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만한 전시&공연

‘평화로운’ 남성 중심 사회에 잠입한 여성들의 운명은…

밤이 되었습니다

등록 : 2018-03-15 14:53

크게 작게

“밤이 되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죽일 사람을 선택해주십시오.” 공연이 시작되면 절대 권력을 가진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는 20일 오후 8시에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르는 연극 <밤이 되었습니다>는 ‘평화로운’ 남성 중심의 사회에 마피아로 잠입한 여성들이 있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무대의 일곱 배우들 중에서 여성을 색출하는 이 공연은 우리에게 익숙한 마피아 게임의 형식을 빌렸다. 사회자의 진행 아래 세 라운드가 이어지는데, 처음엔 ‘페미사이드’(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다음은 성별 이분법에 속하지 못하는 퀴어 등 성소수자들의 생존 여부를 묻는 젠더사이드로 이어지며, 결국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혐오하는 타자사이드로 확장된다.

이번 공연을 앞두고 김지은(28) 연출가는 “단지 여자이기 때문에 죽임을 당했던 강남역 살인사건과 ‘메갈리아’(‘여성혐오’를 그대로 남성에게 반사해 적용하는 ‘미러링’을 사회운동 전략으로 삼은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 대한 페미니즘 스터디를 통해 만든 연극이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과도 맥을 같이한다”며 “이 세상의 성별은 남성과 남성이 아닌 사람들로만 구성됐다고 말하는 우리 사회를 고발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이 작품은 미완의 연극 재료들을 찾아 무대 공연의 언어로 관객들에게 공개하는 서치라이트 선정작이다. 아직 빛을 보지 못한 희곡이나 작가의 메모장에 잠들어 있는 텍스트, 회의 테이블에 머무른 아이디어들로부터 옥석을 가려내 쇼케이스와 낭독공연을 할 수 있게 하는 작가 발굴 프로그램이다. 남산예술센터는 공모로 접수된 작품 76편 중 6편을 선정했다.

선정된 공모작과 더불어 외부와 협력해 진행한 기획프로그램으로 2048년 연방제로 통일된 평양과 2017년을 넘나들며 벌어지는 이야기 <강철로 된 무지개>(22일)와 인천을 소재로 역사적 사건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너의 후일은>(23일)도 주목할 만하다. 관람료: 무료 문의: 02-758-2150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