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만7천건 코로나19 검사가 가능한 이유

기고│신용승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장

등록 : 2020-03-12 14:45

최근 코로나19 누적 검사 건수가 19만 건을 넘었다. 지역사회 전파라는 뼈아픈 현실을 마주하고 있지만, 전파 속도만큼이나 신속하게 추적하는 검사 시스템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이러한 검사 역량을 기반으로 감염병 발생 지역 방문 여부와 상관없이 유증상자로 검사 대상을 확대해 첫 번째 지역사회 전파자도 찾아낼 수 있었다.

신종 감염병과의 전쟁은 바이러스 확산과 검사 속도의 경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염병 발생 초기에 감염자들을 신속히 찾아내 격리함으로써 지역사회로의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더욱이 코로나19의 특징은 치명률은 비교적 낮지만 감염력이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첫 환자 발생 이후 10일 만에 검사 시간을 24시간에서 6시간으로 획기적으로 단축한 신속 검사 키트를 개발해 민간에 보급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진단 역량은 하루 1만7천여 건의 검사가 가능한 수준으로, 전세계 전문가와 언론이 극찬할 만큼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첫 환자가 발생한 1월22일부터 24시간 검사 체계를 구축해 1500여 건의 코로나19 검사를 했다. 서울시 제공

코로나19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핵산(RNA)을 활용해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진단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2월,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의 등장에 주목했다. 곧이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가장 먼저 코로나19를 특정할 수 있는 유전자 염기서열 구간을 인정받은 독일과 네덜란드 공동 연구그룹이 제시한 정보를 받아들여 검사법 개발에 들어갔다. 국내 환자 발생 뒤에는 검사 시간을 24시간에서 6시간으로 단축한 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법을 개발했다. 이틀 만에 교육과 검사의 신뢰도를 검증한 뒤 1월 말 본격적으로 전국 보건환경연구원에서 확진을 시작했다. 그사이 국내 시약 제조업체에 관련 정보를 공개해 자체 생산이 가능하도록 했고, 2월7일부터는 민간의료기관까지 검사 역량을 확대했다.

이처럼 초기 단계에 신속 진단 기술 개발이 가능했던 것은 그동안 꾸준히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아직도 연간 200~300명의 메르스 의심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전국 17개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 몇 년간 2~3일에 한 번꼴로 신종 감염병 대응 재난 훈련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렇게 축적된 지식과 경험이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다.

그럼에도 일선에서 밀려드는 검사를 정해진 시간 내에 수행하는 일은 녹록지 않다. 양성과 음성이 뚜렷하지 않을 때도 더러 있다. 이때 경험이 많은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하다. 위음성(false negative) 즉, 양성을 음성으로 잘못 판단할 경우 방역망에 구멍이 생겨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상시에도 재난에 대비해 단계별로 투입이 가능한 충분한 수의 감염병 진단 인력 확보와 양성이 중요하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세계 신종 감염병의 75%가량이 동물에서 유래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이는 기존 의료체계로는 감시가 어렵다는 뜻이다. 이제라도 모두의 건강을 위해 사람과 동물, 환경을 동시에 고려한 학제적인 접근 방법인 ‘원 헬스’(One Health) 연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