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실천과 성장 돕는 ‘우리 동네 배움터’

기고 ㅣ 이대현 서울시 평생교육국장

등록 : 2021-05-27 16:01
2020년 은평구 동네배움터에서 이엠(EM, 유용한 미생물군) 세제를 만들고 있다. 이 배움터에서는 코로나19로 화두가 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중 하나로 ‘EM세제’ 만들기 실천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교육 선진국이자 민주주의 지수(EIU)에서 매년 세계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스웨덴의 전 총리 올로프 팔메는 “스웨덴의 민주주의는 스터디 서클 민주주의”라고 말하며, 스웨덴의 민주주의가 발달한 이유를 스터디 서클에서 찾는다.

스터디 서클이란 특정한 교사 없이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경계가 느슨한 구조의 배움 공동체다. 서울시가 운영 중인 ‘한걸음에 닿는 동네배움터’가 이와 같은 구조다. 동네 주민들 서로가 배우고 가르치며 소통하는 곳. 그 공간은 그저 비어 있는 공간이면 된다. 카페가 될 수도, 전통시장이나 작은 도서관, 공방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서울시 17개구 197곳 근거리 생활권 내 동네배움터에서 서울시민들은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배우고 성장하는 중이다.

얼마 전까지 은평구에서 ‘커피 생활’이라는 동네배움터를 운영했다는 한 청년은 동네배움터를 ‘지역을 꽃피우는 마중물’이라고 표현했다. 처음에는 소소하게 뭐 하나 배워나 볼까 하고 모인 개인들이었으나, 서로를 가르치고 학습하며 부쩍 성장한 느낌이라고 했다. 이제는 동네 전체를 발전시킬 궁리를 하게 됐고, 활기 가득 찬 녹번로를 꿈꾼다는 청년 참여자들의 모습에서 본인 역시 수준 높은 시민교육의 미래를 꿈꾸게 됐다.

구로구 사례도 나누고 싶다. 구로구는 동네배움터를 통해 ‘학습실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학습실천’이란 배운 내용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활동이다. 예를 들어, 어르신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활용 방법을 알려드리면 이분들이 또 다른 참여자에게 배운 내용과 스스로 체득한 것을 되돌려 알려주는 것이다. 이전부터 동 주민센터 등에서 진행하던 일반적인 강좌들과 동네배움터의 차이는 이 지점에 있다. 바로 ‘실천’이다. 배움에서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소통하고 나누고 실천하는 활동. 이것은 서울시 동네배움터가 시민 스스로 성장하도록 돕고, 마을공동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더 넓게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평생학습사회의 구현이 될 수도 있겠다. 이처럼 동네배움터에 참여한 17개 자치구는 모두 지역별 특색에 따라 주민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쯤 되면 내가 사는 우리 동네는 어떤 동네배움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1101개의 동네배움터 프로그램이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열리니, 내가 사는 구청에 문의하면 수강신청이 가능하다. 서울시는 프로그램 운영비와 인건비 등 총 19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자치구별로 ‘동 평생학습전문가(평생교육사)’를 배치해 학습자들의 프로그램 진행을 돕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늘어난 ‘집콕’ 일상을 돕는 프로그램 ‘오늘의 집 꾸미기’(노원구), ‘쓰레기 제로 챌린지’(도봉구), ‘우리 아이들을 위한 부모표 미술놀이’(강북구)와 디지털 기기 사용률이 높아짐에 따라 ‘어르신 스마트폰 활용교육’(송파구), ‘스마트폰/키오스크 활용법’(성북구), ‘스마트 실버교실’(동대문구) 등 달라진 사회 환경에 맞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급속히 빨라진 비대면 교육 활성화는 동네배움터에도 찾아왔다. 디지털 교육으로의 전환과 시민 주도적이고 지속적인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동네배움터 중장기 발전계획도 마련 중이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관련된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지속가능한 양질의 평생학습에 누구나 다 참여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그동안 만난 ‘동네배움터’ 참여자에게서 가장 많이 접한 단어는 바로 ‘성장’이었다. 단순한 취미 생활로서의 모임이 아닌 사회 안에서 성장하는 교육공동체로서 평생교육은 이제 스웨덴이나 덴마크에 가야 볼 수 있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집 근처, 우리 동네 안에서 한걸음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시민 곁에서 생동하고 있다.

이대현 서울시 평생교육국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