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척! 이 조례

중랑천의 멸종위기 파충류 살리기…100대 좋은 조례로 선정

전국 최초로 특정 생물 보호 조례 제정한 노원구의 ‘멸종위기 표범장지뱀 등 야생생물 보호 조례’

등록 : 2017-07-1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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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 표범장지뱀 서식지 안내판 앞에 선 정성욱 노원구의회 의원. “생태계 복원 노력은 미래를 위해 더는 미룰 수 없는 꼭 필요한 걸음”이라고 말한다. 노원구의회 제공
“중랑천의 표범장지뱀은 환경 훼손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을 시작한 인간에게 자연이 준 선물이죠.” 노원구의회는 2015년 6월25일 ‘멸종위기 표범장지뱀 등 야생생물 보호 및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조례’(이하 표범장지뱀 조례)를 제정해 공포했다. 특정 생물 보호 조례로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였다.

조례가 공포된 지 2년여가 흘렀다. 조례 제정을 이끈 정성욱 의원(노원구의회 도시환경위원회 부위원장)에게 변화를 물었다. 답은 노원구가 그동안 기울여온 환경보호 노력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됐다.

“노원에코센터 설립, 에너지제로하우스 실증단지 조성, 태양광 보급사업, 지구의 길 조성 등 노원구가 한 일들은 지자체 환경 정책의 모범이라 할 만합니다. 표범장지뱀 조례는 노원구의 이런 노력으로 구민들의 환경의식이 높아졌기에 가능했던 일일 겁니다.”

조례 제정의 시작은 2009년 ‘북부환경정의중랑천사람들’(이하 중랑천사람들)이 표범장지뱀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멸종위기 2급 생물인 표범장지뱀이 중랑천에서 발견된 건 의외였다.

중랑천사람들은 2010년 강원대학교와 공동조사로 벌여 적어도 표범장지뱀 100여마리가 중랑천에 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서울시와 노원구에 이 사실을 알렸지만 별다른 조처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환경교실과 <표범장지뱀의 집들이> 상황극 공연 등으로 서식지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만 해왔지요.” 박서정 중랑천환경센터장(전 중랑천사람들 사무처장)의 설명은 조례 제정의 직접 계기가 된 회식 모임으로 거슬러올라갔다. “2014년 중랑천사람들 모임을 마치고 정 의원도 참석한 자리에서 농담처럼 조례를 만들어보자고 했는데 정 의원이 마침내 해낸 거죠.” 특정 생물 서식지 보호는 법적 근거가 필요했다. 정 의원이 나선 이유다.

“전문가를 만나고 관련 자료도 찾고 유사 조례도 참고하고….” 6개월의 노력 끝에 조례 초안이 완성됐다. 주민설명회도 여러번 열었다. 구 행사마다 부스를 설치해 주민들의 의견을 모았다. 800여 구민이 지지 서명으로 힘을 실어주었다. 공청회도 열었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노태호 박사는 “도심 생물종다양성 복원 노력이 결국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라며 조례 제정에 의의를 부여했다.

조례는 의회 전체의 찬성으로 확정됐고 공포됐다. 조례가 공포되자 서울시가 움직였다. 현장조사를 거친 시는 중랑천 녹천교에서 상계교 왼쪽 둔치 2만3506㎡를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서울시 고시 2016-136호)했다. ‘중랑천 둔치 주변 자전거도로 및 주민 편의시설, 경작 행위 등으로부터 표범장지뱀 서식처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보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달렸다. 중랑천 인근 환경정책이 사람 중심에서 자연과 공존하는 방향으로 바뀐다는 의미였다. 더불어민주당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는 표범장지뱀 조례를 2016년 100대 좋은 조례로 선정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계기로 현실정치에 참여하게 됐다는 정 의원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구의원 활동 3년간 그는 노원구의회에서 가장 많은 조례를 발의한 의원으로 평가받는다.


‘노점상 자립지원을 위한 기금 설치 및 운용’ ‘어린이교통공원 운영’ ‘생활소음 저감 실천’ ‘민주시민 교육’ ‘문해 교육 지원’ 등 정 의원이 지금까지 발의한 조례 13건(공동발의 2건) 대부분은 약자들의 행복한 삶을 지향한다.

“아직 노원구는 야생생물보호구역을 운용할 수 있는 역량을 완전하게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서울시에서 예산도 지원되고 하니 가장 중요한 모니터링 활동을 정례적으로 할 수 있을 겁니다. 자전거도로로 인한 로드킬 방지 대책, 준설로 인한 서식지 파괴 방지 등 할 일이 많습니다.” 정 의원은 이달 중에 구 집행부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표범장지뱀 보호를 위한 실천계획 수립을 주관할 예정이다.

윤승일 기자 nagneyoon@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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