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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구 구의회 의장, 인생이모작 지원 조례 ‘엄지 척’

발간 1돌 기념 구의회 전수 조사 구의회 의장 11명이 추천

등록 : 2017-03-09 16:45 수정 : 2017-03-1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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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앤돌핀 스튜디오 andorphine.kr
서울의 25개구 기초의회(구의회)가 발의해 제정한 조례 가운데 주민의 삶이 나아지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조례는 무엇일까? <서울&>이 발간 1돌을 기념해 서울 25개구 기초의회 의장(구의장)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동작구의회의 ‘중·장년층 인생이모작 지원에 관한 조례’(인생이모작 지원 조례)가 으뜸으로 뽑혔다.

이번 조사는 제7대 25개구 구의회가 전반기(2104년 7월~2016년 6월)에 새로 발의한 조례 306개 중 생활 밀착성, 구체성(실행될 수 있는지), 효과성(다른 구에서도 마련할 만한지) 3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선정한 13개 조례에 대한 추천 방식(3개 복수)으로 이뤄졌다. 21개구 구의장들이 응답을 했고, 이 가운데 11명이 인생이모작 지원 조례를 추천했다.

인생이모작 지원 조례는 서정택 동작구의원이 대표 발의해 2015년 11월부터 시행됐다. 지역 중·장년층(40~65살)이 은퇴 등으로 새 인생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제도와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만든 조례이다.

동작구는 실제 이 조례에 근거해 지난해 1월 동작50플러스센터를 열어 주민들에게 교육, 여가, 사회공헌, 일자리 창출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동작구에 있는 회사나 단체(10~20명 내외)를 직접 찾아가 인생 설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찾아가는 인생이모작 교실’도 연다. 또한 유능한 경력을 갖춘 중·장년층을 활용해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인성지도사, 방문학습교사 양성 등의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센터는 지역주민 간의 동아리 활동도 적극 장려해 우수 동아리에 공간이나 활동비를 지원한다. 지난 한 해 동안 4만 명가량의 주민이 센터를 이용했고, 23개 동아리에 27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에도 5300여 명이 참여했다.

조동탁 강동구의장은 “중·장년층 퇴직자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실효성을 높여, 제2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생활 밀착형 조례”라고 추천 이유를 꼽았다.

양천구의회의 ‘공공시설의 유휴공간 개방 및 사용에 관한 조례’(유휴공간 개방 조례)와 송파구의회의 ‘청소년 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 설치·운영 조례’(청소년 진로직업체험 조례)도 각각 구의장 7명의 추천을 받았다. 이동만 양천구의원이 발의한 유휴공간 개방 조례는 공공시설 관리 책임자에게 시설 관리 지침을 보여주고, 주민에게는 유휴공간 이용에 책임감을 주자는 게 골자다. 현재 양천나눔누리센터와 양천구진로직업체험센터가 이 조례에 근거해 주민들에게 공간을 개방하고 있다. 정병재 금천구의장은 “행정기관의 유휴공간을 폭넓게 활용해 주민 우선의 행정을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법이 될 수 있다”고 추천했다.

유정인 송파구의원이 만든 청소년 진로직업체험 조례도 시선을 끌었다. 청소년들이 개인의 소질이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례다. 이 조례에 근거한 송파구청 별동 2층 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는 사무실과 프로그램실, 북카페, 상담실을 갖추고 공공기관과 협력해 현장·직업 체험 프로그램도 연다. 성흠제 은평구의장은 “대학입시제도에 얽매여 자신의 재능을 탐구할 시간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다양한 직업을 체험하며 개인의 능력과 적성을 일찍 파악해 진로 선택의 폭을 넓혀가게 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건강 등 지역주민 개개인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역 전체가 함께 풀어가기 위한 조례도 구의장들의 추천을 많이 받았다. 박만선 금천구의원은 65살 이상 지역 어르신의 건강관리와 체력 유지, 서울 평균보다 높은 지역 초등생 비만율을 구청이 적극적으로 해결한다는 취지에서 ‘주민 체력 증진 지원에 관한 조례’를 발의했다.

서울 구의회가 만든 생활밀착형 조례들이 시행되면서 주민들의 삶이 달라지고 있다. 동작50플러스센터의 ‘5060 아버지 요리교실’. 동작50플러스센터·동작구청 제공
금천체력인증센터의 건강체조교실. 금천체력인증센터·금천구청 제공
이 조례 제정으로 체력인증센터는 더 활발하게 운영되어 지난 한 해 구민 6600여 명이 체력 측정과 운동 처방을 받았다.

강북구에는 배움의 기회를 놓쳐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는 교육 소외계층이 적잖아, 교육기본법과 평생교육법으로 구청 교육사업을 펼쳐왔다. 박문수 강북구의원은 대상자를 더 넓히고, 예산과 공공시설 이용 등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성인 문해교육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다. 길용환 관악구의장은 “교육 기회를 얻지 못한 어르신들과 결혼이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을 해소해주고 삶의 질을 향상한다는 점에서 좋은 조례다”라고 추천했다.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의 장애인, 어르신, 영세 노점상인 등을 위한 맞춤 조례도 추천을 많이 받았다. 노원·강동구의회의 장애인기업 지원,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설립과 운영, 장애인 보장구 지원 등의 조례 등이 이에 해당한다.

65살 이상 어르신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은 은평구는 보행이 어려운 어르신들의 불편을 덜어주고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게 ‘노인 성인용 보행기 지원 조례’(신성진 의원)를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영세 노점상인이 많은 노원구에서는 노점상 단속 과태료를 기금으로 만들어 이들이 전업할 수 있도록 대출과 직업교육비 등을 지원하는 ‘노점상 자립지원을 위한 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정성욱 의원)가 만들어졌다.

이번 조사에서 기초의회 신규 발의 조례안 가운데 정부 지침이나 상위법에 따라 제정했거나 다른 구 조례를 베낀 것 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을 위한 생활 밀착형 조례(46.3%)는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구의원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서 주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새 조례를 만들려면 많은 노력과 품이 드는데, 지원 인력이 없는 등 현실적인 여건이 여의치가 않다”며 입법 활동의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이기우 인하대 교수는 “구의회가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조례 제정 등 의정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기관들과 공동 발의하거나 집행기관인 구청에 위임 발의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밀착 조례 뭐가 있나

동작 중·장년층 인생이모작 지원에관한 조례

양천 공공시설의 유휴공간 개방 및 사용에관한 조례

송파 청소년 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 설치·운영 조례

금천 주민 체력 증진 지원에 관한 조례

노원 장애인기업 활동 지원 조례

강북 성인 문해교육 지원에 관한 조례

노원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운영에 관한 조례

은평 노인 성인용 보행기 지원 조례

서대문 입양가정 지원에 관한 조례

노원 노점상 자립지원을 위한 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성동 장애인 보장구 수리비 지원 등에 관한 조례

도봉 건축물관리자의 제설제빙에 관한 조례(송파·강북)

서초 성년후견제도 이용 지원에 관한 조례(양천)

(서울 구의장들의 추천을 많이 받은 순)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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