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캠프’에서 본 성공 스타트업

“세계로 뻗어갈 한국 스타트업, ‘CEO 긍정 마인드’가 큰 힘 될 것”

등록 : 2022-01-20 16:04 수정 : 2022-03-06 09:33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의 김영덕 상임이사가 지난 13일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스타트업 복합지원공간 ‘프론트원’의 여러 장소에서 2022년 한국 스타트업계를 전망하며 다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2020년 7월 문을 연 프론트원은 신용보증기금이 건물을 제공하고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운영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해 운영하는 민관 합동 창업 공간이다. 디캠프는 19개 금융기관이 8450억원을 출연해 2012년에 설립한 국내 최대 규모의 창업재단이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디캠프’에서 본 성공 스타트업 ① 김영덕 디캠프 상임이사 인터뷰

“한국 스타트업, 실리콘밸리와 맞짱 가능…한국 영화처럼 실력 갖춰”

스타트업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이 높다. 벤처투자금이 크게 늘고, 경제 전체에서 스타트업의 비중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창업이 청년들의 주요한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서울&>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창업재단인 ‘디캠프’의 활동을 통해 청년들의 창업 준비에 필요한 내용들을 점검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첫회로 김영덕 디캠프상임이사 인터뷰를 싣는다. 편집자

“2022년은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국내에서생긴 경쟁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변곡점이 되는 해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중요한 점이 스타트업 대표의 ‘전향적이고 긍정적인 태도’입니다.”

지난 13일 마포구 공덕동 ‘프론트원’에서 김영덕 상임이사가 올 한 해를 전망하면서한 말이다. 프론트원은 금융위원회가 발의해 2020년 7월 문을 연 스타트업 복합지원공간이다. 지상 20층에 연면적 3만6259㎡ 규모인 프론트원은 스타트업과 관련해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기관이기도 하다. 그동안 세계최대 스타트업 보육기관이었던 프랑스의 스테이션에프(3만4천㎡)를 능가한다.


민관의 가장 성공적인 창업 공간으로 평가받는 프론트원은 신용보증기금이 건물을 제공하고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운영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해 운영하는 민관합동 창업 공간이다. 디캠프는 19개 금융기관이 8450억원을 출연해 2012년에 설립한 국내 최대 규모의 창업재단이며, 민간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2021년 1월부터 디캠프와 프론트원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 이사는 우리나라에서 청년창업자를 가장 많이 만나고 육성한 사람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김 이사는 인터파크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최고보안책임자(CSO)를 지낸 뒤, 2000년 사내벤처로 G마켓을 공동 창업했다. 이후 2007년부터는 실리콘밸리에서 엔젤 투자자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했고, 다시 국내로 돌아온 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롯데액셀러레이터(현 롯데벤처스)의 사업총괄 상무를 맡았다. 김 이사는 이때 “매년 수천 장의 창업기획서를 보고, 수백팀의 청년 스타트업 관계자를 만났다”고 말한다.

이렇게 오랜 기간 스타트업에 관여해온 그가 보기에, “이미 우리나라 스타트업은 전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김 이사는 “스타트업이 국내에 제대로 소개된 것이 2011년, 본격적으로 비즈니스 생태계에 알려진 것은 2012~2013년 정도였다”

고 설명한다. 은행권창업지원재단 디캠프가 당시 스타트업을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후 지난 10년간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은 계속 증가해왔습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스타트업 지원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그동안 이 분야에서 양적·질적 축적이 많이 됐습니다.”

김 이사는 “이에 따라 스타트업 창업이 꾸준히 늘어나고, 스타트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우리 경제에서 스타트업의 활용도도 넓어졌다”며 “2019년 하반기부터 확실한 스타트업의 포텐셜(잠재역량)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요즘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미 실력은 몇 년 전부터 탄탄하게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넷플릭스 등 세계적 네트워크를 이용하게 되면서 전세계에 한국 콘텐츠 붐이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스타트업도 지금 한국 영화와 비슷한 맥락 속에 있다고 봅니다.”

김 이사가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로 ‘대한민국 청년들의 뛰어난 역량’을 꼽는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청년 창업자들이 최고라고 하지만 우리도 만만치 않다”며 “창업현장에서 에너지 넘치는 청년 모습을 많이 본다. 한번 붙어볼 만하다”고 평가한다.

“최근 멘토로서 한 대학생 창업자와 30분간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창업과 관련해 몇가지 물어보니 막힘 없이 대답하더군요. 사업자로서의 내공이 깊어 상대방이 대학생이라는 생각을 못할 정도였습니다. 철저하게 준비된 그 모습을 보면서, 당장 실리콘밸리에 보내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긍정 마인드 가진 대표가 ‘회사 조직문화’ 좋게 만들어”

“받은 친절 보답하기, 작은 약속 지키기

도움받기보다 도움 주려는 태도 등이

좋은 사람과 행운 찾아오게 하는 비결”

김영덕 디캠프 상임이사가 지난 13일 프론트원에서 <한겨레> ‘서울&’과 인터뷰하면서 한국 스타트업의 발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김 이사는 이렇게 한국 청년 창업자들이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 철저한 창업 준비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 세계 속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또 한가지 꼭 갖추어야 할 필수 요건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사람과 미래에 대한 전향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공하는 데는 운이 크게 작용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운이란 것도 ‘사람과 미래에 대한 긍정적 태도’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청년 창업자가 좋은 태도와 밝은 미소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의 친절에 작게라도 보답하려고 할 때, 행운도 찾아온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 태도를 가진 사람에게 좋은 사람들이 모이고, 좋은 사람들이 모이면 좋은 기회가 많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김 이사는 또 ‘도움받기보다 도움 주기’와 ‘약속한 것은 작은 약속이라도 꼭 지키기’도 ‘운을 부르는 태도’로 꼽았다.

“남을 이용하려는 태도는 단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든 도움을 받고 내가 크게 성공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은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 전체가 위험해집니다. ‘좋은 것만 뽑아서 취하겠다’는 체리피킹적 사고는 장기적으로 사람과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김 이사는 “이와 반대로 조그만 도움을 받더라도 꼭 다시 갚고, 더 나아가 남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가진다면 주변에 좋은 사람을 많이 두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이사는 “사람들이 보통 큰 약속은 잘 지키지만, 작은 약속은 하찮게 여기는데, 작은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큰 약속도 잘 지키게 된다”고 말했다. “작은 약속을 잘 지킬 때 신뢰가 차곡차곡 쌓이게 되고, 반대로 작은 약속을 하찮게 여기면 그 사람도 하찮게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이런 긍정적 마인드를 가진 스타트업 대표가 좋은 회사 조직문화도 만든다”고 본다.

“좋은 기업문화는 스타트업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좋은 기업문화가 슬로건 설정 등 선언적 활동을 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CEO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이사는 “CEO의 행동을 통해 ‘우리 회사의 가치기준이 뭔지’ 직원들에게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고, 그런 것들이 반복되면서 ‘회사 문화’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가령 회사에서 사고가 났을 때 CEO가 화를 내며 담당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지, 아니면 사고가 발생할 확률 등을 파악하고 이를 프로세스적으로 줄이려고 노력하는지에따라 조직문화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 이사는 또 “CEO가 팀원들의 말도 안되는 얘기도 들어주는 열린 태도를 가진다면, 그 황당한 얘기 속에서 위대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메신저로 편하게 소통할 수 없을까라는 당시로는 황당한 얘기의 결과로 카카오톡이 탄생하고, 물류센터 100개를 만들까라는 엉뚱해 보이는 아이디어에서 쿠팡의 빠른 배송이 가능해질 수 있었습니다.”

김 이사는 이렇게 CEO의 긍정적 마인드와 좋은 조직문화가 뛰어난 기술력과 결합할 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이더 많이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타트업은 사실 전전긍긍하다가 버텨내고 또 전전긍긍하다가 버텨내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그 어려움을 뚫고 성공한 사람 중에는 천재라기보다는 좋은 태도, 굳건한 의지, 운과 주변의 도움을 받은 사람이 더 많습니다.”

검은 호랑이의 해인 올 한 해, 김 상임이사의 이런 조언을 좇아서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한국 스타트업 소식이 많이 들려오길 기대해본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