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아이들 메시지가 돌아오다

세월호 연극 만든 박상현 연출가

등록 : 2019-05-0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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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들과 했던 약속을 5년 만에 지켰습니다.”

극작가 겸 연출가인 박상현(57)은 오는 15~26일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올리는 <명왕성에서> 개막을 앞두고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8개월이 흐른 2014년 어느 겨울날, 당시 사건 수습과 진상 조사에 비협조적이던 정부와 왜곡 보도를 일삼은 일부 언론에 상처받은 유가족들은 시민을 직접 만나는 간담회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박 연출가는 유가족들에게 이렇게 다짐했다. “우리는 잊지 않겠습니다. 반드시 연극을 통해 세월호를 영원히 기억할 겁니다.” 그것이 “연극 <명왕성에서>의 출발 계기였다.”

박 연출가는 그 뒤 5년 동안 세월호 관련 조사 작업을 해왔다. 공연의 대사는 416기억교실과 안산 하늘공원에 놓인 희생자, 부모, 형제, 친구, 선후배가 남긴 편지와 메모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학교 가고, 아르바이트하는 아이들을 보면 먼저 간 네가 떠오른다”라는 한 어머니의 절규가 머릿속을 맴돌았단다. 공연은 “지구에서 방출된 메시지가 우주로 퍼져나가며, 다시 우주에서 방출되는 메시지를 지구로 되돌린다”는 내용이다. “사람이 죽어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면 머나먼 우주로 뻗어나가죠. 지구에서 가장 먼 별에 희생된 아이들의 영혼이 있지 않을까요?” 그는 태양계의 끝에 머물러 있는 아이들의 메시지가 우리에게 되돌아온다는 뜻에서 작품의 제목을 <명왕성에서>로 지었단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이 초래한 자연 유린을 담은 <사이코패스>, 정치 뒤에 숨겨진 애정 관계를 비꼰 <치정>과 같이 권력의 폭행과 횡포를 고발하는 작품을 주로 해온 그에게 이번 작품이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물었다. “세월호의 본질을 만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죽음과 이별의 고통을 다루긴 하지만 아직은 진상이 드러나지 않았거든요. 언젠가 그 본질이 세상 밖으로 나오길 바랄 뿐입니다.”

■ 박상현은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으며, 마이애미 대학교에서 연극학 석사를 졸업했다. 현재는 극작·연출가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교수로 일한다. 주요 작품으로는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 <자객열전> <사이코패스> <치정> <고발자들> 등이 있다. 12회 대산문학상(2004), 6회 김상열연극상(2004) 등을 받았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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