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여성·사진 다층적 해석

‘마고’ 사진전의 황예지 작가

등록 : 2019-06-2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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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정한 일방적인 감정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오는 7월20일까지 종로구 낙원상가 디피(d/p)에서 계속되는 전시 ‘마고’의 사진작가 황예지(26)씨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전시 제목은 “남성 없이 인간의 시조를 만든다”는 우리 신화 속 창조주인 ‘마고할미’에서 따왔다. 전시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주제는 ‘여성’과 ‘사랑’이다.

‘마고’는 그가 찍은 14점의 사진을 비롯해 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 어머니의 토템을 확대하여 조각한 작품도 전시된다. 모든 전시 대상에 ‘자궁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중 사진은 재빨리 순간 동작을 잡아내는 ‘스냅’을 전면에 내세웠다. 황 작가가 17살 이후 줄곧 제도권 안에서 사진을 배웠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외다. 스냅은 기성 사진에서 인정받지 못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전시장에 걸린 사진 하나하나에서 의미를 찾기보다는 연속된 흐름을 보면서 문장구조를 이해하는 방식을 원한다고. 작가가 ‘조어술’이라 이름 붙인 이 방식에는 스냅이 잘 맞는다고 한다.

그는 이번 전시에 자신이 양성애자라는 고백도 담았다. 스스로 유년기와 학창 시절을 지나면서 깨닫게 된 정체성이다. “여성은 아름답거나 처연해야 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의 강인한 여성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제 사진엔 살이 튼 모습 등과 같은 어그러진 것들이 많아요.” 이것은 여성이 가진 ‘미’와 ‘추’의 경계가 아니라 여성 본연의 모습을 숭고하게 다루는 방법이라 했다.

전시장을 찾아오는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싶었을까. 작가는 시각뿐 아니라 후각과 청각적 요소를 더하여 ‘체감’을 위한 전시를 준비했단다. “전시의 주제와 어울리는 향, 분위기를 해석하는 사운드, 제가 쓴 수필을 낭독할 거예요. 전통적인 독법에서 흥미를 잃었던 경험이 떠올라 이제는 변주를 제안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 황예지는 안양예술고등학교 사진과, 계원예술대학교 사진예술학과를 졸업했다. 거창한 담론보다는 개인의 역사에 큰 울림을 느끼며, 가족사진과 초상 사진을 중점으로 자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단체전으로 서울 루나 포토 페스티벌 < growingthat >(2017), <더 스크랩>(2016·2018)이 있으며, 저서로는 < Mixer Bowl >(2016) < 절기, Season >(2017)를 출간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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