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봄꽃만큼 반가운 ‘시장 안의 시장’

'정릉천 개울장’ 올 첫날 행사에 250팀 참가

등록 : 2016-03-31 10:10 수정 : 2016-04-26 16:50
지난 26일 성북구 정릉동 정릉천 마을장터 ‘개울장’이 올해 첫 장을 열었다. 이날 장터에서는 따뜻한 햇살을 뒤로하고 사는 이도, 파는 이도 모두 즐거운 듯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는 봄꽃보다 먼저 찾아온 손님이 있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정릉천 개울장’이 새 단장을 마치고 지난 26일 문을 열었다. 올해는 입소문에 힘입어 개장 첫날부터 상인 250여 팀이 참여하는 등 기분 좋게 출발했다.

개울장은 정릉시장 안에 있는 정릉천에서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에 열리는 주민참여형 마을장터다. 여느 장터와 달리 도심 한가운데서 개울에 발을 담글 수 있고, 출출하면 바로 옆의 정릉시장으로 몇 걸음만 옮기면 된다. 도시를 벗어나 자연으로 나온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다른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장이 동시에 서는 점도 개울장만의 특징이다. 주민이 참여하는 벼룩시장인 ‘팔장’, 수공예 예술가들의 작품을 사고파는 ‘손장’이 대표적이다. 정릉시장 맛집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장은 자리 비우기 어려운 장터에 참가한 상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사회적기업과 복지관의 의미와 가치를 전달하는 ‘알림장’과 물건을 수리하는 ‘수리장’, 도시농부의 수확물을 나누는 ‘소쿠리장’은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나온 가족들에게 인기가 많다. 개성 있는 인디밴드 공연과 다양한 체험 행사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시장에 물건 사러 나온 문경진(38)씨는 개울장이 처음이다.

 “개천을 따라 길게 늘어선 좌판을 사이에 두고 활기차게 모여 있는 사람들이 생동감 있어 보여” 개울장의 첫인상이 좋았단다. 문씨는 물건을 파는 상인도, 사는 손님도 모두 즐거워 보인다며 액세서리 등 수공예품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도 빼놓지 않았다.

 핸디마미 류미자(42) 대표는 냅킨아트 작가로 개울장에 좌판을 펼치다 예술인 6명이 모여 있는 청년가게에 둥지를 틀었다. 성북아트마켓에서 2년간 활동하다 개울장으로 넘어온 프리마켓의 베테랑이다. 아트마켓의 경우 대부분 수공예품이라 고객들도 상품 가치를 인정했는데, 개울장은 다양한 장이 공존해 상대적으로 값이 비싸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아쉬워한다. 정릉동 주민이기도 한 류씨는 정릉시장에 개인 점포 창업을 희망한다.  개울장은 성북구 정릉동 협동조합 ‘성북신나’ 청년들의 궁리 끝에 시작됐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정릉시장을 살리기 위해 마을 주민과 상인의 도움을 받아 시장 안에 또 다른 시장을 만들었다. 지난해까지 11차례 장을 열어 1050여명의 상인이 참여했으며, 하루 최대 5천여명이 다녀갔다.


 개울장 시작 때부터 함께해온 김영헌(50) 정릉신시장사업단장에게 장터는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다. “시장 상품은 값싸고 질이 좋지 않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상품을 다양화하고 제품의 질을 소비자의 수준에 맞춰야 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세대의 고객을 유치하고 자생적인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개울장은 이 과정에서 전통시장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정릉 개울장이 개장한 26일 김영배 성북구청장도 현장을 찾았다. 개울장은 물론 정릉시장 곳곳을 돌며 상인과 주민 의견을 경청했다.  시장 입구에서 ‘남기남 호떡만두’를 운영하는 황기남 사장은 김 구청장에게 “방문객들이 늘면서 기존 시장까지 전체적으로 활기를 찾고 있다”며 “주차공간에 대한 문의가 많은 만큼 이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 구청장은 “개울장에 참여하는 상인 250여 팀 가운데 50%가량이 정릉동 주민이고, 방문객도 자녀를 동반한 가족이 대부분이어서 지역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소통하는 특별한 공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어 “국민대, 서경대, 한성대 등 인근 대학 청년들은 자신의 디자인과 상품에 대해 현장에서 직접 반응을 확인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정릉 개울장이 청년 일자리 해결은 물론 정릉 지역 경제 활성화와 도시재생의 역할까지 하는 만큼 지속성을 위해 주차공간 마련, 주민 편의시설 확대 등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릉신시장사업단은 부족한 주차시설과 비좁은 정릉시장 진입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북구청과 협의하고 있다. 새달 27일 정릉천 인근에 20면 규모의 주차장이 문을 연다. 부족한 부분은 봉국사 일대 도로변 주차 허용을 구청과 논의 중이다. 정릉시장 진입 문제도 일방통행로 지정 등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한다.

  글·사진 박용태 기자 gangt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