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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희망차’, 장애인·노약자·일시적 교통약자의 발이 되다

내년 4월까지 1년 더 연장 운행하는 ‘서대문희망차’ 동행기
서대문구-카카오모빌리티, 지난해 4월부터 무료 운행 시작

등록 : 2023-06-2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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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고 예약 시간 잘 지켜 인기…“운행 차량 늘려 주세요”

올해 5월 기준 연 2970명이 이용

장애인·고령자 병원 가는 데 유용

“내년 이후에도 계속 운행 원해요”

서대문구와 카카오모빌리티가 협력해 지난해 4월부터 서대문에 거주하는 교통약자를 위한 ‘서대문희망차’를 운행하고 있다. 두 기관은 이용자들의 호평이 이어져 내년 4월까지 운행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16일 오후 3시30분께 서대문희망차가 은평구 역촌동에 있는 한 아동발달센터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노두헌 운행팀장이 임영찬(가명)군이 탄 휠체어를 차 안으로 밀어 넣고 있다.

16일 오후 2시, 서대문구 현저동 독립문공원길 독립문극동아파트로 흰색 차량이 들어왔다. 운전한 노두헌 ‘서대문희망차’ 운행팀장이 차에서 내려 기다리고 있던 김춘희(69)씨를 부축해 차에 태웠다. 건강이 좋지 않은 김씨는 이날 서울대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는 데 서대문희망차를 이용했다. 혼자 사는 김씨를 돕기 위해 요양보호사 정윤희씨가 동행했다. 서대문희망차는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장애인,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노약자, 부상 등으로 마음대로 이동할 수 없는 일시적 교통약자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교통 서비스다. 지난해 4월 서대문구와 카카오모빌리티가 협력해 운행을 시작했는데, 내년 4월까지 운행 기간을 연장했다. 이날 기자도 함께 서대문희망차에 올라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 아픈 곳이 없어요.” 정 요양보호사는 최근 김씨의 건강이 더 나빠졌다고 했다.

“어제 서울대병원에서 검사했는데, 뇌에 3㎝ 정도 되는 종양이 발견됐어요. 의사가 1년 정도 두고 보자며 손이 떨리거나 마비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했어요.”


김씨의 몸은 한마디로 ‘종합병동’이다. 치매, 뇌종양, 우울증에 호흡 곤란도 겪는다. 게다가 허리와 무릎이 좋지 않아 오래 걷지 못하고 귀도 어두워 큰 소리로 말하지 않으면 잘 알아듣지 못한다. 김씨는 이날 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에 갔다. 15일에는 신경외과를 다녀왔고, 22일에는 알레르기내과에 다녀왔다.

노두헌 운행팀장이 임영찬군이 탄 휠체어를 움직이지 않게 고정했다.

김씨는 지난해부터 병원에 갈 때 정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서대문희망차를 이용해오고 있다. 정 보호사는 “서울대병원 갈 때만 한 달에 1~2회 정도 이용하고, 집 가까운 작은 병원에 모시고 갈 때는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이용한다”고 했다. “서울대병원까지 택시로 가면 아무리 못 줘도 1만원 넘게 나와요. 어르신이 나라에서 50만원 정도 받는데, 그 돈으로 택시 타고 하면 너무 부담스럽잖아요.” 정 보호사는 “어르신이 돈을 아낄 수 있도록 열심히 서대문희망차를 부른다”며 “택시 타는 것보다 훨씬 믿을 수 있고 친절해 좋다”고 했다.

하지만 정 보호사는 점점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쉬웠는데, 두 대뿐이라서 그런지 예약하기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3개월 정도 쉬다가 혹시나 싶어 다시 신청했더니 이번에 됐죠.” 정 보호사는 “주 3회까지 이용할 수 있는 횟수를 좀 더 늘려 이용할 수 있게끔 하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정 보호사는 서대문희망차가 운행을 멈출까 걱정했다. “이걸 한번 이용하면 앞으로 계속 꾸준히 이용하게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게 1년만 다시 연장이 됐더라고요.” 정 보호사는 “아예 처음부터 이용하지 않았으면 모를까, 잘 이용하다가 슬며시 사라질까 은근히 걱정스럽다”며 “앞으로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신경 써주면 좋겠다”고 했다.

교통약자인 김춘희씨를 태우러 온 서대문희망차가 서대문구 현저동 독립문공원길 독립문극동아파트에 주차했다.

서대문희망차는 김씨의 집에서 출발한 지 25분 정도 지난 2시35분께 서울대병원에 도착했다. 노 운행팀장이 김씨가 안전하게 내릴 수 있도록 바닥에 발판을 놓았고, 정 보호사는 병원 입구에 있는 휠체어를 가져왔다. 정 보호사와 휠체어를 탄 김씨는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병원으로 들어갔다.

김씨를 서울대병원에 내려준 서대문희망차는 은평구 역촌동에 있는 한 아동발달센터로 향했다. 오후 3시25분께 아동발달센터가 있는 건물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예약한 시간보다 5분 정도 먼저 도착해 예약자를 기다렸다. 3~4분 정도 기다렸더니, 권나영(가명·40)씨가 아들 임영찬(가명·8)군을 태운 휠체어를 밀고 나타났다. 노 팀장이 휠체어가 차에 오를 수 있도록 휠체어 진입판을 내렸다. 노 팀장은 임군이 탄 휠체어 양쪽에 안전줄을 연결한 뒤 천천히 휠체어를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권씨가 “희망차는 무척 친절해서 좋다”며 노 팀장을 칭찬했다.

연희동으로 갔다. 1급 장애인인 임군은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은 알아듣지만 말을 하지는 못한다. “매일 학교도 가야 하고 병원도 가야 하고 치료실도 가야 해요.” 어머니 권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서대문희망차를 일주일에 1회 정도 이용한다”며 “장애인 콜택시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희망차가 더 믿음이 간다”고 했다.

서울대병원에 도착한 김춘희씨가 노두헌 서대문희망차 운행팀장의 부축을 받으며 차에서 내리고 있다.

“요즘은 좀 나아지긴 했는데, 코로나19 이전에는 장애인 콜택시를 타려고 3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어요. 배차가 밀려서 집까지 1시간 거리를 5시간 걸려 간 적도 있어요. 그렇게 변수가 많아요.” 일반 교통약자와 달리 장애인인 임군은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기본요금(5㎞) 1500원에 5~10㎞까지는 1㎞마다 280원이 추가될 정도로 요금이 저렴하다. 하지만 권씨는 “장애인 콜택시는 비용만 생각하면 큰 부담 없이 탈 만하지만, 대기 시간이 길고 들쭉날쭉하다”며 “원하는 시간에 맘대로 이용할 수 없어 무척 불편하다”고 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저나 아이나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지죠.” 권씨는 “그런 장애인 콜택시에 비해 희망차는 원하는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하지만 권씨는 언제부턴가 서대문희망차 예약이 힘들어졌다고 했다. “경쟁이 무척 치열해요. 예약하기 쉽지 않아요.” 권씨는 “희망차가 두 대뿐이라서 예약하기 어렵다”며 “운행 차량을 늘려주고, 당일 예약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어느덧 목적지인 임군 집에 도착했다. 노 팀장이 다시 임군을 차에서 내리자 권씨는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임군과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서대문희망차도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서대문희망차는 특장차 두 대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8시30분~오후 4시30분 서울 전역을 다닌다. 일주일에 3회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휠체어를 탄 채로 차에 오를 수 있다. 회원 가입 뒤 예약해야 하는데, 일주일 전 오전 6시부터 누리집에서 신청할 수 있고, 오전 9시부터는 전화로도 신청할 수 있다.

노두헌 운행팀장이 목적지에 도착한 뒤 다음 예약을 확인하고 있다.

서대문희망차는 지난 1년 동안 장애인은 물론이고 서울시의 장애인 콜택시나 병원 동행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없는 일시적 교통약자, 장애등급이 없는 노약자도 이용할 수 있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5월 기준으로 회원 364명, 연 이용 인원 2970명, 월평균 240명이 이용했다. 장애인(42%), 고령자(40%), 일시적 교통약자(18%) 순으로 많이 이용했는데, 가장 많이 이용한 목적지는 병원(이용자의 69%)이었다. 이용자 연령은 60~80대가 70% 이상 차지했다.

김성임 서대문구 지역돌봄사업단 서대문희망누리 팀장은 “이용자가 많은 데 비해 차량이 적어 이용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더 많은 차량이 필요한데,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대문희망차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기부금으로 서대문구 지역돌봄사업단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김 팀장은 “서울에서 교통약자를 위한 무료 교통 서비스를 하는 곳은 서대문구가 유일하다”며 “많은 분이 서비스가 계속 유지되기를 원하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내년 이후에도 운행을 계속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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