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만한 전시&공연

‘과거의 폐허’와 ‘미래의 희망’ 사이에 선 남산예술센터 정체성 조명

오만한 후손들(18~29일)

등록 : 2019-09-05 14:41

크게 작게

반원형 아레나 형태의 무대는 고대 그리스 야외극장을 본뜬 객석으로 둘러싸여 있다. 최대 480석의 가변형 자리에 앉아 있으면, 마치 공중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무대에서 펼쳐지는 배우의 동작과 목소리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최초의 현대식 연극 전용 공연장인 ‘남산예술센터’. 메인 스테이지라는 본래의 극장 개념을 통째로 뒤집었다. 건축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이곳은 1962년 4월12일에 ‘드라마센터’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당시 연극 전용 극장 건립에 뜻을 품은 극작가이자 연출가였던 동랑 유치진(1905~1974)이 미국 록펠러재단과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정부가 제공한 남산 중턱에 터를 닦아 만들었다. <햄릿>으로 화려하게 ‘개막’했지만, <햄릿>에 나오는 글귀처럼 이곳의 ‘시간은 늘 어긋나’ 있었다. 극장은 재정난을 이기지 못해 이듬해 폐관됐다. 이후 후진 양성 기관으로 방향을 틀어 학생들의 실습 전용 공간으로 쓰였다. 연극인의 품을 떠나 사유화됐다가 2009년 9월에 서울시 창작 공간의 하나인 공공극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1960년대의 시선에 갇힌 채 ‘어긋난 시간’을 쌓아왔다. 서울문화재단은 극단 산수유와 함께 남산예술센터의 정체성을 되짚어보는 연극 <오만한 후손들>을 18일부터 29일까지 무대에 올린다. 10년간의 운영을 거치면서 이곳은 과거의 폐허와 미래의 희망 사이에 어떤 결말을 앞두고 있을지 모른다. 존폐의 갈림길에 선 극장에 관해 <오만한 후손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상속해야 할 것인가’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장소: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시간: 화~금 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3시 관람료: 3만원 문의: 02-758-2150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