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척! 이 조례

주차면적 줄여 커뮤니티실 키웠다

서울시 공동체주택 활성화 조례…유동균 의원 발의

등록 : 2018-02-2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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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면적 30~50㎡인 공동체주택

0.6대에서 0.4대로 주차 기준 낮춰

4월 착공 여성주택 커뮤니티실 커져

서울시 출입기자단의 ‘2017년 조례상’

유동균 서울시의원이 공동체주택인 여성안심주택이 들어설 중랑구 신내동의 빈터에서 공동체주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왼쪽) 여성안심주택 조감도.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아! 이렇게 적용되는군요.”

지난 14일 서울 중랑구 신내동 243-14번지 일대. 신내 3-3지구 아파트 단지 건너편인 이곳에서 유동균 서울시 의원이 666㎡(202평) 크기의 빈터와 공동체주택 조감도를 비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빈터 뒤편으로 야트막한 산이 이어져 있다.

서울시 소유인 이 터에선 무주택 세대주 여성 예술인과 싱글맘 등에게 임대될 원룸형 공동체주택인 ‘여성예술인안심주택’(여성안심주택)의 건설 공사가 4월부터 시작된다. 여성안심주택엔 전용면적이 31.2㎡(9.4평), 36.4㎡(11평)인 원룸 24세대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런데 이 공동체주택엔 같은 규모의 다세대주택과 눈에 띄게 다른 것이 하나 있다. 바로 1층의 구조다. 건축법 시행령상 전용면적이 30~50㎡인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은 1세대당 0.6대의 주차 공간을 갖춰야 한다. 24세대라면 차량 14대의 주차 공간이 필요해, 1층은 대부분 주차장으로 쓰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성안심주택은 10대가 주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1세대당 0.4대꼴이다. 대신 1층의 남는 공간엔 24평 규모의 널찍한 커뮤니티실이 들어선다. 여성안심주택을 설계한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소행주)의 류현수 공동대표는 “입주자들의 공동체 활동은 물론이고, 이웃 주민들과의 열린 교류에도 쓰일 소중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안심주택이 이처럼 주차장 크기를 줄여 커뮤니티룸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7월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공동체주택 활성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 덕분이다. 조례 제10조는 전용면적이 30~50㎡인 공동체주택은 가구당 0.4대의 주차장을 설치하도록 기준을 낮췄다.

조례는 또 공동체주택을 ‘입주자들이 공동체 공간과 공동체 규약을 갖추고, 입주자 간 공동 관심사를 상시적으로 해결하여 공동체 활동을 생활화하는 주택’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공동체주택의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장이 5년 단위의 기본계획과 연차별 실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공동체주택 건설 택지의 임대 △공동체주택의 관리·위탁 △공동체주택 건설·매입 또는 리모델링 비용의 융자나 보조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 운영비와 인력 지원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제도화했다. 여성안심주택도 이런 뒷받침 덕분에 서울시한테서 땅을 어렵지 않게 빌렸고, 전체 사업비의 상당 부분도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낮은 금리로 지원받을 예정이다. 조례는 아울러 공동체주택 주거문화 확산과 지원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공동체주택 지원센터를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조례를 대표발의한 유 의원은 “서울시가 그동안 공동체주택 지원에 애를 써왔지만 토지 임대 기간, 임대료, 이자 등 여러 면에서 기준이 모호해 어려움이 많았다”며 “조례로 이런 모호함을 정리해 공동체주택이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안정적인 주거 유형으로 자리잡고, 마을 공동체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뜻”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조례는 서울 시민의 삶의 질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고, 유 의원은 지난해 말 서울시 출입기자단이 뽑은 ‘2017년 서울시 조례상’을 받기도 했다.

유 의원에게 상이 돌아갈 정도로 공동체주택에 관심이 많다. 서울시는 주택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고독, 육아 등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공동체주택의 보급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시청 청사에서 공동체주택 박람회를 열었고, 모두 13명의 코디네이터를 배치해 서울에 있는 공동체주택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의 노력에서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중랑구 면목동에 만들고 있는 공동체주택 마을이다. 시가 소유한 면목사거리 일대 15필지(1625㎡·492평)에 ‘책’을 테마로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이 마을엔 8개의 공동체주택을 비롯해 도서관, 도시텃밭 등이 들어설 예정인데, 여러 공동체주택들이 마을에서 어우러지며 어떤 활동을 벌일지 관심이 쏠린다.

이곳에는 공동체주택과 관련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동체주택 지원 허브’도 세워진다. 서울시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노후한 다세대·다가구 밀집지역에 살 자리와 일자리, 지역 공동체가 결합된 지역맞춤형 공동체주택의 모델을 실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도 공동체주택 마을에 큰 기대감을 보였다. 그는 “공동체주택은 물론이고 사회주택 등 어려운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다양한 주거 모델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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