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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 금천구 뮤지컬 교육에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경험”

등록 : 2022-03-24 16:01 수정 : 2022-03-25 13:28
금천구 독산동 금천뮤지컬센터에서 18일 금천 청소년 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 영상 상영회가 열렸다. 코로나19로 무관객으로 공연한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한 것이다. 2 청소년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배우로 참여한 김예준군(왼쪽부터), 박연우·김민비양, 조연출을 맡은 김다인씨.

“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 참여 통해 연기와 함께 성실함도 배워”

금천구는 기초지자체 최초 뮤지컬 전문 ‘금천뮤지컬센터’ 개관

“좋은 선생님과 스태프, 좋은 시설에서 뮤지컬 공연을 할 수 있어 감사해요. 이런 기회가 많아져 다른 친구들도 더 많이 경험하고 소통하면 좋겠어요.”

청소년들이 3개월 동안 갈고닦은 뮤지컬<레미제라블>을 상영한 18일 오후 금천구 독산동 금천뮤지컬센터는 청소년들의 생기발랄한 열정에 못 이겨 터질 듯했다. 금천 청소년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배우로 참여한 청소년들은 한결같이 배우가 꿈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꿈을 찾고 싶다면 꼭 한 번쯤 뮤지컬을 경험하면 좋겠다고 했다.

금천구는 이날 저녁 7시 금천뮤지컬센터예술극장에서 <레미제라블> 공연 영상 상영회를 열었다. ‘금천 청소년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청소년들의 진로교육 활동 중 하나로 금천구의 대표적인 지역 특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성실해졌어요. 평소 약속 시간에 맞춰 간당간당하게 다녔는데, 매일 연습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서 규칙적으로 바뀌었죠. 책임감도 생겼습니다.” 김예준(17·경성고2)군은 7회 공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레미제라블>공연이다. 김군은 “이번 공연이 신기하고 새로운 도전으로, 내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는 인생의 터닝포인트(전환점)가 됐다”고 했다.

“관객이 없어 아쉬웠지만, 섬세한 연기에 더 신경 써서 연기했죠.” 박연우(15·국립전통예술중3)양은 관객이 있는 공연은 객석과의 거리 때문에 관객이 배우의 섬세한 연기를 볼 수 없는 부분도 있는데, 이번에는 카메라를 클로즈업해 섬세한 부분도 보여주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박양은 “코로나19로 공연을 직접 관객에게 보여주지 못했지만, 또다른 발견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김민비(15·문성중3)양은 초등학교 때 접했던 뮤지컬을 오랜만에 다시 하게 돼 행복하다고 했다. 김양은 “당시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만 했다”며 “이제는 하나하나 분석하고 공부하면서 스스로 동작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과 호흡도 맞추고 재밌는 장면과 무대를 만들어가는 것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올해로 8회째인 <레미제라블> 공연은 2014년부터 해마다 꾸준히 공연해오다,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공연하지 못했다. 올해는 그나마 관객 앞에서 직접 공연하는 대신 무관객 공연 모습을 촬영한 영상 상영회로 대체했다. “관객을 받을 수 없다면 색다른 도전을 한번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조연출을 맡은 김다인(22)씨는 “영상이 오히려 관객 수 제한 없이 더 많은 관객에게 금천 청소년 뮤지컬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했다.

중·고등학생 34명이 배우로 참여한 <레미제라블> 공연은 2021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연극사, 음악, 춤, <레미제라블>의 시대적 배경 등 비대면 이론 수업을 한 뒤 모두가 모여 뮤지컬 공연을 위해 합창, 안무, 연기 등을 익혔다. 앞선 일곱 번의 뮤지컬 공연은 영어로 했지만, 이번에는 더 많은 학생에게 참여기회를 주기 위해 한국어로 공연했다.

김다인씨는 <레미제라블>이 올해 대학 졸업 뒤 맡은 첫 연출 작품이 됐다. 금천구에 사는 김씨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 청소년 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부모님 반대로 지원하지 못했다. 그는 “이번에 기회가 닿아 조연출을 맡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대학에서 배운 것을 학생들과 나눌 수 있어 더 기쁘다”고 했다. 또한 김씨는 “학생들이 스스로 작품 캐릭터를 분석해 오고 장면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를 주는 프로젝트로 이런 기회가 더 많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금천뮤지컬센터.

<레미제라블> 공연을 상영한 금천뮤지컬센터는 금천구가 서울시교육청, 가산중학교와 힘을 합쳐 지난해 11월 가산중학교에 만든 뮤지컬에 특화된 건물이다. 금천뮤지컬센터는 1층 50여 평 규모의 대형 연습실, 2층 강의실과 창작공간, 3층 200석 규모의 가변형 다목적공연장을 갖췄다. 4층 영상스튜디오는 다양한 영상콘텐츠를 만들어 온라인으로 송출할수 있다. 청소년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처음으로 새로 만든 금천뮤지컬센터에서 <레미제라블> 공연 연습을 해왔다.

금천구, 민선 7기 중장기 문화정책 세워 ‘문화로 행복한 도시’ 만들어

문화·예술, 역사·관광과 독서문화

세 분야 중심으로 32개 사업 추진해와

“주민 행복한 삶 누리도록 지속적 노력”

금천뮤지컬센터는 기초지방자치단체가 만든 첫 뮤지컬 전문 교육기관으로 지역 청소년과 주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과 창작콘텐츠를 육성한다. 또한 금천뮤지컬센터를 중심으로 예술 공간과 주변 갤러리 등이 어우러진 독산동 지역의 문화예술 거점 역할을 한다. 금천뮤지컬센터는 뮤지컬 공연을 비롯해 청소년과 성인에게 연기, 노래, 안무 등을 익히는 배우 과정과 다양한 창작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다. 당장 3월에는 50~70대 성인을 위한 창작 뮤지컬반‘은빛스테이지-내마음의 17세’ 참여자를 모집한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이 18일 청소년 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 영상 상영회에 참석해, 공연장인 예술극장 밖 쉼터에서 청소년들과 밝게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이날 <레미제라블> 상영회에 참석한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뮤지컬센터가 문화도시로 가는 거점 공간으로 자리 잡으면 좋겠다”며 “학생이든 일반인이든 흥과 끼를 불러일으키고 창의력을 키우는 곳으로 발전하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지역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이 문화활동을 더 활발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금천구는 민선 7기 유성훈 구청장 이후 문화예술 분야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2020년 10월 발표한 중장기 문화정책‘미래문화도시’는 탄탄한 문화 토대를 쌓아 구민의 삶의 질을 높여 ‘문화로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게 목표다. 미래문화도시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구민의 생애주기에 맞춘 문화활동 지원, 구성원의 문화 다양성 존중과 민관협치 활성화, 문화 기반 확충과 지역 격차 없는 문화 발전 등이 주요 뼈대이다. 이를 위해 문화·예술, 역사·관광, 독서문화등 세 분야를 중심으로 32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문화·예술 분야는 금천뮤지컬센터, 서서울미술관, 다목적문화체육센터 등을 건립해 문화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금천뮤지컬센터 개관에 이어 서울시립미술관 분관인 서서울미술관은 올해 상반기 착공해 2024년 하반기 개관할 계획이다. 또한 2019년 12월 서울시의 서남권 시민청 조성 대상지로 선정된 뒤 서울시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6월 착공한 금천문화예술인 커뮤니티 공간은 오는 5월 공사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금천구는 2019년 9월 문화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금천문화예술단체, 금천구, 금천문화재단이 참여하는 금천문화예술 협의체를 구성하기도 했다.

금천구는 문화체육시설도 늘리고 있다. 2020년 7월 수영장, 체력단련장, 체육관, 다목적룸 등을 갖춘 금나래 문화체육센터를 개관한 데 이어, 체육활동 소외계층을 위해 독산어르신체육센터를 2021년 11월 개관했다.

금천구는 기반시설 구축 못지않게 다양한 문화 관련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금천문화원, 금천마을활력소 어울샘 등 문화시설을 활용해 주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시흥5동주민센터 건물 6층에 시흥행궁 전시관을 개관해 금천의 역사 문화 자원 발굴과 이를 활용한 다양한 역사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금천구는 주민들의 책을 통한 문화활동을 위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을 확충해왔는데, 앞으로 ‘대표 도서관’도 지을 예정이다.

유 구청장은 “그동안 부족했던 문화예술 관련한 기본 인프라 구축에 주력해왔다”며 “주민이 문화의 주체가 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글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