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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뿌리내려 시민이 체감하는 사회적 경제 돼야”

서울시 2기 사회적 경제 정책 방향은 어디로 가야 하나?

등록 : 2017-06-2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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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사회적기업들은 사회문제를 사업(비즈니스) 방식으로 푸는 노력을 이어왔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민관 협력형 사회적 경제 모델을 만들어 추진해왔고, 올해 2기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른 지방정부들은 물론 새 정부에서도 서울시의 사회적 경제 정책을 본받으려는 움직임이 커졌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시의회 회의실에서 공공과 민간 부문이 함께 사회적 경제의 변화를 살펴보고, 서울시의 2기 사회적 경제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좌담회가 열렸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그동안의 사회적 경제 흐름과 민관 협력 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2기 5개년 계획을 통해 사회적 경제가 지역공동체에 뿌리내려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사회적 경제의 규모를 늘리고 협업화를 촉진하는 것과 함께 사회적 금융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은애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사회)
이인재 한신대 교수
이윤희 서울시의원
김정열 서울시 사회적경제민관정책협의회장
유연식 서울시 일자리노동정책관
참석자(가나다순):김정열 서울시 사회적경제민관정책협의회장(사회적기업 리드릭 대표), 유연식 서울시 일자리노동정책관, 이윤희 서울시의원, 이인재 한신대 교수, 이은애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사회)

사회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뒤 10년 동안 서울의 사회적 경제 성과는?

유연식 정책관 서울시는 2012년 사회적 경제 종합지원계획을 세웠다. 다음 해에는 중간 지원조직인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사회적경제기업의 경영 지원, 공공구매, 인재 양성, 자치구 지원 체계 구축 등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했다. 지난 5년간 서울시 사회적경제기업 수는 4.6배 늘었고, 고용 인원과 매출은 2012~2015년 동안 두배 이상 늘었다.

김정열 회장 서울시의 사회적 경제 정책의 성과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사회적 경제 분야가 상당히 확장되었다. 사회적기업은 물론 협동조합, 자활기업, 마을기업 등 흩어져 있던 조직들을 사회적 경제로 묶어낸 것이 큰 힘이 되었다. 다른 하나는 정책이 상향식으로 이뤄진 점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정책이 하향식으로 이뤄진 데 반해, 서울시의 사회적 경제 정책은 현장의 사회적 경제 활동가들, 기업가들, 부문별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상향식으로 정책이 만들어져 시행되었다.


사회 서울시 사회적 경제 정책이 다른 시도와 새 정부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평가받는데, 장점과 보완점은 무엇인지?

유연식 민관 협치 모델이 가장 큰 장점이다. 서울시가 사회적경제지원센터라는 중간 지원조직을 만들어 사회적경제조직들의 협력과 연대의 장을 마련하고, 민관정책협의회를 통해 주요 정책을 협의하는 구조를 만들어 현장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이는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에 좋은 영향을 줬다. 서울시 모델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센터를 찾는 국내외 방문객이 4400여명에 이른다.

이윤희 의원 서울시의 사회적 경제 정책은 행정 주도가 아니라 시민이 주체가 되도록 방향을 잡았다. 시민이 스스로 동네 문제를 풀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사회적 경제 정책을 펼쳐갈 때 양적 성과보다는 그 안에서 풀어낸 가치가 뭔지를 봐야 한다. 지원 방식도 이런 측면에서 설계해야 한다.

이인재 교수 연구자 편에서 보면 두 가지를 보완했으면 한다. 먼저, 서울시가 사회적 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을 했지만 다양한 방면으로 확산하는 데는 여전히 부족했다. 각종 실험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금융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사명(미션)에 근거해 지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홀몸노인을 위한 협동화 사업을 지원하는 경우 노령화라는 사회문제에 대해 청년들이 새로운 해결 방식을 만들어낸다는 미션을 주고 이를 지원하는 것이다.

김정열 사회적경제기업들 편에서는 중앙정부가 할 수 없는 제도 혁신을 서울시와 시의회가 해주었으면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은 개별 사회적기업들이 인수 합병을 하면 그동안 인증받은 게 없어지거나 업력 승계가 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는데, 이런 제도를 개선을 해주는 것이다.

이인재 사회적기업들의 성장 단계에 맞춰 육성해야 한다. 혁신기금 등으로 유연하게 지원하면 도전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현재 사회적경제특구 사업 규모는 너무 작다. 스케일업(규모화) 되어야 한다. 사회적기업에도 규모 있는 지원이 있어야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사회 공공적인 일에는 형평성과 공정성이 중요하다. 시의회에서는 지금보다 규모 있는 사회적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가?

이윤희 선택과 집중이라고 본다. 안으로는 서울시 전체 부서의 행정과 예산에 사회적 경제가 연결되어야 한다. 시 행정에서 부서 간 칸막이를 걷어내고 적재적소에 지원해야 한다. 밖으로는 지방분권으로 자치입법권이 강화되어 조례가 법규에 준하는 효력을 가지면 지방정부가 소신껏 정책을 펼 수 있다고 본다.

이인재 실제 화성시는 시장 직속으로 사회적 공동체 담당관실을 두고 모든 부서가 협력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유연식 서울시가 사회적 경제 정책을 앞장서서 펼치고 있지만, 사회적 경제 업무 담당자 외 다른 실국의 협조와 이해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공공구매에서 현재의 입찰제도는 사회적경제기업이 쉽게 공공구매시장에 들어와 성장할 수 있도록 개선이 돼야 한다. 규모화, 협동화 혁신 사업, 그리고 디자인이나 물류 등의 지원에도 획기적 개선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사회 서울시의 사회적 경제 2기 5개년 계획에서 중점 둬야 할 부분은?

이인재 대상, 영역, 지역의 특성에 맞게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예컨대 디지털 세대인 청년들과 소통할 때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야 하고, 기술 관련해서는 권역별로 생태계를 차별성 있게 만드는 것이다.

김정열 당사자 협의체로서 사회적경제기업의 네트워크가 잘 만들어져 운영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네트워크가 약해지면 사회문제를 꾸준하게 해결하기 어렵다.

이윤희 생활 속에서 새로운 방식이나 개념의 일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시민활동가가 나올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다면 이들이 새로운 직업군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 시민들이 이 직업군에 들어와 활동할 수 있도록 교육도 해주고 활동할 수 있게 지방정부가 촉진제 구실도 해야 한다.

이인재 백세 시대에는 내가 사는 지역이 나를 돌보고, 내가 누군가를 돌보는 방식이 지역을 살기 좋은 공동체로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

김정열 지방정부의 지원이 실제 효과를 내려면 적정 수준이 되어야 한다. 2기 계획을 세울 때 영역별, 업종별로 지원 대상과 지원기관을 조정해야 한다.

사회 사회적 경제가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기 위해 필요한 변화는?

이인재 어릴 때부터의 교육이 중요하다. 청소년들 진로교육에서 사회적 경제에 대해 직업으로서의 전망과 더불어 사는 사회의 필요성을 교육할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김정열 집수리 협동조합처럼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게 사회적경제기업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더 많이 내놓아야 한다.

유연식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실제 현장에서 사회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 시민들에게 더욱 잘 정리해서 알려야 한다. 공공은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려 한다.

이윤희 전환할 때가 왔다. 5년 전 서울시가 사회적 경제 정책을 시작할 때에 견줘 지금은 시민의식이 많이 성숙해졌다. 행정, 시의회, 지원기관들은 시민 참여를 새로운 동력으로 삼았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이 주인공이 되도록 정책들이 진행되어야 한다. 향후 5년의 서울시 사회적 경제 정책이 이런 비전으로 갈 수 있었으면 한다.

정리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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