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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소득, 사회적 가치, 자아실현의 50플러스 세대 삶 ‘앙코르~’

등록 : 2019-08-29 15:06 수정 : 2019-08-30 10:37
50플러스재단, 효과적 ‘앙코르 커리어’ 전환 위해 일자리사업2.0 진행

일자리 창출 파트너십 크게 확대…‘3박자 멋진 삶’ 위한 징검돌 기대

50플러스 세대가 가진 꿈은 인생을 막 시작하는 청년 세대와는 다르다. 50플러스 세대는 소득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자아실현을 함께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이런 ‘앙코르 라이프’를 잘 실현하고 있는 상희원 서울시50플러스재단 ‘50+ 학습지원단’ 활동가, 한국여행작가협회 소속 신창용 작가, 교장 은퇴 뒤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김영조 작가(사진 왼쪽부터). 이들은 “50플러스재단을 만난 뒤 제2의 인생을 좀더 보람차게 살아갈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주중 3분의 1은 봉사 등 사회 공헌을 위해, 다른 3분의 1은 취미 생활을 위해, 나머지 3분의 1은 돈을 벌기 위해.’

20년 이상 전업주부로 살아온 상희원(55)씨는 요즈음 이렇게 1주일을 3등분해 살아간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대표이사 김영대)이 지원하는 커뮤니티 ‘50+캘리방’ 대표인 상씨는 매주 한 차례 정도 장애인 단체나 그룹홈 등지에서 캘리그라피를 무료로 가르친다. 또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문인화 수업을 빼놓지 않는다. 문인화·전각·서각 등을 겨루는 ‘세계서법문화예술대전’ 초대 작가인 그는 앞으로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 초대 작가가 되는 꿈을 갖고 있다.

그리고 월요일 오전과 수요일 저녁에는 은평구에 있는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 출근한다. 50플러스재단이 제공하는 보람일자리 중 하나인 ‘50+학습지원단’ 일을 하기 위해서다. 상 작가는 재단의 ‘50+ 유튜버 도전하기’ 강좌의 출결 관리 등 운영 지원을 맡고 있다. 월 57시간 정도 일하고 한 달에 52만여원을 받는다.

그는 “이런 큰 변화가 2016년 ‘50+인생학교’ 1기로 50플러스재단과 인연을 맺음으로써 이루어졌다”며 “소득과 가치가 균형 잡힌 현재의 삶이 너무나 재미있다”고 말한다. 2016년 출범한 50플러스재단은 상씨와 같은 50~64살 50플러스 세대의 ‘성공적 인생 재설계를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가 설립한 기관이다.

상 작가처럼 50플러스 세대가 ‘인생 제2막’에서 새로운 활동을 하는 것을 ‘앙코르 커리어’라 한다. 50플러스재단은 더 많은 50플러스 세대가 상 작가와 같이 성공적인 앙코르 커리어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올해 ‘일자리사업2.0’을 진행하고 있다. 핵심은 일자리 지원 활동을 양과 질 차원에서 크게 늘린 것이다. 재단의 이런 변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앙코르 커리어의 특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앙코르 커리어는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시빅 벤처스의 설립자 마크 프리드먼이 2009년 자신의 책 <앙코르>에서 처음 소개한 개념이다. 연극에서 내려갔던 막이 “앙코르” 소리와 함께 다시 올라가듯, 인생에서도 1막이 끝난 뒤에도 앙코르 무대가 계속돼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앙코르 커리어는 인생 제1막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전업 활동을 하던 인생 1막의 일자리와 달리 앙코르 커리어는 ‘적정소득, 사회적 영향과 가치, 자아실현이라는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는 일자리’다.

이에 대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 남경아 일자리사업본부장은 “사실 ‘앙코르 커리어’는 어느 날 갑자기 외국에서 들여온 새로운 개념이라기보다 이미 국내 많은 전문가가 인생 후반전에는 몇 개의 ‘일거리’와 ‘활동거리’를 동시에 만드는 슬래시(/·빗금)커리어 전략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래야만 한 개의 ‘일’이 종료돼도 다른 일과 활동으로 빈 시간을 알차게 채울 수 있고, 소득 활동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재단의 보람일자리인 ‘50+ 사회적경제(SE) 펠로우십’ 코디네이터로 활동했던 신창용(63)씨는 슬래시 커리어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현재 ‘앙코르 브라보노 협동조합/ 한국여행작가협회/ 50+내일컨설팅/ 사회적경제 공공구매 지원기관/ … 등’에서 대표나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한다.

신 대표는 인생 1막에서 LG CNS, SK CNC, 팬택 등 대기업에서 전산시스템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2015년 퇴사 이후 지금은 지방에서 한 달 살기, 여행하며 느낀 것 출판하기, 사회적기업에 필요한 인력 소개하기 등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사업을 구상·실행한다.

그는 아직은 50플러스 세대가 성공적인 앙코르 커리어를 짜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인생 2막을 위한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직 기업과 50플러스 세대는 화성인과 금성인처럼 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따라 성공적 앙코르 커리어를 위한 ‘징검돌’이 필요하다고 한다.

50플러스재단은 올해 시행하는 일자리사업2.0이 이런 징검돌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일자리사업 2.0에서는 50플러스 세대 자원 활동부터 사회공헌형 일자리 확대, 재취업과 창업에 이르기까지 전 범위에서 지원을 늘렸다.

이 가운데 더 눈에 띄는 것은 50플러스 세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파트너십을 크게 확대한 것이다. 가령 일자리사업2.0을 위해 재단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는 ‘점프업 5060’ 사업을 새로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도시재생 사업과 관련해 창업을 희망하는 50플러스 세대를 발굴하는 것이다.

재단, 일자리 생태계 구축 위해 재취업·창업 지원까지 사업 넓혀

도시재생 관련 ‘점프업 5060’ 사업에

자영업 돕는 ‘동네 자영업 반장’까지

전업주부·교장·전산 담당자 입 모아

“재단과의 인연이 인생 항로 바꿔”

신중년 세대를 발굴해 체계적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함으로써 창업 아이템을 구체화하고 도시재생 활동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재단은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초 도시재생창업을 희망하는 50플러스 세대 창업팀 24개를 선발했다. 이들은 12월 초까지 약 4개월 간 국외 탐방을 포함해 창업 관련 교육을 받는다. 이 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한 팀 중 우수한 성적을 거둔 최대 10개 팀에게는 2천만원 이내의 사업화 지원금도 제공한다.

또 서울신용보증재단과는 ‘찾아가는 우리동네 자영업 반장’ 사업을 한다. 이 사업은 창업 관련 경험이 풍부한 50플러스 세대가 창업지원을 받은 초기 소상공인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주기적으로 경영 현황을 점검하는 ‘반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재단은 이런 협력 관계를 앞으로 고용노동부·행정안전부·산림청 등 주요 행정 부처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일자리사업2.0에는 이 밖에도 ‘없던창업프로젝트’ ‘서울시 50+보람일자리 사업’ ‘서울 50+인턴십’ 등 다채로운 사업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없던창업프로젝트는 중장년 창업의 실패 위험을 줄이고 창업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혁신적인 창업모델을 제시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는 공유경제를 바탕으로 창업할 수 있는 공유주방·틈새시장·공동주거 등 3가지 창업모델을 지난 5월 소개한 데 이어, 오는 10월에는 최근 산업 트렌드인 미디어 채널 네트워크, 프리랜서 마켓 등의 영역에서 50플러스 세대가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창업모델을 발굴·소개할 예정이다.

계속 사업으로 진행되는 50+보람일자리는 50플러스 세대가 은퇴 뒤에도 그간의 사회적 경험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헌형 일자리 사업이다. 보람일자리에는 앞서 소개한 상희원씨가 하고 있는 학습지원단을 비롯해, 장애인직업재활지원단·행복도시락나눔지원단·도시농부텃밭지원단 등 15개 사업에 726명이 선발 완료된 상태다.

서울50+인턴십은 50플러스 세대가 자신의 주 활동 영역과 다른 새로운 영역이나 환경 등에 도전할 때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교육·실습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사회적 경제 영역, 중소기업 등에서 취업 기회를 제공한다.

2017·2018년 보람일자리사업에 참여한 뒤 올해 50+인턴십의 ‘사회적경제(SE) 펠로우십’ 활동을 하고 있는 김영조(65)씨는 재단의 일자리사업2.0을 통해 더 많은 슬러시 경력을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38년 6개월간 교육공무원을 하며 2015년 서울의 한 중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퇴임한 그는 중부캠퍼스 사진활동가 수업과 ‘따사모’(따뜻한 사진 모임)라는 커뮤니티에 참여한 뒤 인생이 크게 바뀌었다고 한다.

김 전 교장은 이후 2018년 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에 편입해 사진 기능사 자격증을 딴 뒤 포토샵 강사 등으로 활동한다. 또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을 무료로 진료해주는 성북동의 라파엘센터 등에 정기적으로 출사도 나간다. 김 전 교장은 “재단의 지원 프로그램을 경험하면서 인생은 짧고 할 일은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며 앞으로 재단의 일자리사업이 더욱 확대돼 더 많은 50플러스 세대들이 멋진 앙코르 커리어를 구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