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척! 이 조례

학대받는 장애인의 자립 기반 조성

서울시 장애인 인권증진에 관한 일부개정 조례…박마루 서울시의원 대표 발의

등록 : 2018-04-0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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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인 박 의원 “예산 근거 마련”

서울시장, 학대예방 정책 의무화

쉼터 전국 6개 불과, 자립 지원도 부족

박 의원, 임기 끝나면 현장으로 돌아가

지난 3월30일 여의도 이룸센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박마루 서울시의원이 조문순 소장과 함께 학대 피해 장애인의 사회복귀와 자립을 지원하는 ‘위기거주홈’ 사진을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정수(가명)씨는 40대 후반의 지적장애인이다. 2011년부터 5년 동안 그는 24시간 운영하는 중국집에서 하루 17시간을 일했다. 휴가는 없었다. 잠은 식당 테이블 사이에서 잤다. 일하는 동안 주방장에게 국자나 프라이팬으로 수시로 맞았다. 월급은 80만원에도 못 미쳤다. 같이 일하는 비장애인의 30% 수준이었다. 이마저도 그를 중국집에 취업시킨 양어머니 통장으로 들어갔다.

지금 그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며 지난 연말엔 원룸을 얻어 자립했다. 정수씨가 새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인 ‘위기거주홈’의 도움 덕분이다. 위기거주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운영된다. 지난 한 해 동안 위기거주홈은 학대 피해 장애인 20여 명의 자립 생활을 도왔고, 법률·의료·주거·취업 등의 사후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피해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인력을 교육하고, 지역 안 네트워크를 만들기도 한다.

지난 3월7일 서울시의회에서는 학대피해 장애인의 사회 복귀와 자립 생활을 지원하는 의미 있는 개정 조례안이 통과되었다. 박마루 서울시의원(55·자유한국당·비례)이 대표 발의한 ‘서울시 장애인 인권증진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장애인복지법의 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쉼터)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을 조례안에 반영했다”고 말한다.


개정 조례는 장애인 학대 예방과 방지를 위한 정책을 서울시장이 만들도록 했다. 쉼터의 설치와 운영 근거도 명확히 한다. 쉼터가 피해 장애인 보호와 숙식 제공 피해 장애인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심리상담 등 치유 프로그램 제공 신체적·정신적 치료를 위한 지원 일상생활 훈련, 사회참여 활동, 직업 재활훈련 등 사회 복귀와 자립 지원을 하도록 정한다. 쉼터는 사회복지법인이나 비영리법인·단체 등에 위탁해 운영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예산의 범위에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염전 노예 사건’ 등 장애인의 학대 피해가 늘면서 보건복지부가 학대 피해 장애인을 위한 쉼터를 시범 운영했고, 지난해엔 국회가 법적 기반도 마련했다. 하지만 쉼터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학대 피해 장애인을 위한 쉼터는 시범사업 형태로 전국에 단 6개가 설치되어 있다. 쉼터 수를 더 늘리는 것과 더불어 기능도 단기 보호를 넘어 피해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을 지원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높다.

조문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은 “대부분의 피해 장애인이 단기 보호시설인 쉼터에서는 잘 적응하지 못한다. 심지어 다시 가해 현장을 제 발로 찾아가기도 한다.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고, 자립할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대 피해 장애인 지원기관 실무자들도 쉼터가 장애인의 자립 생활의 밑바탕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지난해 이들에게 한 심층면접조사(FGI) 결과, 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가 보호 기능 외에 자립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피해자의 심신 안정을 위한 응급조처와 긴급 지원이 마무리되면 가사, 금융 등 일상생활 지원을 위해 지역사회 내 다양한 자원들과 연계할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모금회가 지원한 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의 위기거주홈 사업은 올해로 마무리된다. 박 의원이 발의한 조례가 만들어져 서울시 예산 확보의 근거는 마련되었다. 박 의원은 “위기거주홈의 성공적인 운영 사례가 있으니, 10대 시의회에서 학대 피해 장애인을 위한 더 따뜻한 배려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체장애인인 박 의원은 어려운 여건에 처한 장애인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현장 목소리에 늘 귀 기울였다. 현장 활동가들의 제안에 그의 답은 “적극적으로 한번 해봅시다”이다. 9대 시의원 활동이 끝나면 박 의원은 현장으로 돌아간다. 복지티브이 사장을 맡아 현장과 함께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전할 계획이다.

글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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