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역사도시’ 서울의 역사문화 살리기

등록 : 2021-10-14 15:31
서울시는 한양도성(사진)과 탕춘대성, 북한산성을 하나로 이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시 제공

시민 800명에게 물었다. ‘서울의 역사가 몇 년일까요?’ 50% 넘는 시민이 서울의 역사를 ‘600년’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서울의 역사는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은 고대 백제의 수도 한성, 고려의 남경, 조선의 수도 한양까지 2000년 훌쩍 넘는 시간 동안 한반도의 중심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렇게 오래된 역사도시임에도 왜 시민들은 서울을 단지 ‘600년’ 역사만을 거쳐온 도시로 인식할까? 아마도 전쟁과 일제강점기, 산업화를 거치면서 많은 역사문화 자원이 훼손되고 그 의미가 퇴색됐기 때문일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향후 10년 시정의 청사진을 담은 ‘서울 비전 2030’에서 전통-현대-미래가 공존하는 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해 서울의 역사문화를 되살려 ‘2000년 역사도시’의 정체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 시작에는 백제 문화가 있다. 기원전 18년부터 660년까지 백제 역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수도였던 곳은 공주도, 부여도 아닌 바로 서울이다.

백제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서울, 그 안에서도 송파구 일대의 백제 유적지를 엮은 ‘서울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조성될 예정이다. 중심축 구실을 수행할 풍납동 토성은 위례성의 북쪽 성으로 총둘레는 3.7㎞, 그 높이만 최대 13.3m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한반도 최대 규모로 고구려의 국내성(둘레 2.7㎞)이나 신라의 월성(둘레 2.4㎞)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오랜 세월이 지나 서쪽 성벽 상부 대부분이 유실됐으나 백제 초기의 역사 정체성을 규명하는 데 여전히 중요하다. 수십만 점의 유물이 출토된 ‘지붕 없는 살아 있는 백제 박물관’인 이 지역에 문화재와 주민이 함께 발전하는 지역 시설들이 새롭게 들어서게 된다.

‘서울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확장 등재를 추진 중이기도 하다. 201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충남·전북 일대 ‘백제역사유적지구’의 뒤를 이어,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목표로 제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적의 가치를 발굴하고 전 시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다양한 활동을 바탕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향한 발걸음을 차근차근 옮기고 있다. 이 찬란한 백제 역사를 전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함께 지키고 가꿔나갈 수 있도록 튼튼한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광화문 일대 의정부와 육조거리를 중심으로 조선 수도 한양의 역사성을 조명하는 사업도 계속된다. 광장을 새로 조성하는 과정에서 아스팔트 아래에 육조거리 흔적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는 놀랍고도 반가운 사실이 발견됐다. 시민들은 이 육조거리 위에서 휴식도 취하고 거리의 변천사를 역사 프로그램으로도 만나게 된다. 역사의 현장 위에서 과거 흔적을 가깝게 느끼고 배우며 그 가치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2000년 역사도시 서울’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또 하나의 도전은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시도다. 더욱 견고해진 도성 코스로 다시 한 번 세계유산 등재에 나선다. 한양도성과 북한산성, 그리고 그 둘을 잇는 탕춘대성을 하나의 코스로 잇고 유산구역으로 보존할 계획이다.

또한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한양도성의 단절된 구간을 복원하는 디지털 사업도 준비 중이다. 여기 없지만 여기 있는 것처럼 도성의 역사가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서울의 상징적인 대표 유적이 디지털의 힘을 빌려 되살아난 만큼 새로워진 한양도성의 위상으로 세계 무대에 우뚝 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외에도 서울 도심에 남은 유일한 조선 민가 정원인 ‘서울 성북동 별서’ 복원 등 전통과 현대, 자연과 건축을 아우르는 다양한 사업들로 서울 역사문화 자원의 의미를 새롭게 밝힐 예정이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서울의 역사문화 자원을 기반으로 서울의 브랜드 가치와 품격을 향상하고 서울시민의 문화적 자긍심이 고취될 수 있도록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해나갈 것이다.

주용태ㅣ서울시 문화본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