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일 기회 없는 ‘무업 청년’들 디딤돌 될 것”

노원구, ‘노원 청년일삶센터’ 열어 일 경험 지원사업 확대 추진

등록 : 2022-03-31 15:31
노원 청년일삶센터가 2년간의 일 경험 지원사업을 거쳐 3월22일 정식 출범했다. 센터는 그간의 사업을 확대 추진하며 대상 청년도 1인가구, 취업취약계층, 은둔 외톨이 등으로 넓혀나간다. 테라스 벤치에 앉아 있는 서정화(왼쪽) 센터장과 직원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누구든 참여 가능한 선착순 매칭 방식

석 달간 일 경험·코칭에 교육수당 제공

일터 멘토, 모니터링 등 세심한 관리도

“기대고 대안 만들면서, 기회 찾는 곳”

“일 경험으로 좋아하는 일도 과정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노원구 하계동에 사는 박소리(가명·29)씨는 노원 청년일삶센터(www.13center.kr) 개관식에서 일 경험 지원사업 참여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재 지역 사회복지재단에서 프리랜서로 홍보 업무를 하고 있다. 일반 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할 때 그는 고민이 많았다. 번아웃을 경험하고 퇴사했다. 이제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었다.

지난해 일 경험 지원사업 참여자가 광고회사에서 영상 촬영 업무를 하는 모습. 노원구·노원 청년일삶센터 제공


온라인에서 노원구의 청년 일 경험 지원사업을 알게 됐고 3개월 동안 사회복지재단에서 홍보 업무를 했다. 디자이너로 일한 경험을 활용할 수 있었다. 자신의 능력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기뻤다. 일 경험이 끝난 뒤에도 재단과 인연을 이어갔다. 박씨는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며 “이제는 일에서 보람도 느끼고 만족하며 지낸다”고 했다.

노원구의 청년 일 경험 지원사업이 올해부터 확대 추진된다. 3월22일 노원구는 노원 청년일삶센터를 정식으로 개관했다. 공릉동 경춘선 숲길 인근에 132㎡(약 40평) 규모의 자체 공간을 마련했다. 상담실, 교육·회의실, 공유주방(쿡담소), 어울림방, 테라스 등을 갖췄다. 민간위탁방식으로 ‘노원나눔의 집’이 3년 계약으로 운영을 맡았고, 센터장과 매니저 3명이 일한다.

센터 출범엔 지역 청년들의 욕구와 오승록 노원구청장의 의지가 큰 영향을 미쳤다. 2년간 사업을 추진하며 몇 차례 마련한 간담회 자리에서 청년들은 ‘노원의 일 경험은 공공이 주는 찬스’라며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실제 사업 참여에 대한 청년들의 반응도 좋았다. 지난해 지원사업 선착순 모집 경쟁률은 2대1을 넘겼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지난해 6월 청년가게 1호점 바모스에스프레소에서 청년 지원사업 참여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노원구·노원 청년일삶센터 제공

오승록 구청장은 지역 청년들과 만나면서 청년이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에 견줘 청년정책이 부족함을 절감했다. 취임 뒤 청년지원팀을 신설하고 청년 기본 조례를 만들었다. 2020년부터는 구 자체 예산을 확보해왔다. 일 경험 지원사업 예산은 해마다 2배씩 늘려 올해는 3억5천만원에 이른다. 오 구청장은 “꾸준히 청년들을 만나 소통하며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은 실효성 있는 청년정책을 펼쳐나가려 한다”고 했다.

정식 개관한 노원 청년일삶센터는 일 경험 지원과 일머리 실무교육, 취업 취약계층 청년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과 진로코칭을 진행한다. 서정화 센터장은 “사회진입 청년들이 일할 기회를 놓치면 더 큰 어려움을 마주할 수 있기에 지역에서 일 관련 디딤돌 역할을 하는 곳이 되려 한다”고 했다. 센터는 1인가구 청년 간의 관계망과 커뮤니티 형성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은둔형 외톨이 청년의 사회화를 지원하는 특화사업도 병행한다.

중점 사업인 일 경험 지원은 일을 못 하는 ‘무업 청년’이 자신의 쓸모를 확인하고, 적성에 맞는 일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센터는 참여자를 모집하고 일터를 발굴하며 청년과 일터를 연계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청년은 월 46시간 기준으로 3개월간 일 경험을 하고 교육수당으로 월 42만원을 받는다. 일터엔 담당 멘토가 있고 월 15만원의 멘토링비를 받는다.

참여 문턱을 낮추고 양질의 일 경험을 제공하도록 센터는 힘을 쏟고 있다. 기존 지원제도 활용을 어려워하는 청년들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게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했다. 지원 신청서, 자기소개서 모두 A4 용지 한장이면 된다. 포스터와 현수막에 정보무늬(QR코드)를 넣어 구글 문서로 바로 지원할 수 있고, 누리집에서도 손쉽게 신청할 수 있게 했다. 서 센터장은 “복잡한 절차 없이 접근이 편하도록 했다”며 “손을 살짝만 내밀어도 꽉 잡아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청년들을 품어줄 수 있는 일터를 발굴해 연계하는 것도 센터 지원사업의 특징이다. 능력이 아닌 지원자의 관심과 적성에 맞춰 매칭하며, 일터는 지역 청년 지원에 함께한다는 취지에 동의하고 참여한다. 직무계획서 등의 서류를 제출하고, 담당 멘토를 두는 등의 협조도 해야 한다. 센터도 양질의 일 경험이 될 수 있게 주간 업무일지를 관리하고, 일터와 중간 모니터링 회의를 해 수시로 확인한다. 이선경 노원구 청년지원팀장은 “품어주는 일 경험은 지역형 사업이라 가능하다”고 했다.

올해 센터는 일터를 더 늘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공공영역에서는 노원문화재단, 노원서비스공단, 노원교육복지재단 등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간영역에서는 취업 포털사이트와 협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갈 예정이다.

대상자별 맞춤형 프로그램도 구체화해나간다. 은둔형 청년은 메타버스를 활용해 랜선 기반으로 느슨한 회사놀이를 해본다. 매일 가상의 출근을 하고 자신이 스스로 정한 업무를 수행하고 인증하며 커뮤니티를 만든다. 실제 회사는 아니지만 부서별 활동, 회의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저학력 등 취업 취약 청년들이 요리 작업장에서 먹거리를 매개로 취업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조리과정을 연다. 서 센터장은 “더 많은 청년이 기대고 대안을 만들고 기회를 찾을 수 있게 올해는 센터를 적극적으로 알리려 한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