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보완책 마련해야
등록 : 2022-03-10 15:19
서울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둔 지난 1월25일 오세훈 시장 주재로 서울안전자문회의를 개최해 그간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보완해야 할 내용 등을 논의했다. 서울시 제공
처벌만으로 산업재해를 방지할 수 없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예방에 중점을 둔 행정이 요구되며, 이는 법이 일관성 있게 해석·집행될 것이라는 국민의 높은 신뢰를 전제로 한다. 셋째, 오늘날 위험의 일상적·복합적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한국 사회는 위험이 일상화된 위험사회로 진입했다”고 말한 바 있다. 기술 발달과 함께 잠재적 위험 역시 증가하는 위험사회에서 재해는 경영자의 예측 가능성에서 벗어난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기에 경영자에 대한 처벌 강화가 이루어지는 만큼 그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보다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주요 여야 대선 후보들도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을 인식해 보완·개정을 약속했다. 지자체 중에선 중대재해처벌법에 가장 선제적·모범적으로 대응 중인 서울시가 지난 2월27일 정부에 법령상 불명확하거나 모호한 규정의 구체화·명확화 및 법령상 미비를 세부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고시 제정을 건의했다. 서울시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부터 전담부서를 지정하면서 매뉴얼을 작성·배포하고, 오세훈 시장 주재로 서울안전자문회의를 개최하는 등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선제적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최근에는 삼성에서 시행 중인 보행·작업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를 벤치마킹해 바로 실행에 옮기는 등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다른 지자체보다 먼저 대응해온 서울시마저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이 단지 ‘처벌’이 아니라 중대재해의 ‘예방’에 있음에도, 불명확하거나 미비한 규정들을 그대로 둔 채 법 시행을 강행함으로써 현장의 혼란을 가중해 법의 실효성을 떨어뜨린 부분에 대해 정부 여당의 책임은 실로 크다. 정부 여당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지자체, 노동계 및 기업 등의 의견을 반영해 법과 시행령 개정을 서둘러야 하며, 개정 전이라도 하루빨리 보완책을 마련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석재왕ㅣ건국대 안보재난관리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