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의 시대 ‘로이터 사진전’의 이유

등록 : 2016-06-23 16:08 수정 : 2016-06-24 13:21
팔레스타인 남부 네베 데칼림 유대인 정착촌에서 섬광수류탄이 터지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불꽃놀이처럼 보이는 장면이 다른 이들에게는 목숨을 건 투쟁일 수 있다. 수하이브 살림(2005. 9. 6)

“결정적 순간이란 렌즈가 맺는 상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지만, 그것이 시간을 초월한 형태와 표정, 내용의 조화에 도달한 절정의 순간.” 유명한 프랑스 사진작가 카르티에 브레송이 한 말이다. 1932년 내놓은 자신의 사진집에 <결정적 순간>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이후, 이 사진집은 그 어떤 교본보다 더 훌륭한 지침서가 되었고 수많은 사진가들은 그것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해 왔다.  

흔히 사진을 ‘찰나의 예술’이라고 한다. 인간의 망막에 맺혔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찰나를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포착한다는 뜻이다. 눈앞에 펼쳐진 세상에서 한 조각을 잡아내고 촬영자의 시각적 예술성을 가미해 만들어 내는 것이 사진이다. 살아가는 동안 수없이 접하고 넘겨 봤을 순간들이 시간과 공간의 단절을 넘어 사진을 통해 재해석되어 보여지는 것이다. 사진을 바라보며 우리가 공감을 하는 것은 내가 보았을지도 모를 상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망막 뒤편에 자리잡고 있어서다. 그래서 좋은 사진을 보면 그 어떤 설명도 필요없는 것이다.  

사진의 찰나성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사진기자다. 그 누구보다 매일, 매순간 찰나를 포착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숨막히는 전쟁터에서, 때로는 긴박한 사건사고 현장에서, 때로는 오로라가 비치는 북극에서, 뉴스가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사진기자가 함께한다. 사진기자가 이미지로 전하는 소식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창이고 눈이다. <로이터 사진전>은 이런 지구촌 현장의 한가운데에 우리 모두를 두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최근 디지털 기기의 발전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모든 사람들이 콘텐츠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이미지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이미지들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자신이 알지 못하는 곳까지 전파된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이미지가 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건 그리 흔하지 않다. 이미 사람들에게는 매일같이 반복적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이미지를 분간하는 눈이 생겼다. 그래서 이미지 홍수 시대에 살아남는 고급 이미지 콘텐츠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다. 사진기자들의 역작인 보도사진은 날마다 새롭게 생산되는 대표적인 고급 콘텐츠다. 전 세계의 수많은 사진기자들이 다양한 뉴스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 가운데 엄선한 사진들이 데스크의 손에 의해 다시 한 번 걸러진 뒤에 지면이나 온라인으로 공개된다.  

<로이터 사진전>은 그런 엄선된 과정을 거쳤던 사진들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시도다. 대표적 통신사인 로이터의 사진기자는 600여 명, 세계 곳곳을 누비는 이들이 날마다 본사에 찍어 보내는 사진이 1600여 장이다. 30년 동안 축적된 방대한 로이터의 사진 창고 안에서 선별에 선별을 거듭하는 고된 작업을 거쳐 450점을 추렸고, 세상에 내놓기 위해 수십 차례 구성을 고민했다. <로이터 사진전-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포함해 드라마틱한 세상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사진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많은 분들이 전시장을 찾아 세상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눈을 가지길 기대한다. 로이터 사진전은 6월25일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다.

이정용 <한겨레> 선임기자, 로이터 사진전 기획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