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손주 양육 조부모에 성평등 교육, “성역할 고정관념은 안 돼요”

서울시, 성평등 인식 개선 맞춤형 책자 펴내…자치구도 황혼 양육 돕기 나서

등록 : 2018-03-0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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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애가 울기는 왜 울어!” “여자애가 목청이 저렇게 커서야….”

손주를 돌보면서 조부모가 흔히 내뱉는 말들이다. 무심코 하는 성차별 말이다. 이런 말과 태도는 아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준다. 5살 이하 영유아기에는 성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시기다. 이때 만들어지는 의식은 지속해서 삶에 영향을 끼친다. 실제 많은 조부모가 머리로는 성평등을 인식하고 있지만, 양육 때엔 다르게 행동한다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조사 결과(2017년)도 있다. 이 조사에서 조부모 3명 중 2명이 성평등 교육에 참여할 뜻을 내비쳤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할머니 할아버지의 올바른 손자녀 양육을 돕기 위해 나서고 있다. 시는 지난해에 ‘여성안심특별시 3.0대책’을 발표하면서 일상생활 속 성평등 가치 확산을 내걸었다. 3.0대책의 하나로 성평등 교육 교재 개발도 추진해, 지난 2월8일 조부모 맞춤형 성평등 교육 책자 <세 살 성평등, 세상을 바꾼다>를 내놓았다.

총 35쪽의 책자는 성평등 의식을 점검해볼 수 있도록 3단계로 짜여 있다. 먼저 1단계 ‘이야기 나누기’에서는 손주를 키우는 일상에서 조부모가 자신의 성평등 의식을 점검해볼 수 있게 꾸몄다.

2단계 ‘생각해보기’에서는 양육 과정 속 성편견 사례 15가지를 살핀다. 마지막 3단계 ‘실천하기’에는 성평등한 양육을 위한 6가지 팁과 그림책 소개, 손자녀 양육에 도움을 주는 기관 안내가 실려 있다.

책 내용은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가족정책실이 지난해 6월부터 5개월 동안 조부모 200명을 만나 설문조사해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꾸몄다.

<세 살 성평등, 세상을 바꾼다>는 서울여성가족재단, 서울시교육청, 육아종합지원센터, 유치원 등에 비치되어 있어 누구나 가져갈 수 있다. 서울시 누리집에서 피디에프(PDF) 파일로 내려받을 수도 있다. 시는 다가오는 7월 첫째 주 양성평등 주간 행사에서도 책자를 나눠줄 계획이다.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책자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도 추가로 만들 예정이다.


지난해 6월 은평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은평구 육아종합지원센터의 ‘세살마을 조부모 교육’에 손자녀를 키우는 조부모들이 참여해 올바른 양육 방식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다. 은평구 육아종합지원센터 제공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일상에서 성평등 문화 확산을 하려면 사용하는 말과 생각이 중요하다. 육아에 참여하는 조부모가 갖춰야 할 성평등 인식 개선으로 가정 내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고자 더욱 세밀하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치구에서도 조부모 교육을 한다. 대부분의 자치구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세살마을 조부모 교육’을 하는데, 강서구와 서초구는 자체적으로 조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강서구는 2011년 ‘강서여성포럼’의 제안으로 해마다 조부모 교실을 열어왔다. 구의 여성정책팀이 수요 조사를 바탕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짜고 강사를 섭외해 진행한다. 올해는 7월, 11월 두 차례 열 계획이다.

서초구는 손주돌보미 사업을 한다. 24개월 이하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들이 양육수당을 받으려면 서초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25시간에 걸쳐 영유아 이해, 놀이법, 온 가족 행복 대화법 등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2011년부터 시작된 ‘세살마을 조부모 교육’에는 지난해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 900여 명이 서울지역 교육에 참여했다. 교육 참가자들은 ‘행복한 조부모 되기’라는 주제로 조부모의 건강 함양, 세대 간 갈등 해소, 손자녀의 발달에 적합한 양육 방법을 매주 1회(90분), 3주간 배운다. 은평구 육아종합지원센터의 안옥민씨는 “참가자의 90% 이상이 손자녀 양육에 도움이 되었다고 답하는 등 교육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세살마을 조부모 교육은 민관학 협력으로 이뤄진다. 교육 진행은 서울시와 자치구 육아종합정보센터가 맡고, 교육 프로그램과 강사 제공은 가천대학교 세살마을연구원이 맡는다. 예산은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삼성생명이 지원한다. 서울시는 세살마을연구원과 함께 해마다 조부모 교육 수요 조사를 한 뒤, 각 자치구의 육아종합지원센터와 사업 협약을 맺고 교육한다.

올해 세살마을 조부모 교육은 자치구 22개 구에서 각 1회(은평구는 2회)씩 이뤄진다. 상반기 11곳(은평·영등포·강남·도봉·중랑·동작·성동·강동·강북·동대문·서초), 하반기 12곳(은평·성북·구로·광진·송파·중구·용산·금천·마포·양천·노원·관악)이 차례로 교육한다. 참가 신청은 지역센터에 전화하거나 방문해서 하면 된다. 은평구 등 일부 센터는 누리집에서도 신청할 수 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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