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 필요 때 언제든 만나는 구청장’ 모델 만들어

The+친절한 구청장ㅣ매주 화·목 정기적으로 주민 만나는 박준희 관악구청장

등록 : 2019-10-04 13:17 수정 : 2019-10-04 13:40

지난해 주민 만남 공간 관악청 열어

“민원 들어만 줘도 구민 마음 얻어”

“제발 살려달라” 호소한 60대 노인

2일 만에 수술하게 한 것 가장 기억나

낙성벤처밸리 등 첨단산업도 착착

청년 일자리 해결 ‘관악청년청’ 준비

탈북주민 위한 더 촘촘한 복지 고민

‘동네서점 바로대출제’ 최초 시행 뿌듯


박준희 관악구청장이 9월27일 구청 1층에 있는 관악청 앞에서 관악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구민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구청장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겠다 싶어서 만들었죠. ‘감동을 주는 행정’을 위한 공약 1호가 바로 관악청입니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구의원 시절부터 두 평 남짓한 사무실을 얻어 ‘민원 불편해소 상담소’를 열어 민원과 정책 제안을 직접 받은 경험을 살려 지난해 11월 관악청을 만들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5시에 구청 1층 관악청에서 직접 주민을 만나 정책 제안도 받고 민원도 해결하고 있다. <서울&>은 9월27일, 민선 7기 구청장에 취임한 이후 소통과 협치를 바탕으로 구정을 이끌어온 박 구청장을 만나 그동안 성과와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관악청 개설은 박 구청장이 꼽는 첫째 성과다. 지금껏 관악청을 통해 들어온 민원 232건 중에서 59건을 해결했다. 박 구청장은 심부전증을 앓지만 병원비가 없던 60대 노인이 “제발 살려달라”며 찾아온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관악청이 없었다면 이런 민원이 체계를 밟아 구청장에게 올라오려면 시간이 아주 많이 걸렸을 텐데 이틀 만에 곧바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죠. 지금 생각해도 관악청을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보람을 느낍니다.”

박 구청장은 올해 3월부터는 모든 동을 찾아가면서 주민의 목소리를 듣는 이동관악청도 개설했다. 취임 1년을 맞은 7월에는 온라인 관악청으로 확대했다.

관악청 개설 외에도 서울대와의 협력관계가 깊어진 점도 박 구청장 취임 뒤 주요한 변화다.

“스탠퍼드대와 실리콘밸리 관계처럼 서울대와 관악구도 그렇게 만들고 싶습니다. 낙성벤처밸리, 창업밸리 등 첨산산업시설 유치 효과가 그대로 지역경제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관악구는 서울대 연구공원에서부터 낙성대로와 남부순환로 일대(45만㎡)까지 낙성벤처밸리를 조성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관악 창업공간을 개소했고, 낙성벤처밸리 앵커시설도 12월 완공 예정이다. 낙성벤처밸리를 서울대와 함께 인공지능 중심 밸리로 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올해 4월 서울대와 실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중국 칭화대 기술지주회사인 치디홀딩스와도 교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6월 치디홀딩스 그룹 총재가 관악구를 방문해 낙성벤처밸리 현장을 돌아봤고, 박 구청장이 치디홀딩스의 초청으로 7월 중국 베이징 중관춘을 답방했다.

“서울대와 관악구가 함께할 수 있는 틀과 환경을 만든 게 굉장히 중요한 성과죠. 서울대와 협력을 더욱 강화해 대학이 지역 발전을 이끄는 롤 모델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관악구는 전체 26만 가구 중 약 53%인 14만 가구가 1인 가구로 서울시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지방자치단체다. 청년 인구도 약 20만 명으로 관악구 50만 인구 중 40%를 차지한다. 전국 기초지자체 중에서 청년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박 구청장은 취임 직후 청년정책보좌관을 영입하고 서울 자치구 중에서 유일하게 청년정책과를 신설했다. 서울시와 협력해 남현동 채석장 부지 일대를 청년특구로 만들어 2022년까지 일자리 인큐베이터와 청년·신혼부부 주택 등이 있는 ‘관악청년청’을 조성할 계획이다.

박 구청장은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올해 1월부터 전국 최초로 ‘청년 임차인 중개보수 감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며 “7500만원 이하의 전월세 계약을 할 경우 중개보수료율의 0.1%포인트를 감면해준다”고 했다. 이렇게 하면 중개수수료의 20~25%를 감면받게 되는 셈이다.

박 구청장은 북한이탈주민 모자 사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좀 더 세밀하고 꼼꼼하게 보호하고 그랬어야 하는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어 그러지 못해 아쉽죠.”

지난 7월 관악구 봉천동 한 임대아파트에서 북한이탈주민 모자가 주검으로 발견됐다. 굶주림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한 결과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박 구청장은 제도 개선을 통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촘촘한 복지를 구현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애도를 표합니다. 가슴 아프고 힘든 일이죠.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악구에 거주하는 새터민 360여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모두 끝냈습니다.”

박 구청장은 관악의 열악한 교통환경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새절역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였던 서부선 경전철이 서울대 정문 앞까지 연장돼 신림선과 환승이 가능해졌다. 민자사업이었던 난곡선은 박 구청장 취임 뒤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2022년 이전에 조기 착공할 수 있도록 했다. 박 구청장은 “공사 중인 신림선이 완공되면 관악의 교통환경은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이다. 신봉터널이 2023년 말께 개통되면 남부순환도로의 교통량이 분산돼 교통 적체도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관악구는 동네서점 바로대출제를 서울시 지자체 중에서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 주민이 읽고 싶은 책을 도서관이 아니라 가까운 동네서점에서 직접 대출하고 해당 서점에 반납하는 제도이다. 이후 구청은 해당 도서를 서점에서 구입해 도서관에 비치한다. 박 구청장은 “시행한 지 석 달 만에 2200여 권이나 신청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도서 선정권을 구민에게 돌려준 것으로 동네서점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박 구청장은 구·시 의원 때와 단체장이 된 뒤 바라보는 시각이 확연히 달라지고, 책임감이나 사명감도 커졌다고 했다. 그가 평소 소중하게 여기는 글귀는 ‘이청득심’으로, ‘주의를 기울여 경청하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박 구청장은 “민원을 들어만 주는 것도 구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서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구민의 목소리에 더욱더 귀 기울이는 구청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관악구’ 공약 이행 시간표

▶관악청

박준희 관악구청장이 구청 1층에 위치한 관악청에서 구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관악구 제공

▶강감찬대로

관악구는 강감찬 축제를 개최하고 강감찬대로를 명명하는 등 강감찬 장군을 도시 브랜드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사진 관악구 제공

▶서울대 협력

박준희 관악구청장이 지난 9월 서울대 기술지주회사와 중국 칭화대 기술지주회사인 치디홀딩스가 체결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했다. 사진 관악구 제공

▶관악청년청

관악구는 서울시와 협력해 남현동 채석장 자리에 청년들을 위한 관악청년청을 지을 계획이다. 사진은 관악청년청 조감도. 사진 관악구 제공


‘강감찬 장군’을 관악구 대표 브랜드로

관악구가 고려시대 거란의 침입을 물리친 강감찬 장군을 관악구의 대표 브랜드로 만들어가고 있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9월27일 “관악 구민들이 관악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강감찬 장군을 재조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관악구는 올해 귀주대첩 승전 1천년이 되는 해를 맞아 17~19일 낙성대공원 일대에서 강감찬 축제를 개최한다. 강감찬 축제는 1천년을 주제로 1천명의 주민축제추진위원들이 기획부터 실행까지 진행하는 주민 참여형 축제다.

축제장에는 1천년 전 고려 마을을 재현하고, 거리 곳곳에는 전승 퍼레이드도 펼쳐진다. 남녀노소 1천명이 함께하는 주민 음악회, 별빛콘서트, 클래식 음악회, 강감찬 가요제도 열린다.

앞서 6월에는 남부순환로 시흥 인터체인지에서 사당 인터체인지까지 7.6㎞ 구간에 ‘강감찬대로’라는 명예도로명도 붙였다.

관악구는 앞으로 8월에 출범한 관악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역사문화, 생활문화, 예술문화 등 다양한 문화 정책을 펼쳐갈 계획이다. 박 구청장은 “강감찬 장군의 생가터, 안국사, 지팡이 전설이 서려 있는 굴참나무 등 유적과 유물을 더욱 체계화해 문화관광산업으로 발전시킬 구상을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