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옆 송현동 터, 숲공원으로 만들자
기고│조경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등록 : 2020-04-16 14:42
18세기 중엽의 ‘도성대지도’. 조선 후기 한성부의 도성 안과 숭례문·돈의문 밖을 상세하게 그린 지도로 도성 곳곳에 소나무 숲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18세기 중엽의 ‘도성대지도’(都城大地圖)를 보면 도심 곳곳에 소나무 숲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송현(松峴)은 소나무 언덕이라는 뜻이다. 현재도 어느 정도 언덕 지형을 유지하고 있다. 도심에 소나무 숲을 복원한다는 구상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이다. 숲은 서구의 공원이 들어오기 전부터 우리 민족이 자연을 즐기는 터전이었다. 숲과 계곡을 찾는 것이 우리 선조들의 일상적인 여가문화였다.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광장 공간보다 숲과 언덕은 우리 정서에 잘 맞는 편안한 장소이다. 송현동 부지가 숲 공원이 되면 인근 주민과 직장인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공원이자, 인사동, 북촌, 광화문광장, 서울공예박물관(2020년 안 완공 예정)을 잇는 도심 관광의 거점이 된다. 향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의정부 터 복원 등과 함께 소나무 숲은 역사 경관 복원의 한 축을 이룰 것이다. 나아가 시민들과 즐기는 상징적인 공공 프로젝트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 일이 잘 진행되기 위해서는 토지를 소유한 기업과 협의가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토지 소유주는 송현동 터가 지니는 공공적 가치를 고려해 합리적 수준에서 매각하기 바란다. 서울시도 토지 수용에 있어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할 것이다. 공원으로 개발한다고 하고 나중에 과도한 시설을 끼워 넣는 것도 피해야 할 것이다. 온전한 숲 공원화를 약속하고 이를 반드시 지키기를 바란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로 한 그루의 나무, 한 뼘의 공원녹지가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오랫동안 방치됐던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하는 것은 절실한 시대적 요청이다. 송현동 소나무 숲에서 시민들이 함께 누릴 봄날을 고대한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