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야, 놀자

아이들의 도전은 성장한다는 증거

등록 : 2016-05-19 14:39 수정 : 2016-05-2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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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도전하며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성장한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노는지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아이들이 내지르는 소리를 들어 보면 안다. 아이들은 재미있게 놀수록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른다. 그렇다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고 재미없다는 건 아니다. 어느 순간 최고로 집중할 때는 소리를 지를 여유조차 없다. 만약 그 놀이가 성공하면 아이들은 입을 활짝 벌리며 큰 소리를 지른다. “나 성공했어요!”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진지한 도전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구름사다리 위를 걷거나 높은 곳에 올라갈수록 더 진지해진다. 만약 이 장면을 엄마를 비롯한 보호자들이 본다면 뭐라고 말할까. 대부분 정색을 하며 “위험하니까 당장 내려와!”라고 하지 않을까. 하지만 엄마들의 외침과 달리 아이들은 위험한 도전과 안전한 제자리의 갈림길에 서면 흔히 도전하는 쪽을 택한다. 도전은 놀이의 가장 큰 특징으로 긴장과 흥분을 일으키고 성공했을 때는 엄청난 성취감을 준다. 아무래도 위험이 잘 통제되는 집 안이나 실내 놀이터에서는 쉽게 누릴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정말 판단을 하지 못할 정도로 무모한 걸까? 겉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잘 살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스스로 도전할 만하다고 판단했을 때 도전한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했던 놀이에 비밀의 열쇠가 들어 있다. 아이들은 놀면서 몸의 균형을 잡는 법, 높은 곳에 익숙해지는 법, 잘 떨어지는 법을 배웠다. 다시 말하면 태어나서 지금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며 하나하나 이루어 온 셈이다.  

엄마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에게 가장 바라는 건 뭘까? 다치지 않고 노는 것이다. 때문에 아이들이 하는 놀이를 일단 위험한가 아닌가로 판단한다. 미끄럼타기와 같은 안전한 놀이를 하면 아무렇지 않게 넘기지만 그네를 높이 타거나 구름사다리 위로 올라가거나 놀이기구대 지붕 꼭대기로 올라가는 건 아주 위험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이상 하지 못하도록 막기 쉽다.  

그러나 놀이에서 모든 위험이 사라져 새롭게 도전할 게 없다면? 그것만큼 재미없는 놀이도 없다. 놀다가 다치는 건 가슴 아프지만 감수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이들이 심각한 위험에 방치되도록 하는 일은 당연히 막아야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놀이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디까지나 놀이의 주체는 어른들이 아니라 아이들 자신이다.  

놀이터에서 높은 곳에 오르려는 아이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저건 본능이야. 올라가라고 등 떠민 것도 아니고 상을 주는 것도 아닌데.” 아이들은 자기에게 맞는 도전을 하고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며 한 발걸음씩 앞으로 나간다. 때문에 아이들이 높은 곳에 오를 때마다 드는 위험하다는 판단이 혹시 절대적인 위험 때문이 아니라 내 지나친 걱정 때문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

글·사진 박찬희 자유기고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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