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창동역 고가 아래서 ‘LP 멍’ 즐겨봐요

도봉구 LP 음악감상실 ‘오픈창동 레코즈’

등록 : 2023-02-16 15:29

크게 작게

요즘은 ‘불멍’이다 ‘물멍’이다 하면서 산으로 바다로, 각자의 이유로 떠난다. 도심과 떨어진 자연에서 타오르는 장작불을 보며 여유를 즐기는가 하면 탁 트인 바닷가에서 일상의 고됨을 잠시 잊곤 한다. 한데 멀리 가지 않고도 서울 도심에서 여유를 즐기고 일상을 잠시 멈출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있다. 어디에서? 바로 도봉구 창동역 고가 아래 ‘오픈창동(OPCD) 레코즈(Records)’에서, 어떻게? 엘피(LP)로 음악을 들으면서!

창동역 1번 출구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오픈창동 레코즈를 찾았다. 비록 ‘엘피 알못’이지만 직원의 도움을 받아 고른 엘피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 다뤄본 적 없는 기기들이 다소 낯설고 어색했지만, 턴테이블 위에 엘피를 조심스레 놓자 이윽고 ‘어 테이스트 오브 허니’, 마틴 데니의 평화로운 그루브가 귀를 채운다.

오픈창동 레코즈는 도봉구에서 창동역 고가하부 공간을 이용하고 음악 쉼터를 조성하고자 2021년 11월 문을 열었다. 운영시간은 평일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 주말은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다. 구청 직영으로 운영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공간은 엘피를 감상할 수 있는 엘피 라이브러리와 고품질 음악 감상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라이브러리에는 엘피 670여 장과 1인 감상 장비 4기와 2인이 함께 들을 수 있는 장비 1기가 있다. 레코드 벽장에는 팝, 클래식, 재즈, 오에스티(OST) 등 국외 엘피와 유재하, 이문세, 신해철의 노래부터 잔나비, 십센치의 국내 엘피까지 장르별로 갖춰져 있다.

뭘 들어야 할지 고민된다면 이곳 주인장들의 ‘픽’(추천)들로 시작해보자. 청년음악가 이승규씨는 “요즘 날씨엔 잔잔한(비밥 같은) 재즈를 많이 찾는데, 도니 해서웨이의 1973년 작 ‘익스텐션 오브 어 맨’을 추천한다”며 “부드럽고 풍부한 구성으로 누구나 편하고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다”고 했다.

고품질 음악 감상 공간은 입구부터가 아늑하면서 세련됐다. 누워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큼지막한 쿠션 3개와 의자 2개, 그리고 음악의 분위기를 한층 더하는 감각적인 조명과 디제이 부스 옆 스피커 2개는 고품질 음향에 빛을 더해 방문한 이들을 잡아맨다.


이곳은 누구나 편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고 희망곡을 요청해 본인이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때론 디제이 부스를 이용해 오늘 하루는 내가 디제이가 되어볼 수도 있다. 이날 ‘오늘의 디제이’인 강진욱씨는 “좋은 환경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제 음악을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했다.

오픈창동은 구민과 아티스트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해서 기획해 실험하고 있다. 오는 26일 ‘댄스 캠프’ 주제로 댄스 워크숍과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9월 ‘오픈창동 위크’에서는 공연, 레코드 페어, 음악체험존, 푸드트럭 등 주민의 오감을 만족하게 할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있다.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인스타그램 ‘opcd.records’(또는 opcd.official)를 통해 일정을 확인하고 참여해보자.

이민욱 도봉구 홍보담당관 주무관

사진 도봉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