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사회 대응 ‘슬기로운 민관협력’

기고 ㅣ 민앵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 합연합회 상임이사

등록 : 2021-06-24 15:28 수정 : 2021-06-24 16:49
지난 5월 은평구는 지역의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과 상호 교류와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돌봄SOS센터 건강지원서비스를 취약계층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35위로 최하위권이다. 국가 행복지수는 국내총생산과 기대수명, 사회적 지지 등을 바탕으로 집계하는 지수다. 한국은 고령화와 저출산이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1인 가구와 고독사가 늘고 우울감을 느끼는 이가 증가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누구든 위험집단에 속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국민이 행복해지고 삶의 질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는 노력으로, 몇 해 전부터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마을공동체정책을 도입해 주민 커뮤니티·아파트·단체·사회적 경제 등 크고 작은 시민활동을 지원하고 민관협력으로 지역 문제를 함께 풀어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노후’라는 정책 목표를 정하고, 2019년부터 16개 지자체를 통해 지역사회통합돌봄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시범사업에 포함되지 않은 지자체들도 지자체장이 무심하지 않은 한 어떤 형태로든 지역사회통합돌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돌봄이 이제는 새로운 개념이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이 된 셈이다.

지역사회통합돌봄 사업이 살던 곳에서 나이 들고 존엄한 죽음을 가능하게 하려면 개개인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른 ‘맞춤형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

‘맞춤형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어떤 방식이어야 할까? 정책으로 펼쳐지는 관의 사업은 늘 표준화, 규모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공공복지도 일반행정 전달 체계를 이용할 수밖에 없고, 전담 인력 부족에 늘 시달린다. 공무원들은 민간협력이 낯설고 업무를 익힐 만하면 인사이동을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서비스는 연계성의 부족과 분산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서 국민의 불안을 덜어 주고 행복 수준을 높이기 위한 맞춤형 서비스는 당사자인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때 더욱 효과적이다.

주민 자치조직의 사례로 주민들이 자신들의 필요로 의료기관을 만들어 운영하며 ‘건강마을공동체만들기’를 하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있다. 전국 24개, 조합원이 5만 명 있는데 1년 1회 총회를 통해 주민들이 모여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사업을 평가하고 계획한다. 마을 사람들은 건강마을 공동체를 위한 의제를 나누고 결정하며 집행한다. 일상적으로 자조 모임, 취미 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서로를 지지하는 사회적 연결망을 확대한다. 이렇게 오랜 시간 이웃으로 살다가 아파서 병원에 갈 수 없을 때는 내 건강을 돌봐주던 주치의가 건강리더와 함께 우리 집으로 방문의료를 온다. 시시때때로 이웃이 내 안부를 물을 것이고, 세상을 떠날 때 곁에서 배웅해줄 것이다.

이렇게 자신들이 원하는 시설과 환경을 만들어가는 여러 과정을 겪으며 주민은 주도적·주체적인 존재로 성장한다. 일상의 자치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훈련된 주민은 기획 단계부터 관과 동등한 주체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기획하며관에 민의 필요를 알려준다. 관은 필요한 역할을 나누면서 지역의 공공・민간자원을 연계해 지속가능한 지역사회통합돌봄을 만들어갈 수 있다.


고령화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돌봄이 필요해진다.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지금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 건강 안전망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 서울시의 마을공동체사업에서는 건강한 사람은 물론 취약계층도 함께 참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립된 취약계층이 사회로 나오게 하는 활동도 한다. 이러한 시민참여 정책은 시민을 서비스 수혜자로만 보지 않고 시정의 파트너로서 직접 참여하게 하는 좋은 모델이다. 여러 해 동안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된 공동체가 흩어지지 않고 사회적 안전망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당장의 성과가 아니라 긴 안목으로 접근하면서 말이다.

민앵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상임이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