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 규제 완화’로 도시 경쟁력 강화해야

등록 : 2022-02-24 15:52
지난 17일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제1회 서울규제혁신포럼에서는 서울시 혁신산업 분야의 규제개혁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서울시 제공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유력 후보들의 규제 관련 공약은 부동산과 지역발전 등 선심성 규제 완화에 치우친 측면이 있다.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변화의 국면에서 융복합기술을 통한 산업 성장이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혁신이 일상이 된 현실에서 선심성 규제 완화가 과연 도시 경쟁력에 도움을 주는지 의문이다.

우리에게 더욱 절실한 것은 신기술·신성장 분야 규제 혁신을 통해 기업들의 혁신 성장을 돕는 것이다. 그간 정부와 대한상의를 중심으로 규제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규제샌드박스 등이 있다. 이는 신기술의 규제 확인 뒤 실증 특례, 임시 허가 등의 규제 완화 조치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규제 완화만으로 한계가 있고, 추가 기술개발과 실증, 시험분석, 제품화 등이 동시 추진돼야 기업의 혁신 성장이라는 궁극적 목표가 달성될 수 있다.

그간 우리는 기업의 일부 규제를 풀어주면 알아서 기업 성장을 할 것으로 판단했고, 실제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시대에서의 규제 개선 패러다임은 지금 활용도가 낮다. 제조와 서비스가 융복합되는 상황에서 규제 형태도 복잡 다양하다. 관련 규제를 푼다 해도 해당 신제품의 시장이 창출되고, 구매가 늘어나지 않는다. 혁신적인 제품만이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무한 경쟁 시대이다.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규제 완화, 기술 경쟁력, 신뢰성, 투자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구축돼야 한다. 이를 위해 도시와 지역이 직접 나서야 한다. 세계 도시 경쟁력의 대표적인 지수인 글로벌 도시지수, 세계 도시 종합경쟁력 랭킹 등에서 중요한 지표는 도시가 혁신적인 기업을 얼마나 보유하는가이다.

도시 경쟁력의 기반인 혁신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시와 지역이 규제 혁신과 성장지원으로 혁신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미 많은 지역에서 이러한 노력은 현실화하고 있다. 서울은 인공지능(AI), 바이오, 핀테크 등 혁신산업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도시 차원에서 산업별 기업 규제를 발굴하고, 글로벌 수준의 기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공론화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강원도는 도서 지역에 있는 어르신들이 약만 타러 대도시까지 오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원격의료를 처음 실증했고, 세종시도 신도시의 고질적인 문제인 대중교통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를 실증 중이다.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고 혁신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규제 혁신 지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기업 하기 좋은 도시를 위해 영국, 일본 등에서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도권 규제를 폐지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서울은 1980년대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에 의해 입지, 환경규제, 조세제도 등에서 제약을 받는다. 서울이 테스트베드가 되어 많은 스타트업 기업이 신기술·신사업을 시도할 수 있도록 현 상황에 맞는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도시는 혁신기업의 성장에 방해되는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혁신기업은 우리 시장에서 경험을 쌓아 확보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서 다수의 우리나라 혁신기업이 세계를 선도하는 신기술과 신제품을 선보였다. 그중 안경 제품을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한 기업은 앱으로 얼굴형을 분석한 뒤 추천하는 맞춤형 안경 판매 시스템을 구현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안경을 비대면으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기업이 만일 미국에 진출한다면 미국 상황에 맞게 추가 기술개발, 시험분석과 검사, 미국 표준 취득, 미국인 얼굴형에 맞는 시제품 개발 등을 별도로 해야 한다. 기업 스스로 감당해야 할 부담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혁신기업이 미국 시장에 적합한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기술전쟁 시대, 우리 기업의 혁신기술이 우리나라를 기반으로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박문수ㅣ단국대학교대학원 융합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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