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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이야기 나누도록 돕는 속마음버스
등록 : 2016-07-14 15:19 수정 : 2016-07-15 16:33
버스가 마포대교를 건넌다. 커튼이 달린 창밖으로 노을이 지고 있다. 29인승 버스를 단둘이 타고 가다 보니 서울 도심이지만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 난다. 분위기 덕에 평소라면 꺼내지 않았을 이야기가 나온다.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지 않았던 콤플렉스, 부모님과 벌이고 있는 갈등 같은,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고민까지도 알코올 도움 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2014년 3월31일부터 운행을 시작한 서울시 ‘속마음버스’는 지난 5월31일까지 2년 동안 총 1만5829명이 신청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서울의료원이 운영하고 ㈜카카오가 연 2억 원의 운영비용을 전액 후원하는 이 사업은 서울 시민의 힐링 프로젝트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의 사업 중 한 프로그램이다.
공감자의 도움도 받을 수 있어
질병관리본부가 2014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시민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30.6%에 이른다. 스트레스 인지율이란 평소 일상생활 중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끼는 사람의 분율을 뜻한다. 서울연구원은 2013년 발표한 ‘서울시민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지원 방안’에서 정신보건 정책과 사업 대부분이 정신질환자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울, 스트레스 등을 포함한 일반 시민 대상 정신건강증진 서비스 제공이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의미다. 서울시가 힐링 프로젝트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 이유다.
서로의 속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돕는 속마음버스도 서울시의 힐링 프로젝트 중 하나다. 속마음버스는 크게 두 종류다. 속마음을 나누고 싶은 지인과 타거나 ‘공감자’인 치유활동가와 타는 방법이다. 선택은 탑승 신청할 때 할 수 있다.
지인과 타는 경우 연인이 신청하는 비율이 78%로 압도적으로 높다. 그다음은 부모 자녀, 친구, 부부, 형제자매순이다. 평소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사람일수록 나누고 싶은 속이야기가 많은 셈이다. 버스에 며느리와 함께 탄 시어머니는 며느리와 마음의 문을 여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처음 결혼을 반대했던 것이 고부간 앙금으로 남아 있었는데, 시어머니는 자신의 결혼생활 이야기를, 며느리는 자신의 성장 과정을 나누며 서운한 감정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다고 전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익명의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다면 공감자와 탑승을 추천한다. 서울시는 ‘누구나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28개 보건소에서 치유 활동가 교육을 하고 있다. 6주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 같은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교육하면서 새 치유활동가를 길러 내는 피라미드 방식이다. 속마음버스 운영진은 이들의 명단을 갖고 있어 신청자 사연에 맞는 적절한 공감자를 연결해 준다. 지난 6월에 버스를 탄 한 신청자는 생판 모르는 자신의 사연에도 함께 울어 주는 공감자와 마음을 나누면서 속이 후련해졌다고 말한다. 왜 굳이 버스를 타야 하나? 정말 위로가 될까? 속마음버스의 함나얀(22) 코디네이터는 처음에 상대방으로 지정되어 온 사람들이 탑승을 내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특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데 익숙지 않은 한국의 중년 남성들은 분위기 자체를 어색해하기도 한다. 속마음버스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섬세한 배려로 신청자들의 마음을 서서히 열 수 있도록 돕는다. 속마음버스 프로그램은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으로 시작된다. 안내사항을 전달하고 음료와 간식을 준다. 안전벨트 착용을 확인받고 나면 탁자 위의 오디오에 이어폰을 꽂고 각자 사연을 듣는다. 신청할 때 적었던 탑승 이유를 녹음한 것이다. 남의 음성으로 내 사연을 듣는 것만으로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많다. 때문에 탁자 위에는 언제나 휴지가 마련되어 있다. 다음에는 준비된 카드에 오늘의 대화 주제를 적는다. 그리고 한 명씩 3분간 번갈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규칙은 상대방은 듣기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은 모래시계로 잰다. 3분이 짧다면 5분짜리 모래시계를 부탁하면 된다. 이후 버스가 상암동, 자유로를 지나 다시 여의도역으로 돌아올 때까지 같은 방식으로 서로 얘기를 나눈다. 접근성과 분위기가 좋고, 도로가 울퉁불퉁한 부분이 없어 멀미를 하지 않고 집중하도록 고려한 코스다. 나를 온전하게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치유돼 누군가에게 온전히 내 마음을 꺼내놓았을 때 받는 위로의 힘을, 살면서 한번씩은 느껴 보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혼자 3분간 얘기하는 게 민망하지만, 점차 규칙에 익숙해진다. 당장 받아치고 싶은 말을 참거나, 한 사람의 이야기를 진득이 듣는 법을 경험하다 보면 모든 사람은 타인에 대해 치유력을 갖고 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게 된다. 황소영 총괄매니저는 “속마음버스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한다. 힘든 일이 없더라도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속마음을 털어놓는 경험은 이전과는 다른 질의 관계를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속마음버스에 타고 싶다면 속마음버스 누리집(www.momproject.net)에 접속해 신청을 하면 된다. 타고 싶은 날짜 최소 2주 전에 신청해야 하고, 비용은 무료다. 버스는 지하철 9호선 여의도역 3번 출구에서 날마다 오후 6시30분과 8시40분에, 한 번에 두 팀씩 탈 수 있다. 토요일에는 오후 4시, 6시10분, 8시20분으로 늘려 운영한다. 글·사진 최아리 인턴기자 usimjo33@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속마음버스 이용법을 일러 주는 함나얀(22)코디네이터. 속마음버스 좌석은 둘만의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다른 좌석과 거리가 멀고, 공간도 커튼으로 분리해 놓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익명의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다면 공감자와 탑승을 추천한다. 서울시는 ‘누구나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28개 보건소에서 치유 활동가 교육을 하고 있다. 6주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 같은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교육하면서 새 치유활동가를 길러 내는 피라미드 방식이다. 속마음버스 운영진은 이들의 명단을 갖고 있어 신청자 사연에 맞는 적절한 공감자를 연결해 준다. 지난 6월에 버스를 탄 한 신청자는 생판 모르는 자신의 사연에도 함께 울어 주는 공감자와 마음을 나누면서 속이 후련해졌다고 말한다. 왜 굳이 버스를 타야 하나? 정말 위로가 될까? 속마음버스의 함나얀(22) 코디네이터는 처음에 상대방으로 지정되어 온 사람들이 탑승을 내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특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데 익숙지 않은 한국의 중년 남성들은 분위기 자체를 어색해하기도 한다. 속마음버스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섬세한 배려로 신청자들의 마음을 서서히 열 수 있도록 돕는다. 속마음버스 프로그램은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으로 시작된다. 안내사항을 전달하고 음료와 간식을 준다. 안전벨트 착용을 확인받고 나면 탁자 위의 오디오에 이어폰을 꽂고 각자 사연을 듣는다. 신청할 때 적었던 탑승 이유를 녹음한 것이다. 남의 음성으로 내 사연을 듣는 것만으로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많다. 때문에 탁자 위에는 언제나 휴지가 마련되어 있다. 다음에는 준비된 카드에 오늘의 대화 주제를 적는다. 그리고 한 명씩 3분간 번갈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규칙은 상대방은 듣기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은 모래시계로 잰다. 3분이 짧다면 5분짜리 모래시계를 부탁하면 된다. 이후 버스가 상암동, 자유로를 지나 다시 여의도역으로 돌아올 때까지 같은 방식으로 서로 얘기를 나눈다. 접근성과 분위기가 좋고, 도로가 울퉁불퉁한 부분이 없어 멀미를 하지 않고 집중하도록 고려한 코스다. 나를 온전하게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치유돼 누군가에게 온전히 내 마음을 꺼내놓았을 때 받는 위로의 힘을, 살면서 한번씩은 느껴 보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혼자 3분간 얘기하는 게 민망하지만, 점차 규칙에 익숙해진다. 당장 받아치고 싶은 말을 참거나, 한 사람의 이야기를 진득이 듣는 법을 경험하다 보면 모든 사람은 타인에 대해 치유력을 갖고 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게 된다. 황소영 총괄매니저는 “속마음버스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한다. 힘든 일이 없더라도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속마음을 털어놓는 경험은 이전과는 다른 질의 관계를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속마음버스에 타고 싶다면 속마음버스 누리집(www.momproject.net)에 접속해 신청을 하면 된다. 타고 싶은 날짜 최소 2주 전에 신청해야 하고, 비용은 무료다. 버스는 지하철 9호선 여의도역 3번 출구에서 날마다 오후 6시30분과 8시40분에, 한 번에 두 팀씩 탈 수 있다. 토요일에는 오후 4시, 6시10분, 8시20분으로 늘려 운영한다. 글·사진 최아리 인턴기자 usimjo33@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