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서 80대까지 함께라서 더 좋은 버스킹
청계천 길거리공연자로 구성된 ‘서울거리아티스트협동조합’ 활동
등록 : 2016-06-30 15:00 수정 : 2016-07-01 13:28
십센치, 요조, 버스커버스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이 가수들은 처음에는 ‘버스킹’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금도 거리에는 저마다 다른 꿈을 꾸는 수많은 아티스트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질서 없이 제각각 노래하던 버스커들이 약속된 시간과 장소에서 질서 있게 공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6월17일 금요일 늦은 오후, 청계천 모전교 아래서 최나겸(36) 씨를 만났다.
조합 결성 후 공연 장소 4곳 확보
최씨는 건반, 젬베, 기타, 보컬 4명으로 팀을 꾸린 ‘나겸밴드’의 리더이자 거리아티스트 버스커이자 ‘서울거리아티스트협동조합’의 대표다. “2005년부터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의 지원금을 받으며 거리공연을 했어요. 그러다 2012년 지원이 끊겼고 이때 협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력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이요.”
2012년 협동조합을 만들려고 최씨는 조합원을 모았다. 서울거리아티스트로 버스킹 활동을 하던 나겸밴드를 포함해 130팀이 최초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이 팀들이 협동조합으로 뭉친 까닭은 한 가지다. 안정되게 공연할 공간을 갖는 것. 거리아티스트들은 지원금은 고사하고, 방해받지 않고 공연만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이렇게 모인 협동조합원은 현재 250팀이 됐다.
“막상 협동조합을 만들려고 보니 모르는 것투성이었어요.” 최씨가 협동조합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뒤 정관을 만들고 조합을 정식으로 등록하기까지 반 년이나 걸렸다. “조합 설립과 운영에 관해서 잘 모르니 따로 기관에서 교육도 여러 번 받았어요. 그런데 저마다 교육 내용이 달라서 어려움이 많았지요.”
구청에 ‘서울거리아티스트협동조합’ 설립 신고를 마치고 다음으로 할 일은 시간과 장소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최씨는 청계천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과 협의해 청계천 모전교, 광통교, 광교, 장통교 4곳에 공연 장소를 확보했다. 시간은 주변 사무실 업무가 끝나는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한두 시간 단위로 주 6일 펼친다. 일단 최씨가 한달치 공연 시간표를 조합 게시판에 올리면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는다. 시간표가 완성되면 서울시설관리공단에 제출하고, 청계천 관리 담당 공무원은 아티스트들이 약속한 시간과 장소에서 방해받지 않고 공연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다. “협동조합을 통해 공연 신청 창구가 하나로 되니 서로 방해하지 않고 노래할 수 있게 됐어요. 아티스트들은 서울시와 약속한 시간과 장소에서만 공연을 하고, 음량 크기도 철저히 지키고요. 가격을 제시하는 시디(CD) 판매 행위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 상인이나 시민들과 갈등이 줄었어요.” 거리공연에 뜻이 있는 싱어송라이터는 물론이고 바디페인터, 국악, 서커스까지 조합원들의 공연 장르는 다양하다. 연령도 10대부터 80대까지 모두 있다. 물론 아무나 협동조합에 가입할 수는 없다.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조합에서 주최하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정기 오디션에 통과해야 한다. “기준이 까다롭지는 않아요. 거리공연 특성상, 공연의 적합성을 주로 판단합니다. 한 해에 50팀 정도는 가입하는 추세예요.” 오디션에서는 실력뿐만 아니라 열정이나 창작 능력도 감안해 뽑는다고 했다. 오디션을 통과하고 조합원이 되면 최초 조합 가입비를 제외하고 이후 의무로 내야 하는 돈은 없다. 그러다 보니 조합 운영에 어려움이 따른다. “거리공연을 계기로 행사에 초청되는 경우가 있어요. 조합 운영에 필요한 돈은 초청공연 출연료의 10%를 받고 있는데 의무는 아닙니다. 모두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강요는 못 해요.” 5년 넘게 거리공연을 해 온 최씨는 누구보다 거리아티스트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최씨의 꿈은 소박하다. “거리공연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게 꿈이에요. 아티스트가 거리공연을 평생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협동조합의 최종 목표입니다.” 관객이 길거리 공연은 당연히 ‘공짜’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외국처럼 팁박스에 자율적으로 돈을 내기도 하고, 작품을 산다면 창작 활동만으로도 생계를 꾸릴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날마다 바뀌는 관객이지만 공연 곡목을 달리하고 기존의 곡을 따라 부르기보다는 창작곡을 부르는 이유다. 관객이 없어도 기타를 치고 마이크를 잡는다. 그런 날에는 공허함이 밀려오지만 단 한 명의 관객이라도 박수를 보내 준다면 좋다고 한다. 합동공연 통해 공연 수준 높여 길거리 공연이 많아지면서 자생적으로 생긴 거리아티스트 협동조합 수가 꽤 된다. 청계천, 대학로, 신촌 등 버스킹으로 유명한 장소라면 필요에 따라 생기고 있다. 혹시나 이 조합들이 경쟁자는 아닐까? 최씨는 오히려 앞으로도 협동조합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정해진 구역에서 자리와 시간을 보장받고 상생하며 공연을 할 수 있으니, 갈등 없고 정돈된 버스킹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협동조합들이 모여 합동공연을 펼치기도 하며, 길거리공연의 수준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다. “바로 앞에서 노래를 들으니 마치 저만을 위한 공연 같네요.” 한참을 청계천 돌바닥에 앉아 나겸밴드의 노래를 듣던 김가원(24) 씨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거리아티스트가 꿈을 펼치는 시간, 관객들이 문화에 빠지는 시간을 더 많이, 제대로 만들기 위해 거리아티스트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구청에 ‘서울거리아티스트협동조합’ 설립 신고를 마치고 다음으로 할 일은 시간과 장소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최씨는 청계천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과 협의해 청계천 모전교, 광통교, 광교, 장통교 4곳에 공연 장소를 확보했다. 시간은 주변 사무실 업무가 끝나는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한두 시간 단위로 주 6일 펼친다. 일단 최씨가 한달치 공연 시간표를 조합 게시판에 올리면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는다. 시간표가 완성되면 서울시설관리공단에 제출하고, 청계천 관리 담당 공무원은 아티스트들이 약속한 시간과 장소에서 방해받지 않고 공연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다. “협동조합을 통해 공연 신청 창구가 하나로 되니 서로 방해하지 않고 노래할 수 있게 됐어요. 아티스트들은 서울시와 약속한 시간과 장소에서만 공연을 하고, 음량 크기도 철저히 지키고요. 가격을 제시하는 시디(CD) 판매 행위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 상인이나 시민들과 갈등이 줄었어요.” 거리공연에 뜻이 있는 싱어송라이터는 물론이고 바디페인터, 국악, 서커스까지 조합원들의 공연 장르는 다양하다. 연령도 10대부터 80대까지 모두 있다. 물론 아무나 협동조합에 가입할 수는 없다.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조합에서 주최하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정기 오디션에 통과해야 한다. “기준이 까다롭지는 않아요. 거리공연 특성상, 공연의 적합성을 주로 판단합니다. 한 해에 50팀 정도는 가입하는 추세예요.” 오디션에서는 실력뿐만 아니라 열정이나 창작 능력도 감안해 뽑는다고 했다. 오디션을 통과하고 조합원이 되면 최초 조합 가입비를 제외하고 이후 의무로 내야 하는 돈은 없다. 그러다 보니 조합 운영에 어려움이 따른다. “거리공연을 계기로 행사에 초청되는 경우가 있어요. 조합 운영에 필요한 돈은 초청공연 출연료의 10%를 받고 있는데 의무는 아닙니다. 모두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강요는 못 해요.” 5년 넘게 거리공연을 해 온 최씨는 누구보다 거리아티스트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최씨의 꿈은 소박하다. “거리공연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게 꿈이에요. 아티스트가 거리공연을 평생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협동조합의 최종 목표입니다.” 관객이 길거리 공연은 당연히 ‘공짜’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외국처럼 팁박스에 자율적으로 돈을 내기도 하고, 작품을 산다면 창작 활동만으로도 생계를 꾸릴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날마다 바뀌는 관객이지만 공연 곡목을 달리하고 기존의 곡을 따라 부르기보다는 창작곡을 부르는 이유다. 관객이 없어도 기타를 치고 마이크를 잡는다. 그런 날에는 공허함이 밀려오지만 단 한 명의 관객이라도 박수를 보내 준다면 좋다고 한다. 합동공연 통해 공연 수준 높여 길거리 공연이 많아지면서 자생적으로 생긴 거리아티스트 협동조합 수가 꽤 된다. 청계천, 대학로, 신촌 등 버스킹으로 유명한 장소라면 필요에 따라 생기고 있다. 혹시나 이 조합들이 경쟁자는 아닐까? 최씨는 오히려 앞으로도 협동조합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정해진 구역에서 자리와 시간을 보장받고 상생하며 공연을 할 수 있으니, 갈등 없고 정돈된 버스킹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협동조합들이 모여 합동공연을 펼치기도 하며, 길거리공연의 수준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다. “바로 앞에서 노래를 들으니 마치 저만을 위한 공연 같네요.” 한참을 청계천 돌바닥에 앉아 나겸밴드의 노래를 듣던 김가원(24) 씨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거리아티스트가 꿈을 펼치는 시간, 관객들이 문화에 빠지는 시간을 더 많이, 제대로 만들기 위해 거리아티스트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