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오른쪽 차선에 ‘자전거 등 차로’ 도입하길

기고 ㅣ 한만정 한국자전거단체협의회 대표

등록 : 2020-08-13 16:14

코로나19 등장 이후 주변의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그중에서 언택트 시대의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 또한 엄청난 수요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

급증하는 자전거 인기에 따라 도시의 교통정책에서도 자전거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는 듯하다. 세계 각국의 도시들이 잇따라 자전거 정책을 발표하는 상황이다. 그중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의 자전거 정책 대응이 타 지자체에 모범이 될 만하다.


코로나 시대, ‘자전거 수요 증가’ 세계적 추세

서울시는 작년 ‘사람 중심의 자전거 혁명’ 선언에 이어, 올해 6월 ‘CRT(Cycle Rapid Transportation, 자전거 간선도로망) 핵심 네트워크 추진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청계천과 한강대로 등 핵심 간선망 신설부터 기존 인프라 정비, 대중교통과의 연계, 시민참여형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망라된 이 계획은 매우 체계적인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실제 추진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우선 ‘자전거를 품은 택시’는 7월부터 이미 서울 시내를 누비고 있다. 9월부터는 핵심사업인 청계천 자전거도로 착공과 지하철·버스와 자전거 연계, 민간 앱을 통한 ‘자전거 인프라 환경개선 제안’을 직접 수집하는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추진력 측면에서도 이 정도면 모범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러한 서울시의 의지만으로는 ‘자전거 도시 서울’의 완성이 난망하다는 것이다. 자전거 도시의 처음과 마지막은 결국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라는 점에서 서울시의 방향은 동의할 수 있으나, 도시라는 환경 제약 속에서 자전거 전용 도로망이라는 완벽한 인프라 구축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도로에 자전거도로를 구축한다고 하면 그 예산은 천문학적이 될 것이며, 가뜩이나 교통체증으로 절규하는 운전자 입장에서 도로가 줄어든다고 하면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자전거 정책, 타 지자체에 모범 돼

결국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원칙적으로 도로의 가장 오른쪽 차로는 ‘자전거 등’이 통행하도록 하고 자동차는 비워두도록 하면 어떨까? 이른바 자전거 지정차로제의 도입이라고 할 수 있다.

“가뜩이나 막히는 차로에서 우측 차로를 비우라고?” 운전자는 일단 화부터 낼지 모른다. 그러나 우회전, 조업 주정차 등 맨 오른쪽 차로를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은 여전히 존재하며, 기준 속도를 정해서 교통체증으로 인해 기준 속도 이하로 주행하는 경우에는 우측 차로 진입을 허용한다면 어떨까?

이렇게 된다면, 실제 교통 흐름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기본적으로 가장 오른쪽 차로는 ‘자전거 등’이 다니는 차로로 인식하게 돼, 부분적 자전거도로 구축이라는 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 전 구간 자전거도로 구축을 위한 비현실적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을 것이다.

6차선, 8차선의 넓은 차선을 버스전용로와 승용차로만 달리게 하는 것보다는 오른쪽 저속 차량 구간을 자전거와 킥보드가 함께 이용하는 약자 전용 차선을 시공해 시민 이용자에게 보답하는 것도 국토교통부와 교통경찰의 바람직한 대책이라 생각한다.


자전거 등 약자 전용 차선 도입도 선두 되길

이러한 지정차로제의 주무부처는 경찰청이므로, 서울이 자전거 녹색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이들의 정책적 결단이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물론 자전거 지정차로제는 전국적인 변화를 수반하기에 도입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제도의 시범 도입은 필요하다고 보인다. 지자체 중에 자전거 정책의 모범을 보이는 서울시에서 이를 먼저 도입할 수 있도록 해보고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늘어나는 자전거 수요에 대응하는 바람직한 방안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세계는 비대면 언택트 시대에 걸맞은 자전거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건강과 안전한 사회를 주제로 이른바 ‘녹색의 두 바퀴’가 대유행을 이끌어가고 있다.

사회 변화를 어느 한 주체가 대응할 수는 없는 시대다. 서울시의 노력에 더해 경찰청 등의 협조가 이뤄진다면 자전거 녹색도시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는 날을 기대해보는 것도 즐거운 기다림이 될 듯하다.

지난 6월24일 서울시가 주관하고 서울 각 지역 자전거 민간단체 7곳이 참여한 자전거안전지킴이단의 발족식과 안전 캠페인이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앞에서 진행됐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