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 찍던 단골 터는 추억으로만 남아

남산 분수대

등록 : 2016-06-03 10:12 수정 : 2016-06-03 12:59
1971년 해방 후 조선신궁이 헐린 자리에 남산 식물원, 동물원, 분수대 등이 조성됐다. 분수대 앞에 선 가족의 모습 뒤로 지금은 서울시교육연구원으로 바뀐 ‘어린이회관’과 옛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보인다. 1970년 한옥으로 지었던 기념관은 2010년 현대식 건물로 새단장해 재개관했다.
2016년 남산 분수대와 식물원 자리는 2015년 6월부터 ‘남산 회현 자락 3단계 정비 사업’으로 사라졌다. 현재는 한양도성을 복원하는 공사가 한창이며 한양도성의 일부 구간과 조선신궁 건물 터 등의 역사적 흔적들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다. 발굴 현장 뒤로 서울시교육연구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시, 기억발전소 제공

1970년대 남산은 커플부터 가족까지 만인의 사랑을 받는 인기 나들이 장소였다. 열에 아홉은 케이블카나 식물원에서 사진을 남겼는데, 식물원 옆 분수대는 사진을 찍는 사람뿐 아니라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고 물놀이를 하는 인파들로 더욱 붐볐다.

후암동에 사는 송성희(53)씨도 아버지를 따라가 남산 분수대를 봤던 날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모처럼의 외출에 엄마는 식구들 차림새를 단정히 하려 애를 썼다. 휴일이었지만 큰언니에게는 중학교 교복을 입히고, 작은언니 머리에는 예쁜 리본을 달았다. 짧은 머리에 바지만 입던 개구진 그에게는 출장길에 아버지가 사온 치마 원피스를 입혔는데 난생처음 입은 치마가 부끄러워 사진 찍을 때 눈을 질끈 감았다. 가족들 뒤로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옛 어린이회관과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보인다. 45년이 지난 지금, 분수대는 한양도성 복원 사업으로 사라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분수대 앞에 섰을 것이다. 분수대는 사라졌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했던 공간의 추억만큼은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기를 바란다.

박소진 기억발전소 기획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