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못하면 ‘투자 제한’, 잘하면 ‘성공 기회 확대’”

중소기업·소상공인 멘토에게 듣는 ‘세 가지 성공 비결’ ② ESG : 박용기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ESG경영지원단장

등록 : 2024-02-29 16:20 수정 : 2024-03-0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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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기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ESG경영지원단장이 지난 22일 서울신용보증재단 구로지점에서 “ESG경영은 이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응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김보근 선임기자

금융전문가로 오랫동안 ESG에 관심

“ESG 화급성 IMF 때와 다르지 않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 개발하고

‘ESG대출’ 등 금융도 적극 활용해야

“환경·사회·투명경영(ESG)에 대한 중소기업의 불충분한 대응을 생각하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때와 비슷한 위기의식을 느낍니다.”

지난 22일 서울신용보증재단 구로지점에서 만난 박용기(65)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ESG경영지원단장이 한 말이다.

환경과 사회, 투명경영을 강조하는 ESG는 현재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투자유치’와 ‘수출과 판매’ 등에서 가장 중요한 열쇳말이 돼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는 ‘ESG’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한 상황이다. 박 단장은 이런 현실에 큰 우려를 하고 있다. 아이엠에프(IMF) 사태 때의 경험 탓이다.


신한은행에서 정년을 맞은 금융전문가인 박 단장은 1998년 본점 영업2부에서 당좌담당 책임자로 근무했다. 당시 그는 “묵묵히 자기 일만 열심히 하던 많은 중소기업 대표가 부도를 맞아 좌절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한다. ‘경제는 잘 모르지만 ‘대마불사’라고 대기업이 부도 날 일이 있겠습니까?’라며 그간의 관행을 벗지 못하고 기업어음을 계속 받다가 대기업조차 무너지는 상황을 맞으면서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앉게 된 것이다. 박 단장은 “지금 ESG경영의 중요성과 화급성이 일부 중소기업에는 그때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가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한 상황입니다. 더욱이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공급망 실사 제도 등의 영향으로 탄소배출이 많거나, 노동인권 탄압, 기업 부패 여부를 따져 거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제 중소기업도 ESG경영을 잘하지 못하면 앞으로 은행 대출·투자도 제한받게 되고 대기업 납품도 수출도 어려워지는 시련을 겪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ESG경영을 잘하는 기업은 유리한 조건의 자금유치와 거래 확대, 수출 확대 등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회가 올 것입니다.”

박 단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우 ESG경영을 실천할 때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가령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ESG자가진단시스템 등에서 ‘ESG자가진단확인증’을 받으면, 협약 은행에서 ESG대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사진은 박 단장이 지도한 한 중소기업이 받은 ‘ESG자가진단확인증’. 박용기 단장 제공

이에 따라 박 단장은 “지금은 정부와 유관 기관들이 중소기업들에 ESG경영을 실천하도록 더욱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말한다. 박 단장 자신도 “2022년부터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ESG경영지원단장을 맡으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이 ESG경영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일”이었다며 “이에 따라 지도사회에서 운영하는 교육프로그램인 ‘중소기업 ESG 전문가 과정’ ‘ESG 평가대응 실무과정’을 맡아 책임감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원하는 곳이 있다면 ESG 확산을 위해 무료 강의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박 단장의 이런 ‘ESG 사랑’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박 단장은 이미 2000년대 초 은행 근무 당시 자원봉사단(CSR) 지역장을 맡았다. CSR은 기업이 경제활동을 하면서도 사회공헌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사회공헌과 같은 업무는 비인기 직무였으나, 요즘의 ESG는 관심도가 매우 높은 직무가 됐다.”

은행 퇴직 이후에도 신한미소금융재단에서 저신용자의 금융 경영지원,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소기업·소상공인 경영지원 업무를 계속했다.

박 단장은 이렇게 활동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ESG 관련 저술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2021년에는 한국표준협회에서 펴내는 월간 <품질경영>에 ESG 칼럼을 1년 동안 썼고, <성공하는 ESG경영>(부크크 펴냄·사진)등의 책도 냈다고 한다. 모두 초점은 ESG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박 단장은 이런 활동과 저술 경험을 바탕으로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ESG와 관련해 다음의 세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고 한다.

1 ESG대출 등 ESG금융을 적극 활용하자

ESG경영을 지속 가능하게 실천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 설정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도 ESG 관련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정기적으로 ESG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평가해 필요한 조정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ESG 자가진단시스템 등의 도구를 활용하거나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SG자가진단시스템에서 ‘ESG자가진단확인증’을 받으면 협약 은행(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에서 ESG대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SG대출은 일반대출에 비해 금액한도는 더 많고 금리는 더 낮은 특징이 있다. ESG자가진단확인증과 자가진단보고서를 공급망으로 연결된 협력회사나 거래처 등에 제출하고 ESG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으로 홍보해 거래 유지와 확대에 기여할 수도 있다. 금융기관들은 2050년까지 탄소배출이 많고 ESG경영이 미흡한 기업의 대출은 점차 회수하여, ESG경영을 잘하는 기업에 대출과 투자를 늘려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 개발과 지원사업을 적극 활용하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ESG경영을 성공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두 번째 비결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는 △환경적 측면을 고려한 제품과 서비스 개발 △사회적 책임을 우선하는 기업문화 조성 △투명하고 공정한 거버넌스 구축 등을 포함한다. ESG 실천 항목으로 탄소감축을 위한 에너지 절약, 폐기물 감축, 정확한 원산지 표시, 현금영수증 정상발행, 납기 지난 물품 판매 금지 등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금융지원뿐만 아니라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전통시장 내 제로웨이스트 캠페인, 소상공인 공동 작업장에 디지털 기술 접목을 통한 에너지 효율성 제고, 오염물질 배출 최소화를 위한 클린 제조 환경 조성 등 다양한 ESG경영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3 공공기관의 지역 사회 협력 프로그램에 주목하자

ESG경영의 성공적인 실천을 위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이해관계자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 이는 국내 외 고객, 직원, 협력사, 지역 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포함한다. 이해관계자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신뢰도와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원들에게 지속가능한 경영목표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거나 지역 사회와 협력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의 활동이 이에 해당한다. 공공기관인 서울신용보증재단은 민·관·공·학(소상공인, 구청, 서울신용보증재단, 지역 내 대학의 연합) 협력 사업으로 지역사회 소상공인·소기업을 돕는 ESG경영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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