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신을지유람의 첫 번째 코스로 선정

등록 : 2019-05-09 16:14

크게 작게

중구에는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37개의 전통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 전통시장인 남대문시장을 비롯해, 국내 최대 건어물 시장인 중부시장, 평화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 각양각색 아이템으로 색다른 볼거리를 뽐내며 단골을 꾸준히 확보하고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 있어 눈길을 끈다. 광장시장과 중부시장을 마주보며 있는 곳으로 을지로4가역 6번 출구로 나와 걷다보면 만날 수 있는 주교동 방산시장(사진)이다.

방산시장은 ‘종합 포장 인쇄타운'을 표방하는 인쇄·포장 전문시장이다. 쇼핑백, 박스 등 각종 포장 자재부터 판촉물, 종이, 인쇄물, 장판, 벽지·바닥재 등 인테리어 자재까지 다양한 업종의 점포들이 즐비하다.

일제강점기 소규모 시장으로 출발한 방산시장은 광복 직후 미군부대가 을지로6가 부근에 주둔하면서 소시지, 육류, 통조림 등 외래 식료품을 유통하는 일명 ‘양키시장'으로 알려졌다. 이후 인근 가내수공업 형태의 제과 공장에서 생산한 과자류가 들어오면서 소규모 제과업자들이 과자 시장을 이루고 밀가루, 설탕 등 도매업 거래가 활발해졌다.

1960년대에는 통조림, 조미료 등을 파는 식료품 상가가 주축을 이루며 전국 최대 규모의 식료품 도매시장으로 발전했다가, 1980년대 말부터는 인쇄·포장 전문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250여 개 점포가 밀집해 있는 방산시장 들머리에 들어서면 장판·벽지와 함께 종이, 박스, 비닐, 봉투 등 각종 포장 자재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시장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요즘 젊은 층이 즐겨 다녀가는 명소 인 ‘초콜릿·베이커리 골목'이 나온다. 제빵과 관련된 각종 재료와 도구를 파는 곳이다.

헤이즐넛·아몬드 등 각종 견과류, 크랜베리·건포도 등 건과일, 아몬드 가루, 포도당, 초콜릿 등 제빵 재료부터 집기류, 모형 틀, 실리콘 몰드, 거품기, 저울 등 제빵용 도구까지 싸게 살 수 있다. 밸런타인데이가 다가올 즈음이면 초콜릿 재료를 사기 위해 줄지어 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방산시장을 한 바퀴 돌다보면 에이(A)·비(B) 2개 동으로 이루어진 3층 규모의 건물이 나온다. 1976년 폐교된 방산초등학교 터에 들어선 방산종합시장이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은은하게 퍼지는 싱그러운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디퓨저 가게 40여 곳이 한데 모여 있어 시장 외부와는 사뭇 다른 밝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빈틈없이 진열된 다양한 디자인의 디퓨저 병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효과를 연출한다. 다채로운 종류와 알록달록한 색감의 천연 비누, 향초, 석고 방향제 등도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이다. 수십 가지 향기를 맡아보고 자기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으며 선물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방산시장은 4월26일 처음 선보인 ‘신을지유람'의 첫 번째 코스로 선정됐다. 2016년부터 운영한 을지로 골목길 투어인 ‘을지유람'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방산시장의 매력을 가감 없이 보여줄 수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실용도 높은 제품부터 아기자기한 소품까지 볼거리 넘치는 방산시장에서 나만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신을지유람 또는 기존 을지유람을 하고 싶다면 중구청 도심산업과(3396-5585~6)나 구 누리집에서 미리 신청하면 된다. 평일과 토요일 오후 3시에 운영하며, 4명 이상이면 해설사가 배정된다.

이은혜 중구 홍보전산과 언론팀 주무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