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경비 소득공제 혜택 주자

등록 : 2020-07-23 16:26

코로나19 이후 관광업계가 처한 단상을 표현할 말이 달리 없다. 그저 요령부득이고 진퇴양난이다. 아무리 궁리해도 답이 나오지 않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평소 바빠서 만날 시간이 없다던 여행사 대표 한 분은 요즘 도처의 산사를 떠돌며 수행 중이라고 한다. ‘이미 버릴 것은 다 버렸다’는 눅진 목소리에서 평소 느끼던 호기도 사라져버린 듯하다. 어쩌면 자신에게 던지는 ‘포기 각서’일지도 모르겠다. 종사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휴업하면서 그들 또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사장이 잠시만 쉬라고 했는데 ‘정말 잠시면 되는 걸까’.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보자고 했는데 ‘정말 상황이 좋아지는 걸까, 다시 볼 수는 있는 걸까’. 이처럼 희망 고문에 직면했던 종사자들은 결국 실직을 각오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4월부터 휴직수당을 지원받아왔지만, 실제 급여는 최저임금에 못 미치고, 회사 또한 평소 급여의 30%와 4대 보험을 책임져야 하는 만큼 고정비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회사의 결정만 남은 셈이다. 지금 이들에게 특별한 생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코로나19가 그들의 발목을 사정없이 비틀어 놓은 셈이다. 관광업계에 펼쳐진 풍경은 이토록 참혹하다.

사정이 좀 나아진 나라부터 하늘길이 조금씩 열리고는 있어도, 비행기에 몸을 싣는 관광객은 아직 없다. 여행사, 관광버스, 호텔, 식당, 면세점이 여전히 천장만 쳐다보고 있다. 집으로 돌려보낸 직원들을 다시 부를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관광산업이 ‘국지적인 위기’(메르스, 사드, 일본 수출 규제)에서 비교적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외 관광객 5천만 시장이라는 규모의 경제가 지닌 자생력과 그만큼 회복 탄력성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 여파는 업종을 불문하고 완전히 녹다운 상태여서, 회복 탄력성을 기대하기도 어렵게 됐다. 더 가혹한 것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예측 자체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계속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촘촘한 지원과 회복 대책으로 기반 소실 막아야


정부가 나서야 한다. 관광업계만 챙겨달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모든 산업이 동시다발의 위기에 처해 있지만 관광산업처럼 실핏줄까지 모두 터져버린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회복 불능의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민간이 스스로 복구에 나설 수 있는 바닥을 깔아줘야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4개월 동안 서울시가 시행한 지원책은 큰 인상을 남겼다. 여행사, 호텔업, MICE 업체 2천여 곳에 500만원씩 사업비를 지원했고, 담보가 없는 소상공인에게 신용대출로 5천억원을 내놓는 등 전대미문의 파격적 지원을 통해 회복의 씨앗을 뿌렸다. 같은 맥락에서 이제는 정부의 제대로 된 지원이 시급하고 절실하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은 연장이 필수적이다. 당장 9월부터 예상되는 대량 실직사태를 막아야 한다. 무급휴직도 유급휴직에 준하는 급여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국내 관광이라도 제대로 소비를 일으키도록 국민 여행경비 소득공제 혜택을 연말정산에 포함해야 한다. 여행사를 이용하는 관광객에게 경비를 지원해서 여행사를 살려야 한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을 신용대출로 전환해야 한다. 거치 기간과 상환 기간도 더 연장해야 한다. 출국세 등 관광업계가 일으켜 축적한 기금을 관광업체가 그림의 떡으로 여기는 참담한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소상공인에게 국한했던 지원 범위를 넓혀 직원 50명 미만의 소기업도 합당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 그동안 소기업은 가장 많은 물동량을 감당하면서도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 지원이 촘촘해지면 지자체의 다양한 회복 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기반이 소실되지만 않는다면 민간도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관광산업은 가장 다이내믹한 산업이다. 코로나19로 가장 빨리 무너진 영역이 관광산업이지만, 회복 조짐이 보이면 가장 빨리 일어나는 영역 또한 관광산업이 될 것이다. 이 기회에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이 합심해 이상적인 거버넌스의 전형을 만들 수 있음을 확인하고 싶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관광객으로 붐비던 공항도 텅 비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