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실날실

마을에 행복을 주는 단골카페

우리동네나무그늘

등록 : 2017-03-23 14:45 수정 : 2017-04-2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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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마포구의 ‘우리동네나무그늘’에서 개업 잔치를 열고 있다. 우리동네나무그늘 제공
“술집이건 밥집이건 찻집이건 단골집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게다가 그 집이 오래되었거나 적어도 앞으로 오래될 것이라면 그 행복은 더욱 커진다.” 건축가 황두진이 찬양한 단골집의 매력이다. 내 취향과 기분을 알아서 커피를 내놓는다. 당장 주머니가 비었어도 부담 없이 외상을 그을 수 있다. 오래 죽치고 있어도 딴지 걸지 않는다. 손님까지 그 집의 풍경이나 소품이 되는 단골집. 단골집에서는 공간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간다.

카페 ‘우리동네나무그늘’ (이하 나무그늘, 마포구 백범로113-1 2층, 02-6408-5775) 역시 마포구 염리동 주민들의 단골집이다. 2011년 7월에 울림두레생협, 장애인자활센터 등 단체 10곳과 개인 25명이 공동 출자해 설립하여 200여 명까지 조합원을 늘렸다. 나무그늘은 다양한 동아리 활동, 주민 생활 강좌를 비롯해 마을의 소통 공간이자 사랑방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마을축제가 열렸고 생활상담센터가 꾸려졌다. 2012년에는 서울시 선정 우수마을 만들기 단체에, 2013년과 2014년에는 서울시 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동네 단골집도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을 피할 수는 없었다. 200여 명의 조합원과 함께 카페 이상의 마을 커뮤니티로 성장한 나무그늘이었지만, ‘조물주 위 건물주’를 이길 수 없었다. 첫해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200만원으로 출발한 공간은 해마다 9% 임대료 인상을 거쳐 지난해에는 월세가 310만원까지 올랐고, 나가기 전에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330만원까지 요구받았다. 건물주의 명도소송이 있었고, 조정 기간과 긴급열린이사회 등을 거쳤다. 나무그늘은 계속 이슈를 제기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고 지난해 12월 서울 시민자산화대회에서 시민자산화 1호로 선정됐다.

그러나 결국 새로운 공간에 둥지를 틀기로 했다. 지난 2월21일에는 6년여의 첫 여정(시즌1)을 마치는 파티가 열렸다. 단골손님들은 둘러앉아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각자 보유한 사진 한 장씩을 꺼냈다. 주민들과 조합원들의 단골집이 멀리 갈 순 없는 노릇. 근처에 공간을 얻고,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노동품앗이를 해가며 새 공간을 꾸몄다. 6년여 쌓은 ‘쓰레빠찍찍 밤마실음악회’, 마을극장 무지개와 공동체 상영, 소소한 동아리들과 생활 강좌, 공연과 행사, ‘CMS 끝장파티’ 등은 시즌2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박영민 상무는 "임시로 옮긴 공간이지만 시민자산화라는 과제가 남아 있으니 조합원들과 함께 시민자산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해보고 싶다"며 "장기적으로는 나무그늘이 앵커 시설처럼 작동하고, 마을 차원의 관계망을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이준수 소셜카페협동조합 노동자 jslyd012@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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