동주민센터에서는 지난해 여름 장기 노숙하던 분의 가족을 찾아주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구에 따르면 서부트럭터미널에 장기 노숙인이 있다는 연락이 와, 담당자가 달려가 보았더니 한눈에도 병색이 완연했다 한다. 동은 곧바로 가족 찾기와 건강 검진을 했다. 시립병원 공공의료단에 의뢰해 응급 진단을 했더니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이 나왔다. 하루빨리 가족을 찾아야 한다고 판단해 지구대의 협조를 얻어 노숙인의 인적사항을 확인한 뒤 여동생과 연락이 닿았다. 여동생은 “1년 전부터 소식이 끊겨 애를 태우고 있었는데 고맙다”고 했다. 노숙인은 만난 지 10일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은평구는 지역의 중심적인 복지관과 인근 3~4개 동을 묶어 5개 권역으로 구를 나누고, 권역 안에서 일어나는 위기 사례를 공유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민관 협력 네트워크를 짰다. 이 가운데 신사1·2동과 역촌동, 신사종합사회복지관이 공동으로 추진한 ‘동이랑 민이랑’ 사업은 지역 안에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지만 활동하지 않는 주민들을 찾아내 그들이 지역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서울시 복지재단 공모에 선정돼 사업비를 받았다.

또한 지난해 말 서울시에서 주관한 찾동 성과 공유회에서 은평구 응암1동은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함께 저소득층 우수 청소년 13명에게 11곳의 지역 사업체에서 진로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청기와’(청소년 이여, 기회다, 와라) 사업으로 찾동 공감 정책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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