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운 좋게’ 아닌, ‘근거 있는 합격’이라 뿌듯”

청년 취업 통합 지원하는 용산구 ‘광역일자리카페’

등록 : 2024-03-21 15:30 수정 : 2024-03-22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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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광역일자리카페 도움으로 취업에 성공한 최서희(왼쪽)씨가 12일 박상미 상담 매니저를 만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있다.

인공지능 활용 맞춤형 취업 컨설팅

꼼꼼한 상담과 현직자 멘토링·특강

필요한 부분 족집게처럼 콕 짚어줘

“청년이 어깨 펴고 살 수 있게 지원”

“매니저님이 꼼꼼하게 잘해줘서 합격했어요. 고맙습니다.”(최서희) “서로 믿고 잘 따라줘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이죠. 축하해요.”(박상미)

취업준비생 최서희(30)씨가 12일 용산구 광역일자리카페에서 박상미 상담 매니저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최씨는 지난해 11월 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찾고 있었다. 정작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해 외국계 회사에서 인사 담당자로 일해보고 싶었어요.”

최씨는 12월 말까지 30여 곳에 입사 지원서를 내고 면접을 봤다. 하지만 번번이 떨어지기 일쑤였다. “기업 분석이나 직무 분석 없이 무작정 인사 관련자 모집이라고만 뜨면 모조리 지원했어요. 면접 보고 떨어지고, 면접 보고 떨어지기를 반복했어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던 최씨에게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용산구 광역일자리카페가 눈에 띄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내용이 알차게 잘돼 있는 것 같아 곧바로 상담 신청을 했다.

“채용의 에이(A)부터 제트(Z)까지 모두 해줬어요. 상담부터 직무·진로 분석, 자기소개서 작성 방법과 면접 노하우 등 큰 도움이 됐죠. 실제로 꼭 필요한 부분을 콕콕 짚어줬어요.” 최씨는 “내가 가고 싶은 분야와 회사를 살펴보고 내가 갖춘 자격증이라든지 능력이나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보완할 점을 바로 알려줬다”며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그동안 잘 준비하고 있는지 단계마다 꼼꼼하게 점검받았다”고 했다.

최씨는 지난 6일과 7일 독일계 기업에서 두 차례 면접을 보고 8일 최종 합격 연락을 받았다. “무척 기뻤죠. 그동안 맞춤 지원 전략이 제대로 들어맞은 거죠.” 최씨는 “면접 전날에도 호되게 모의 면접을 했는데, 절반 넘게 실제 면접 내용과 일치했다”며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게 아니라 ‘근거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어 더욱 뿌듯하다”고 했다.

용산구는 지난 2월 한강로3가 용산청년지음 안에 청년 취업을 통합 지원하는 광역일자리카페를 열었다. 전문 상담사 2명이 상주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상담과 맞춤 컨설팅을 한다. 또한 맞춤형 취업 컨설팅을 비롯해 차세대 진로 탐색, 취업 역량 교육, 청년 스튜디오 취업 지원 등 4개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한다. 맞춤형 취업 컨설팅은 먼저 개인의 진로, 직무 역량, 준비 정도를 알 수 있는 취업진로진단검사를 한 뒤 이 결과에 따라서 일대일 맞춤형 취업 준비 컨설팅을 한다. 이를 통해 자기소개서 작성 능력과 면접 역량을 높여준다. 또한 인공지능(AI) 채용 방식에 맞춰 인공지능을 활용한 면접 등 실전 훈련도 한다.

용산구 광역일자리카페가 있는 청년 시설 용산청년지음.

취업역량교육으로 직무 적성 검사, 기초 직무교육,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말하기, 면접 실습, 직무별 자격증 취득, 엑셀과 파워포인트 실습 등을 통해 청년에게 취업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 차세대 진로 탐색은 유망한 10개 분야 현직자가 직접 특강을 하고 멘토로 참여해 다양한 실무, 취업 지식과 간단한 정보를 알려준다. 현직자에게 취업에 가장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이론만으로 알 수 없는 생생한 이야기로 현장 이해도를 높여 취업 의욕도 높인다. 매달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는 ‘프사데이'도 운영한다. 정장도 빌려주고 직무나 기업에 맞춘 이력서 사진을 만들어준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질문과 상담을 통해 취업준비생에 대해 파악합니다.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보완할 수 있도록 합니다. 회사에 어필할 수 있도록 지원자의 특장점을 살려 스토리텔링 형식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죠. 그래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줘야 합니다.”

박상미 매니저는 취업준비생의 역량 파악, 직무 분석을 한 뒤 지원 분야에 맞는 자기소개서 작성부터 면접까지 전 과정을 도와준다. “취업 준비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1년이나 그보다 더 오래 봐야 하죠. 그런데 대부분 취업준비생은 한 번 상담하고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더라고요.” 박 매니저는 “서로가 처음 만나는 것이라 알아가는 데만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서로 신뢰를 쌓고 자주 만나 준비하면 제대로 된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취업준비생이 한 번에 취업하면 좋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계속 면접에 떨어지면 의기소침해지고 자신감도 떨어진다. “의욕이 떨어져 힘든 시기일 때 성취감을 높일 수 있는 작업으로 자신감을 채우는 게 중요해요.” 박 매니저는 “공부뿐만 아니라 청소나 설거지 등 사소한 것이라도 목표를 달성하면 성취감을 느낀다”며 “그러다보면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그래서 박 매니저는 자신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감사 일기 쓰기’를 추천했다. 박 매니저는 “‘날씨가 좋아서 감사하다'든지 ‘커피 한잔 마셔 감사하다'든지 매일 한두 줄씩만 써도 시간이 지나면 그게 쌓인다”며 “나중에는 그것만 봐도 뿌듯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용산구는 서울시 평균에 비해 2030세대 비율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청년 세대가 결혼도 하고 육아도 하며 지역에 거주할 수 있도록 청년 취업, 창업, 관계망 형성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발굴해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청년 정책을 심의하는 청년정책위원회와 청년이 직접 청년 정책을 발굴하고 기획하는 청년정책네트워크도 운영한다. 청년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청년과 다양한 세대가 교류하면서 지역에 정서적 기반을 만들 수 있도록 ‘세대 공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사회 초년생이 된 청년을 위해 주거 정책, 금융 상식, 건강 습관, 균형 잡힌 식단 관련 강좌도 개설한다. 5월부터는 국가자격증이나 어학시험 응시료도 1인당 10만원까지 지원한다.

한민후 용산구 일자리정책담당관 청년정책팀장은 “이 시대 청년들은 취업난뿐만 아니라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취업 외에도 창업, 주거, 커뮤니티 등 다양한 지원으로 청년이 어깨를 곧게 펴고 살 수 있는 용산구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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