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거 공간 입주자들, ‘규칙 소통’으로 소중한 평화 지켜내다

행복둥지 이야기 공모전 SH 공동체 부문 대상 후보 관악구 대학동 ‘우리 하메’

등록 : 2021-12-16 17:25 수정 : 2021-12-17 18:48
관악구 대학동 청년 1인 가구 공동주거공간 에어스페이스 1호점 입주자들이 건물 앞에서 엄지를 치켜세워 보이고 있다. 우리 하메 제공

에어스페이스 셰어하우스 1호점에서

매달 소통하며 공동생활 규칙 만들어

거실·화장실·세탁기 등 사용 규칙

서로 다툼 없이 잘 지내게 한 일등공신

각자 고향과 나이, 환경도 다른 6명이

돌아가면서 회장 뽑아 심부름 도맡아

배려와 규칙 지키기로 유대감도 커져


규칙 지키면서 좋은 사람들과 ‘웃음꽃’

저마다 각자 고향과 나이, 살아온 환경이 다른 여섯 명이 한 공간에서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나(권혜수)는 이런저런 걱정을 안고 에어스페이스 셰어하우스 1호점에 입주해 1년4개월 동안 지내고 있다.

에어스페이스 셰어하우스 1호점은 지난해 5월 첫 입주자를 모집했는데, 나는 우연히 첫 번째 입주자가 됐다. 1년4개월 동안 참으로 다양한 입주자들이 들렀고, 몇몇 하메(하우스메이트를 줄인 말)는 나와 오랫동안 함께 이곳을 지키고 있다. 사실 여섯 명이 함께 생활하는데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면서 우리만의 평화를 깨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노력 중 하나가 바로 ‘규칙’ 지키기였는데, 지금껏 큰 다툼 없이 잘 지내게 해준 일등 공신이 ‘규칙’이다. 서로 간의 작은 약속들을 만들어 셰어하우스의 평화를 지켜온 이야기를 ‘규칙’을 중심에 두어 공유하고자 한다.

규칙 0. 대표 선출과 규칙 만들기

규칙을 지키려면 우선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매달 한 번씩 먹거리를 나눠 먹으며 셰어하우스 모임을 한다. 그러면서 ‘아, 이분은 밤에 시끄러운 걸 싫어하시는구나’ ‘옆방 친구는 학생이라서 아침에 일찍 나가야 하는구나’ 등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이를 통해 서로를 배려하는 규칙을 정할 수 있고 분위기도 한층 부드러워서 규칙 정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규칙을 정한 뒤에는 미리 장만해둔 화이트보드에 작성하고 커뮤니티 모임 보고서를 작성해 셰어하우스 회사(어울리)와 공유한다.

우리 셰어하우스는 3개월에 한 번씩 대표를 선출하는 게 특징이다. 대표는 3개월 동안 셰어하우스에 필요한 것들을 위해 에어스페이스 사무실과 소통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대표는 돌아가면서 맡는다.

규칙 1. 한 사람당 신발은 두 켤레씩만

현관은 흔히 ‘복이 드나드는 곳’이라고 한다. 그만큼 현관이 깔끔한 것이 중요하다. 신발이 너무 많으면 현관이 지저분해 보인다. 우리는 한 사람당 신발은 두 켤레 이상 나와 있지 않기로 약속했다. 또한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우산은 바깥 복도에 보관한다.

입주자들의 신발이 놓인 현관 모습. 우리 하메 제공

규칙 2. 모두의 배려로 만든 풍요로운 주방

우리 셰어하우스 주방은 항상 웃음이 넘친다. 사람들이 주방에 옹기종기 모여 저마다 요리 실력을 뽐내기도 하고 하메들이 꽃다발이나 화분을 두는 등 함께 열심히 공간을 가꾼다. 이런 화목한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역시 초반에 엄격한 규칙과 조율이 필요했다.

우선 첫째로 공간에 대한 규칙이다. 우리는 여섯 명이 동일하게 주방과 냉장고, 냉동고 수납공간을 나눠서 사용하고, 애매하게 남는 공간은 공용칸으로 셰어하우스 사무실에서 받은 공용 물품을 둔다.

처음 입주할 때 빌트인 냉동고만 있었는데 짐이 늘어나면서 여섯 명이 나눠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우리는 회의를 통해 냉동고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각자 매달 내는 6만원의 관리비를 모아 냉동고를 사달라고 회사에 요청했다. 이렇게 회사의 지원과 하메들의 회의를 통해 얻은 냉동고는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다.

둘째는 장소에 대한 규칙이다. 우리 셰어하우스의 긴 아일랜드 식탁 한편에는 항상 사탕, 과자가 빼곡히 쌓여 있다. 함께 나눠 먹을 과자나 음식을 올려두자는 따뜻한 규칙 덕분이다. 하메들이 꼭 나눠 먹겠다고 음식을 쌓아둔 덕분에 아일랜드 식탁은 늘 과자가 넘치는 풍요로운 공간이다.

규칙 3. 수다 꽃을 피우는 편안한 거실

우리 셰어하우스의 자랑이라고 한다면 언제나 북적거리는 거실을 꼽을 수 있다. 거실에서 좀 더 편하게 대화하면 좋을 것 같다는 하메들의 요구를 반영해 소파도 구매했다. 에어스페이스 1호점은 3층과 4층으로 나뉘어 있다. 가전제품은 함께 사지만 소파는 3층에서 필요해 3층 하메들이 사비를 모아 샀다. 소파를 사는 모든 과정은 하메들의 의논과 협조로 이뤄졌다.

소파는 편안한 거실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우리는 소파에서 함께 수다를 떨고, 영화를 보고, 불금에는 맥주도 한잔씩 마시면서 거실을 점차 사람 냄새 나는 공간으로 채우고 있다. 따로 약속하지 않아도 한두 명씩 나와 각자 말없이 자기 할 일 하면서 같이 앉아 있곤 한다. 그러다 밥때가 되면 같이 끼니를 해결할 하메들과 밥을 먹으며 수다를 떤다. 우리는 이런 감정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에어스페이스 1호점 입주자들의 공동 생활 공간인 거실 모습. 우리 하메 제공

이렇게 정이 넘치는 따뜻한 거실에도 한 가지 규칙이 존재한다. 바로 ‘쓰·당 제도’이다. 거실에 자리 잡은 쓰레기봉투가 가득 차면 그걸 본 사람이 버린다. 그러면서 늘 버리는 사람만 버리는 부당함을 없애기 위해 어떤 쓰레기를 언제 버렸는지 표시해두자는 약속이다. 이 규칙 덕분에 우리는 자발적으로 의무를 수행해 훗날 생길 수 있는 다툼을 미연에 방지한다.

규칙 4. 서로의 배려로 만드는 향기로운 화장실

주거 환경에서 화장실만큼 민감한 공간도 없다. 셰어하우스에서는 여러 사람이 함께 화장실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칫 지저분해질 수 있다. 그래서 화장실과 관련한 규칙을 가장 많이 만들었다. 샤워 뒤 샤워용품이나 머리카락은 바로바로 치우기, 휴지가 떨어지면 발견한 사람이 구매 요청하기, 수건 건조대는 2개뿐이므로 1개를 3명씩 나눠서 사용하기, 드라이기 사용은 시끄러울 수 있으니 밤 12시30분까지만 사용하기 등이다.

현재 화장실은 각자가 약속을 잘 지킨 덕분에 항상 청결하게 유지된다. 또한 주인이 없거나 안 쓰는 세안용품은 회의를 통해 주기적으로 정리해 깔끔하고 향기로운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규칙 5. 바쁘게 돌아가는 세탁기 속 규칙

우리 셰어하우스에서는 여섯 명분의 빨래를 담당하는 세탁기 2대가 쉴 새 없이 매일 돌아간다. 주말이면 세탁기는 더욱 바빠지는데, 이때 세탁기 쟁탈전이 시작된다.

첫째로 밤 11시30분부터는 자는 사람을 위해 ‘조용조용 시간’으로 정해 최대한 세탁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또 다른 규칙은 세탁기 사용 뒤에는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항상 세제를 넣는 칸과 세탁기 문을 열어둬야 한다. 세탁물은 하메들의 동선에 겹치지 않도록 최대한 구석에 널어둔다. 조금 걸리적거릴 수 있지만 서로 배려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처음 셰어하우스에 입주하면 사소한 규칙들조차 불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각자가 규칙을 지키면서 서로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고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스며들어 서로가 불편하지 않은 공동체 생활이 만들어진다.

우리는 사소한 규칙이라도 지키려고 노력해왔다. 나는 1년 반 남짓한 기간 이곳에 살면서 모두가 큰 다툼 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며 ‘규칙은 우리가 서로 불편한 감정이 생기지 않게끔 도와주는구나’ ‘사소한 부분이라도 공동체 생활에서 규칙을 정하는 게 정말 중요하구나’라고 확신하게 됐다.

집은 나를 내려놓고 온전히 휴식하는 공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셰어하우스는 하메들과 함께 정답고 잔잔하게 일상을 나눌 수 있는 휴식의 장소다. 이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앞으로도 서로를 배려하는 규칙들을 통해 우리의 소중한 평화를 지켜나갈 것이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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