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진짜 무주택자를 위한 일인가?

이광수의 진보를 위한 투자 집값이 안정돼야 전월세도 안정된다

등록 : 2026-02-26 12:29 수정 : 2026-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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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체 매물 게시판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세금 완화는 무주택자 위한 길 아냐
전월세는 결과, 원인은 자산 가격
2년 계약보다 무서운 건 집값 불안
인구 줄어도 집값 3배 뛴 기형 구조

부동산 시장에서 무주택자를 위한다는 말은 언제나 옳게 들린다. 정치도, 정책도, 여론도 그 이름 앞에서는 쉽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무엇이 진짜 무주택자를 위한 일인가?

최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중과세를 부과하면 임차매물이 감소해서 전월세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서 오히려 세금을 완화해야 무주택자가 숨을 돌릴 수 있다는 주장도 이어진다. 겉으로 보면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그 논리는 지나치게 단편적이고 단기적이다.

우선 근본적인 질문이다. 전월세 가격이 일시적으로 낮아지는 것이 무주택자에게 근본적인 도움이 되는가? 물론 당장의 계약을 앞둔 세입자에게는 절박한 문제다. 하지만 무주택자의 삶은 2년 계약으로 끝나지 않는다. 10년, 20년을 살아가야 한다. 아이를 키우고, 직장을 옮기고, 가족을 부양하며 살아야 한다. 그 긴 시간 동안 가장 큰 불안은 전월세의 일시적 변동이 아니라 집값 그 자체다.

집값이 계속 오르는 시장에서는 전월세도 결국 따라 오른다. 매매가격이 상승하면 집주인은 보증금을 높이거나 월세를 인상하려 한다. 집값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전월세도 구조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무주택자를 위한 가장 근본적인 정책은 집값 안정이다.


문제는 인구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 인구는 2010년 1031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6년 1천만 명 아래로 떨어졌고, 2020년에는 966만 명, 2024년에는 약 930만 명 수준까지 줄었다. 14년 사이 약 100만 명이 감소한 셈이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케이비(KB)부동산 통계 기준으로 2010년 약 5억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25년 14억원을 넘어섰다. 인구는 줄었지만 집값은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수요가 감소했음에도 가격이 상승한 셈이다.

특히 20~30대의 서울 순유출이 두드러진다. 최근 몇 년간 서울에서 경기·인천으로 순이동한 인구는 연간 수만 명 규모다. 전입 사유를 보면 ‘주택’ 요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서울에서 밀려난 젊은 세대가 수도권 외곽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통계로 확인된다. 직장이 서울에 있음에도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해 외곽으로 나가는 구조다.

서울 집값 급등은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다. 도시의 인구 구조를 바꾸는 힘이다. 청년이 떠나면 출산율은 더 낮아진다. 장거리 출퇴근이 일상이 된다. 삶의 비용이 증가한다. 집값 상승이 개인 삶의 선택지를 좁히는 것이다. 무주택자에게 가장 큰 부담이다.

이런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전월세 가격만 단기적으로 낮추는 정책은 근본 해법이 아니다. 전월세는 결과다. 원인은 자산 가격이다. 매매가격 상승 기대가 유지되는 한 임대료 상승 압력은 반복된다.

다주택자 중과세는 단순한 세율 조정 문제가 아니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과도한 시세 차익 기대를 낮추려는 신호다. 주택을 투자 상품이 아니라 거주의 공간으로 되돌리겠다는 정책 방향이다. 만약 이 신호가 약해지면 어떻게 될까? 다시 가격 상승 기대가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기대는 가격으로 이어진다. 가격이 오르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꿈은 더 멀어진다.

일부에서는 중과세가 전월세 공급을 줄인다고 주장한다. 일정 지역에서 그런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요인은 가격 상승 기대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강할수록 매도는 늦춰진다. 결국 핵심은 세율이 아니라 방향이다. 집값이 장기적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신뢰가 형성되면 시장은 달라진다.

정책은 정교해야 한다. 임대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공공임대 확대, 세입자 보호 장치 강화, 민간 임대 유도책이 함께 가야 한다. 그러나 중심 목표는 흔들려서는 안 된다. 바로 집값 안정이다.

무주택자를 위한다는 말은 쉽다. 그러나 진짜 위하는 길은 불편할 수 있다. 단기적 인기보다 장기적 안정을 택해야 한다. 오늘의 월세 몇 만원 인하보다 내일의 집값 수억원 급등을 막는 일이 더 중요하다.

서울 인구 감소 통계는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 집값 급등은 사람을 밀어낸다. 도시는 비싸질수록 젊은 세대를 잃는다. 무주택자는 더 먼 곳으로 이동한다. 이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어떤 전월세 대책도 근본 해결이 될 수 없다.

무엇이 진짜 무주택자를 위한 일인가? 일시적 전월세 인하인가 아니면 집값을 안정시키는 구조 개혁인가? 답은 분명하다. 집값이 안정된 사회에서만 전월세도 안정된다. 무주택자의 미래도 그 위에서만 가능하다.

서울은 그동안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길을 걸어야 한다. 유주택자만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무주택자가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분명하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안정돼야 한다. 그것이 모두가 외치는 진짜 무주택자와 서민을 위한 길이다.

이광수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저자·투자분석가

이광수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

저자·투자분석가 korea.analyst@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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